최근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서울의 임대주택용 신축빌라를 무제한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예산을 줄이고 실적을 위한 고가 주택을 매입하는 등 파행적 정책으로 실질적인 혜택을 받아야 할 취약계층, 청년, 장애인 등은 기약없이 입주를 기다려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2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염태영, 진보당 윤종오 의원, 주거권네트워크,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주택세입자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 참여연대, 한국도시연구소 프로그램 주최로 ‘8.8대책, 매입임대주택 무제한 매입방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정부 '8.8 대책'의 허점...민생보단 부동산 부양책에 집중
매입임대주택은 2004년 노무현 정부가 ‘서민주거복지 확대방안’을 통해 서울지역 500호 시범사업 이후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2017년 11월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라 매입임대사업이 생애단계별, 소득수준별로 다양화되고 공급 물량도 확대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정에서 매입임대주택 정책의 기조가 바뀌면서 빌라 사업자들만 배만 불려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가 확산되면서 공공임대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2023~2024년 연속으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감소시켰다. 매입임대 출자예산은 2022년 3.3조원에서 2023년 2.8조원, 2024년 2.4조원으로 감소했고, 매입임대 융자예산은 2022년 5.8조에서 2023년 3.2조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3.6조원으로 다시 증가했으나, 2022년 대비 2.2조원이나 규모가 줄어들었다.
또한 서울 매입임대주택 재고는 2021년 55,963호에서 2022년 55,193호로 800호가 감소하는 전례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는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의 서울시 매입임대주택 재고는 2,359호 증가했음에도 SH공사(서울주택공사) 재고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2023년 고가매입 논란 이후 매입임대주택 공급도 크게 감소했다. 특히 SH공사는 김헌동 사장 취임 이후 매입임대주택 공급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처럼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2024년 SH 1차 청년 매입임대주택 최종 경쟁률’을 보면, 마포구 드림하우징 32A 700대 1, 광진구 자양에스하임11 29형 389대 1, 동대문구 더존에이스빌 나동 56C 328대 1 등 최근 공급된 물량의 대부분이 수 백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이준용 SH공사 주거환경개선처 처장은 “정부의 매입 임대주택 정책이 변경되면서 혼란이 컸던 게 사실이다”며 “그렇다 보니 고가 매입 등 재정건정성 악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신중하게 접근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좌장 이강훈 변호사(주택세입자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 센터장)는 “이렇게 예산을 줄이고 공급을 확대하는 경우, 임대료가 높아져 저소득층에게 필요한 매입임대주택이 공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일각에서는 정부의 무제한 매입임대주택 매입이 비주택(빌라) 가격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며 정부의 ‘8.8 대책’의 매입임대주택 공급 중단을 주장하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매입임대주택 정책의 문제점을 차근차근 나열했다.
우선 소현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정부의 8.8 부동산 대책은 임대 확장을 통해 부동산 경기 부양에 중점을 뒀다고 봤다. 그는 “8.8대책의 문제점은 신축 소형주택을 매입해서 6년 후 시장에 매각하겠다는 것은 분양 시점을 6년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특히 1주택자에게도 추가 주택을 취득에 대해 다주택자 면제, 사업자가 ‘HUG 신축매입임대 PF 특약 보증’을 제1금융권에서 90%까지 저리 대출, 매입임대 이외에 대위변제 채무 유예기간 유예 등 편법적안 대책이 난무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무제한 매입’ 대책에 당혹감을 표현한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서울에 무제한 매입을 추진할 경우, 물량 목표를 채우는 데 우선 과제를 두면서 수요의 부조화로 지역별 편중 문제가 더욱 심화할 우려가 크다”며 “서울지역 총 178호 물량의 평균 보증금이 약 3억3000만원인데 아파트는 전세가 비싸서 빌라 전세를 선택하는 무주택자 입장에서 신축기준 시세가 90%로 공급된다면 이것을 ‘든든전세’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정책 신뢰성 근본부터 흔드는 尹정부 주택공급 통계 참사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정부·서울시 매입임대주택 정책의 파행을 비판하면서 매입임대주택 재고 물량과 공급 물량의 불일치의 원인을 집중 거론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신축매입 임대주택을 내년까지 11만호 매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년도 매입임대 예산은 집행예산을 변경했다고 해도 다가구주택매입임대 출자예산이 2.4조원에서 2,731억원으로 2.2조가 삭감됐고, 다가구주택매입임대 융자예산도 3.6조원에서 3조원으로 6천억원이 삭감됐다.
최 소장은 “검찰은 문재인 정부의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 0.01%에 대해 핵심 범죄 사실을 적시하면서 무리한 기소를 진행했으면서 윤석열 정부의 이번 허무맹랑한 8.8 대책과 재고와 물량의 큰 오류에도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특히 매입임대주택이 피해 구제의 핵심이지만 윤석열 정권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책이 크게 후퇴하면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특별법의 의한 피해주택 매입의 현실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박에 없게 만들고 있다”며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매입임대주택 공급의 지속적인 확대가 필요한데 예산과 인력 계획없이 이렇게 무제한 공급하겠다는 8.8대책은 정부가 실행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무책임의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도곤 국토교통부 주거복지지원과 과장은 정부 입장을 대변했다. 김도곤 과장은 “매입임대주택을 편성할 때 평균적으로 융자 50%, 출자금 40%(반납하지 않는 금액)를 기준으로 보통 1년 반 정도가 신축하는데 소요된다”며 “매입한 빌라의 안전 문제는, 만약 불법적인 증축에 의한 하자가 있다면 매입이 반려되겠지만 구조적 마감 하자가 이유라면 매입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LH가 오늘 7일 무주택 청년, 신혼부부 등을 위한 매입임대주택 3천여 가구를 청약 접수를 공시한 가운데, 강태영 LH 주택매입계획팀 팀장은 이날 문제점으로 지적된 고가 매입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강 팀장은 “LH는 감정평가제를 활용해 가장 합리적인 평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청년 등에 제공할 특허형 매입임대 등 올해에만 6000호 이상의 공급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매입임대주택 통계 수치에 대해 이준용 SH 처장은 “정권 교체 과정 이후의 재고 물량 업데이트가 늦어지고 재고 관리 담당자가 바뀌는 과정에서 4000호가 누락된 것이다. 하지만 큰 틀에선 매입은 증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해명했다.
끝으로 이 처장은 “매입임대주택의 실거래가 65%에 매입하면서 SH는 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다”며 “신혼부부가 원하는 신축빌라는 평수와 금액에서 현실과 차이가 있고, 반지하의 경우 정부의 정책처럼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보조금이 100% 필요한 상황이다”며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