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연합은 'RE100 구원군인가, 악마의 속삭임인가'

  • 등록 2024.10.14 12: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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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 높은 진입 장벽 낮추기 위해 제안된 CF 연합
원자력 수출 혈안 된 윤석열 정부 헛발차기 될 수 있어

CFE 이니셔티브(CF 연합)는 2023년 9월 UN 총회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최초 제안한 이후 10개 국가 및 국제기구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으며, 제28차 UN 기후협약 당사국 총회 결정문, IEA 각료회의(2024년 2월) 공동선언문 등에서도 모든 무탄소 에너지원의 기술·중립적인 활용 필요성이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UN 총회 기조연설에서 무탄소에너지의 국제 확산과 선진국-개도국 간 ‘기후 격차’ 해소를 위한 국제 플랫폼으로 ‘무탄소(CF) 연합’ 결성을 제안했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정부는 CF 연합이 거둔 성과에 대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연 CF 연합은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정말 세계를 탄소 고민에서 해방시켜 줄 구원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원전을 팔아먹기 위한 악마의 속삭임일까. CF 연합이 지나쳐 온 1년을 돌아보며 미래를 점쳐 보자. 

 

◇CF 연합이 거두고 있는 성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한국이 글로벌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무탄소에너지(Carbon-Free Energy, 이하 CFE) 이니셔티브의 글로벌 작업반이 공식 출범했다고 알려왔다. 아울러 한국이 내년 청정에너지장관회의(CEM) 의장국을 수임하게 된다고도 했다. 

 

산업부는 최근 브라질에서 개최된 CEM 및 G20 에너지장관회의에서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 활용 필요성을 강조 했으며 특히 CEM에서는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 글로벌 작업반 신설을 공식 발표하고 별도의 발족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CFE 글로벌 작업반은 CFE 이행기준 및 활용 방안 등을 논의하는 협의체로 현재 한국, 일본, UAE, 체코,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5개국가·국제기구가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참여국이 지속 확대될 전망이라는 것이 산업부 입장이다. 

 

CFE 글로벌 작업반 발족 회의에서 안덕근 장관은 영상 개회사를 통해 "그간 다양한 무탄소에너지 활용에 대해 여러 국가와 공감대를 형성해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번에 출범하는 글로벌 작업반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나갈 것"을 강조했다. 

 

또한 장 프랑소와 가네 CEM 사무국장도 "모든 무탄소에너지원의 활용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며 국제사회에서 CFE 이너셔티브의 역할을 기대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CEM에서 회원국들의 지지에 힘입어 한국이 내년도 제16차 청정에너지장관회의 의장국을 수임하게 됨에 따라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CFE 이니셔티브에 대한 공감대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G20 에너지장관회의에서는 바이오연료, 수소와 같은 지속 가능한 연료 확대, 공정한 에너지 전환, 신흥 개도국의 에너지 계획 수립 지원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으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각국 상황에 맞는 에너지 시스템의 유연성과 안정성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원전이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 목표 달성,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는 것이 산업부 입장이다. 

 

작업반이 완성되면 무탄소에너지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국제 인증제도를 설계하고 인증결과의 국가 간 상호인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CF연합은 이와관련 국내 기업과 전문가들을 모아 국내 인증제도 초안을 마련했다.

또 국제사회에서 CFE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공적개발원조(ODA) 등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협력방안도 도출한다. 개도국도 CFE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선진국과 개도국간 협력의제를 발굴하고 ODA와 연계해 진입장벽을 낮출 방침이다. 국내 기업과 협력해 개도국에 기술과 전문인력, 컨설팅도 지원한다. 정부는 상반기 내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RE 100, 어떤 한계 있는걸까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지열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 캠페인이다. 2014년 영국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기구인 '더 클라이밋 그룹'에서 발족됐으며  여기서 재생에너지는 석유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 풍력, 수력, 지열 등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RE100은 정부가 강제한 것이 아닌,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는 캠페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앞다퉈 동참을 선언하며 힘을 실어 주고 있다. 

 

RE1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크게 태양광 발전 시설 등 재생 에너지 설비를 직접 만들거나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전기를 사서 쓰는 방식이 있다. RE100 가입을 위해 신청서를 제출하면 본부인 더 클라이밋 그룹의 검토를 거친 후 가입이 최종 확정되며 가입 후 1년 안에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매년 이행상황을 점검받게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생 에너지만으로 전기나 열 수요를 모두 충당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선진국과 개도국의 기술력 차이가 크기 때문에 선진국의 개도국에 대한 무역 장벽으로 쓰일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RE100은 초기 투자 비용이 상당히 클 수 밖에 없다. 성과를 거두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과 토지가 필요하다. 개도국들이 쉽게 나서기 힘든 여건이다. 또한 국가별로 기후나 자원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불안정성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CF연합은 여기에 원전과 수소 발전을 포함시켜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RE100과 원자력은 가는 길이 다르다

RE100은 100% 재생 가능한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영향력 있는 기업들로 구성된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RE100 회원들은 풍력, 태양광, 수력, 지열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통해 모든 전력을 공급할 것을 약속한다. 반면, 원자력은 원자를 쪼개 열을 발생시키고 그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 생성의 한 형태다. 재생 에너지원과 달리 원자력은 우라늄이나 기타 핵분열 물질의 한정된 공급에 의존하기 때문에 재생 가능 에너지로 간주되지 않는다. 

