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을 결심’ 자영업자 100만 그 이상… “폐업하고 싶어도 못해요”

  • 등록 2024.10.15 17: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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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배달플랫폼 수수료 인상까지 겹쳐 ‘열에 아홉은 적자 경영’
자영업자 “수수료율 상한 5% 이하”... 정부 상한제 제한 개입 불가피
폐업비용 벌기 위해 ‘투잡’...자영업자 살리기 위해 거시적 정책 필요

 

최근 고물가에 수수료 부담까지 겹치면서 폐업한 자영업자가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가 터진 2021년보다 더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은 것이다. 폐업 비용조차 감당을 못해 문을 닫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 7월 국세청이 조사한 ‘폐업 신고를 한 개인·법인사업자’는 98만 6000여명으로 나타났다. 폐업한 개인 자영업자만 보면 91만 819명으로 2022년(79만 9636명)보다 13.9% 증가했다. 빚으로 연명하던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팬데믹 이후에도 이어지는 내수 침체와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결과로 보인다.

 

전체 개인사업자(가동사업자+폐업자) 대비 폐업자의 비율인 폐업률은 지난해 9.5%였다. 사회 초년생인 20대의 폐업률은 20.4%로, 창업한 청년 다섯 명 중 한 명이 폐업한 셈이다. 30대 폐업률도 14.2%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는 40대(9.9%), 50대(8.0%), 60대(7.0%), 70세 이상(6.7%)에 비해 높은 수치다.

 

●장사 수익내기도 힘든데 배달플랫폼 중개 수수료가 기름 부어

 

10년 동안 치킨집을 운영한 자영업자 A씨는 코로나 시기가 오히려 전체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배달 음식을 많이 소비했다. 하지만 2023년 5월 코로나19 비상사태 종식 이후 ‘배달의민족’(배민)이나 ‘쿠팡이츠’와 같은 거대 배달플랫폼들이 수익 유지를 위해 배달 수수료를 높이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변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배민의 경우 울트라콜(월정액 8만8천원)에 가입하면 주문만 전달해주는 ‘가게배달’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였는데, 2023년 8월 이후로는 플랫폼 소속 라이더가 직접 배달하고 주문 금액의 6.8%를 중개 수수료(배달비 별도 청구)로 떼가는 ‘배민1’(현재 배민배달) 비중을 80%로 늘렸다.

 

A씨는 “배달 수수료가 너무 비싸 배민1 계약을 해지하려 하자,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본사 차원에서 계약이 돼 가맹점이 개별적으로 해지하면 안 된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그러자 A씨는 “결제 수수료 3.3%에 배달플랫폼 수수료 6.8%, 배달비까지 3500원 따로 지급하고, 임대료·인건비 주고 나면 점주에게 남는 돈이 없는 수준이었다”며 “배달플랫폼이 앞으로도 수수료율을 계속 올리고, 광고비를 요구할 것이란 전망을 듣고 가게 운영을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피자 가맹점을 운영하다 최근 폐업을 신고한 B씨는 “폐업을 하면 3.3제곱미터당 13만원, 최대 250만원의 철거비를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지만 복구 비용은 지원되지 않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며 “막상 폐업을 하니 가게 안에 쌓인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도 만만치않았다. 한 푼이라도 건져보려는 마음에 중고 거래 플랫폼에도 물건을 내놨는데 그것마저도 쉽게 팔리지 않아 긴 시간이 소요됐다”고 착찹한 심경을 전달했다.

 

 

●폐업을 하려는 자, 철거업체는 바쁘지만...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철거업체는 바빠졌지만 마냥 즐겁지가 않다.

 

이호영 드림철거연합대표 “집기나 주방 설비를 철거하는 데만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든다. 쓰레기 수거 비용만 한 트럭당 40만원씩 봐야 된다. 20제곱미터의 작은 매장 하나를 정리하는데도 300~4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자영업자 폐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3~4년 전에 비해 최근 3배이상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시기만 지나면 회복될 줄 알고 버텼는데, 정부 PF 대출 규제와 배달 수수료 인상 등 추가적인 악재가 발생하면서 장사하기 더 힘들게 됐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주들은 폐업 신고라도 빨리 하기 위해 ‘투잡’을 뛰어가며 자금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 3월 고용동향 자료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557만명이다. 정부는 지난 11일 기준금리 0.25% 인하 카드를 내세워 내수경기 활성화를 엿보고 있지만 기대와 달리 시장은 조용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금리 인하도 분명히 역할을 하지만, 여러 구조적인 요인도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 차례 인하로는 민간소비가 크게 촉진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소상공인단체를 대변하는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폐업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코로나19땐 일부 업종만 타격이 있었는데, 요즘엔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소비 자체가 줄고 소상공인 전체 업종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진단했다.

 

●진입장벽 낮은 자영업, 갈 곳 잃은 ‘2030세대의 창업’

 

이번 '자영업자 100만명 폐업 사태'가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창업에 나선 사회초년생인 20~30대가 불황과 경쟁 속에서 갈 길을 잃고 있어서다. 창업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회사 안이 정글이면 밖은 지옥’이라는 말을 실감케하는 대목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갈수록 자영업을 하기 힘든 세상이 되고 있다. 굳이 가게에 찾아가지 않아도 마켓컬리와 로켓배송 배달로 손쉽게 음식을 구하고 먹는다”며 “무엇보다 재료비, 배달비, 인건비는 올라가면서 영업이 잘 되어도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별 차이가 없으니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소장은 “진입 장벽이 낮아 20대 젊은 창업자들이 많은데,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자영업에 뛰어든다면 큰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기본적으로 자영업자 너무 많기 때문에 장사 센스나 철저한 준비 없이는 장사에 성공하기는 힘들다. 실제 10% 미만의 자영업자만 살아 남을 수 있는 구조다”라고 내다봤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국민의힘)은 “자영업자 상당수가 임금근로자에서 밀려나 창업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자영업은 생계의 마지막 보루”라며 “양질의 일자리 공급은 물론 과포화 상태인 자영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거대 배달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책정과 광고비 요구에서 찾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플랫폼 기업에 대해 ‘자율규제’ 원칙을 고수하다 뒤늦게 ‘수수료 상한제 검토’ 카드를 들고나왔지만 해당 부처와 엇박자를 보이면서 자영업자들의 원성은 한계에 이르렀다.

 

배달앱 회사와 입점 소상공인 등으로 구성된 '배달플랫폼 상생협의체'가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을 집중 논의했지만 양측의 입장차이만 확인했다.

 

협의체는 14일 제 7차 회의를 열어 소상공인 측이 제안한 수수료 등 입점업체 부담 완화 방안과 입점업체 부담 항목의 공개, 배달앱 회사의 최혜대우 요구 중단, 배달기사 위치 정보 공유 등을 논의했다. 이중에 수수료 부담 완화 문제가 집중논의됐는데, 소상공인 측에서는 수수료 인하 등을 요구한 반면 배달앱 회사는 난색을 표시하는 등 입장 차이를 보였다.

 

이에 대해 학계 등 전문가로 구성된 공익위원들은 상대방 입장을 다시 고려해 다음 회의에는 진전된 입장을 제시할 것을 양측에 요청했다. 협의체는 조속한 시일 안으로회의를 열어 양측 간 입장을 조율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고한 시장지배력 거대 배달 플랫폼 버티기... 합의점 못 찾아 정부 손으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불만 신고센터(이하 온플 신고센터)’는 이슈 리포트를 통해 3개월간 접수된 총 149건의 신고내용과 개선사항을 담은 사례집을 발간했다.

 

특히 자료집에는 배달앱 플랫폼 불공정 문제에 따른 이용자 피해 사례가 많았다.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불만 신고센터가 구글 설문을 통해 5월13일부터 7월31일까지 플랫폼 입점업체의 불만을 유형별로 보면, ‘과도한 수수료’ 61.5%, ‘과잉규제’ 7.3%, ‘배달앱 최고주문 금액’ 5.5%, ‘자사 우대’ 5.5% ‘라이더 배차문제’ 4.6%, ‘고객센터’ 4.6%, ‘거리제한’ 3.7%, ‘정산기일문제’ 1.8%, ‘기타’ 0.9% 등으로 조사됐다.

 

쿠팡이츠의 ‘와우 무료배달 뱃지’ 최혜대우 요구나 배달의민족 ‘가게배달 카테고리 노출 설정’ 차별 문제 등 거대 플랫폼 업체의 독과점에 의한 갑질이 계속되고 있지만 을의 위치에 있는 자영업자들은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배달플랫폼을 거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는 공정거래법 제45조 제 1항 제6호에 준하는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로 경영간업에 해당하고 배달 플랫폼이 자사 상품을 우대하는 행위를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한 부당한 거래행위 등으로 간주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처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지고 지속적인 배달 수수료율 변경, 공정위의 자진시정 요청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등 자영업자를 벼랑 끝으로 몰고가는 ‘독과점 횡포’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일 배달의 민족이 ‘우선 매출이 적은 업체들을 상대로 수수료율을 낮춰주겠다’는 상생안을 제시했지만, 자영업자들은 “수수료율 상한은 5% 이하로 내려야 한다”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전문 이주한 변호사(법무법인 위민)는 “시장을 자율에 맡기는 기존 공정거래법 체계로는 배달 플랫폼의 시장지배 지위 남용을 규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부가 배달 수수료를 제한하는 상한제 도입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이를 위해 “거대 플랫폼 업체가 8월 배달 수수료를 인상하기 이전인 ‘최소 6.8% 이하’로 조정해야 협상이 가능해 보인다. 결국엔 자영업자가 살아야 배달 플랫폼 업체도 이윤을 낼 수 있기에 상생을 위해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승수 기자 sss23@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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