 

 

일단 재생에너지의 정의부터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재생 에너지에 대한 정의에서 원자력은 안전, 폐기물 처리 및 우라늄 등 자원이 유한하다는 특성 탓에 제외된다. 따라서 RE100에 전념하는 조직은 재생 에너지에  원자력을 포함하지 않는다. RE100과 원전은 가는 길부터 다르다.


원자력 발전은 운전 중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및 환경 오염과 같은 다른 환경 영향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환경 단체들은 대부분 원전을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안전 문제나 여론의 반대 등을 고려해 재생 에너지를 선호하는 국가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원자력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기하기로 결정한 국가들도 분명히 존재 한다. 반면 적지 않은 국가들은 원자력에 계속 투자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청정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RE100과 원자력은 비슷한 목표를 지니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서로 다른 장점, 단점, 고려사항이 있는 별개의 경로로 간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CF 연합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

CF 연합은 탄소중립에 대한 기업의 자발적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RE100 같은 민간 이니셔티브가 추진되고 있지만, 이행수단을 재생에너지로만 한정해 국가·지역별로 상이한 이행 여건과 기업별로 다양한 전력사용패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는 지적에서 나온 제안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같이 재생에너지 여건이 불리한 나라에 소재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비용부담이 커서 또 하나의 무역장벽으로 인식하는 기업도 많다”며 “탄소중립 이행수단으로 특정 에너지원을 지정하는 방식 대신 기술 중립적 관점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두루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제사회에서 힘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제안한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는 RE100을 대체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범위를 확장하자는 보완재적 성격이 강하다고 정부는 주장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달리 원자력과 청정수소 등 무탄소 에너지는 민간 노력만으로는 글로벌 확산에 어려움이 있다. 국가 간 제도와 기준이 다르고 또 한 나라 노력만으로는 기술 혁신이나 규모의 경제 달성이 어렵기 때문에 국가간 연대와 협력을 견인할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윤 대통령은 'CF 연합’ 결성을 제안하면서 "CF 연합이 세계 기업 뿐 아니라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곧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10월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무탄소연합(CF) 출범식을 개최했다. . 

◇무탄소 에너지가 꿈 꾸는 길

산업부는 ‘CFE(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해 그간 성과 및 계획을 점검하고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바 있다. 

재생에너지를 비롯해 다양한 무탄소에너지의 활용을 강조하는 COP28 및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산업부는 9월 IEA와 CFE를 주제로 ‘기후산업국제박람회’를 공동 개최했다. 특히 우리와 산업 유사점이 많은 일본과는 한·일 실무협의회도 별도로 진행할 예정이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공급 안정성, 경제성, 환경성의 세가지 차원에서 무탄소에너지(CFE)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며 “최근 공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은 우리나라의 단계별 무탄소에너지(재생에너지·원자력·청정수소) 확대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CFE 확대는 전력의 탄소배출량 감소로 이어져 반도체·배터리 등 수출제품 전반의 탄소규제 대응 및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은 “기업의 탄소중립 노력을 인정하는 국제기준이 아직 미비하거나 효과적으로 설계되어 있지 않아 산업 현장의 탄소중립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민·관 협력과 국가 간 연대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통용될 CFE 이행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국제 탄소규제와 글로벌 기업들의 탄소감축 요구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속도감 있는 글로벌 작업반 출범”을 주문했었다.

◇결국 원전 짓기 위한 꼼수?

환경 단체들은 정부의 CF 연합에 대단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등 오염 물질 배출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겠지만, 또 다른 위험 요소인 원전을 더 짓겠다는 속내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원전 추가 건설에 반대하고 있는 NGO 단체들은 정부의 CF 연합 움직임을 원전 계획과 연계해 뗄 수 없는 조건임을 지적하고 있다. 

녹색 연합 관계자는 "CF 연합은 결국 원전을 더 짓고 더 많이 수출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정책으로,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사태 등 원전은 기본적으로 큰 위험성을 안고 있는 발전 시설"이라며 "원전 건설에 원천적으로 반대 의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CF 연합에도 동의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체코 원전 수주 등을 크게 홍보하며 원전의 필요성을 알게 모르게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있다. 여론을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CF 연합이라는 개념드 끌어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거듭 말하지만 원전은 또 다른 위험성을 감수해야 하는 위험 발전 자원으며, 원전을 추가로 짓고 향후 운영하는 등의 비용을 감안하면 RE 100을 지키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과 결국 비슷해진다고 할 수 있다. RE 100을 지키려면 초기 비용이 다소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긴 시점으로 봤을 때 CF 연합과 차이가 크지 않다"며 "초기 비용만 단순 비교해서 원전이 싸고 깨끗한 에너지라고 홍보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건 악마의 속삭임이라고 할 수 있다. 원전의 위험성을 더 널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정 에너지를 활용해 지구를 살리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정부의 검은 욕심을 채우기 위한 전략에 넘어가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철우 기자 butyou@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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