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승리가 몰고 올 또 다른 환경전쟁

  • 등록 2024.11.07 21:28:07
크게보기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는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려는 세계의 노력을 좌절시키고, 잠재적으로 미국을 세계 에너지 전환에서 고립시킬 것이다.

 

10년이 채 되기도 전에 미국은 또다시 세계에서 가장 중대한 과제 중 하나인 기후 변화로 인한 치명적이고 막대한 손실을 줄이자는 세계적 과제에서 물러서리라 예상된다.

 

그의 당선은 위기에 처한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려는 세계의 능력에 대한 좌절일 뿐만 아니라, 역사상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가장 큰 배출국이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의 새로운 지도부가 더 깨끗한 기술로 전환하고자 하는 경제적 기회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다른 국가에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력한 이웃이 화석 연료를 옹호할 때 그로 인해 극심한 더위, 화재, 홍수에 시달리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걱정이 앞선다.

 

지구 온난화를 ‘사기’라고 부른 트럼프 당선자는 대통령으로서의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 간의 글로벌 협정인 파리 협정에서 다시 탈퇴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 된다. 또한, 기후 오염을 정화하기 위한 일련의 규정을 뒤집어 놓을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미국을 글로벌 기후 외교 무대에서 고립시킬 뿐 아니라 미국의 주요 경쟁자인 중국에 지정학적 승리를 안겨줄 것이다. 중국은 10년 동안 강력한 청정에너지 산업을 구축해 왔으며 현재 이를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구 온난화를 "사기"라고 부르고 지구를 달구는 오염을 줄이기 위한 연방 정부의 노력을 없애겠다고 약속하면서 기후 변화에 맞선 싸움을 부정하고 있는 트럼프 당선자는 청정에너지 붐에 따른 혜택을 누리고 있는 공화당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전기 자동차, 배터리 그리고 기타 청정에너지 기술에 3,9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획기적 기후법인 2022년 ‘인플레이션 억제법’이 시행됨에 따라 지금까지 지출된 돈의 약 80%가 공화당 의회 선거구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이로써 생긴 일자리를 지역구 의원과 기업 경영자들이 보호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일부 주(州)의 유권자들은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을 승인함으로써 연방 행정부 사이에 긴장이 조성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워싱턴주의 유권자들은 화석 연료 배출량을 제한하도록 강제하는 새로운 법률을 지지했다. 캘리포니아의 유권자들도 기후와 환경 프로젝트를 위한 100억 달러 규모의 "기후 채권"을 만들자는 투표안을 지지했다.

 

"트럼프가 무슨 말을 하든,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멈출 수 없으며, 우리나라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의 전 기후 고문인 지나 매카시가 말했다. 그녀는 현재, 기후 정책을 홍보하는 지도자와 지역 사회 단체 그리고 기업의 연합인 「America Is All In」을 이끌고 있는데 ‘인플레이션 감소법’을 뒤집으려는 시도를 "바보의 심부름"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의 주(州) 정부는 기후 정책을 무효화 하려는 연방 정부에 대한 방어벽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맞서 석유와 가스 산업으로부터 상당한 재정 지원을 받아 당선된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해 미국이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세계적 협정에 서명했다손 치더라도 “현재의 기록적인 수준을 넘어 석유 생산을 늘릴 것”이라면서 "우리는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많은 액체로 된 금을 가지고 있다"고 공언했다.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는 첫 임기 동안 오바마 시대의 100개 이상의 주요 환경 규칙과 규정을 철회했다. 그는 195개국이 화석 연료 오염을 줄이기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한 2015년 파리 기후 협정에서 미국을 철수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년 동안 이러한 보호 조치를 회복, 확대, 강화했다. 파리 협정에 재가입했고, 역사적으로 세계 최대의 화석 연료 오염국인 미국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노력에서 신뢰할 수 있는 리더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 세계에 약속했다. 인플레이션 감소법은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이기 위한 미국의 첫 번째 법률이었다. 하지만 그런 유산의 많은 부분이 트럼프의 당선으로 곧 파괴될 수도 있다.

 

프린스턴 대학의 지구 과학 및 국제 관계 교수인 마이클 오펜하이머는 "만약 트럼프가 바이든의 기후 변화 체제를 폭파하고 우리가 세계 기후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모든 사람을 위한 성장과 경제적 기회가 있는 강력한 경제적 미래에 대한 전망이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닷새 뒷면 아제르바이잔의 수도인 석유도시로 유명한 바쿠에서 COP-29라고 불리는 유엔 기후 정상회의가 열리게 된다.

 

프랑스의 전 기후 대사이자 파리 기후 협정의 설계자 중 한 사람인 로랑스 투비아나는 “협정이 체결된 지 9년 동안 많은 국가가 태양광, 풍력, 핵 및 기타 비 탄소 에너지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면서 “미래는 재생 에너지에 경제적 모멘텀이 있으며, 이를 거부하는 미국은 미래를 잃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세계는 온실가스를 생성하는 석유와 가스의 생산 증가를 옹호하는 지도자를 뽑은 에너지 대국 미국을 고립시키고 유럽의 깃발 아래 환경 십자군으로 똘똘 뭉칠 수 있을까? 기후 변화로 인한 지구적 재앙의 책임을 놓고 세계는 지금 인류가 피할 수 없었던 지정학적 전쟁, 기근, 그리고 전염병 외에도 또 다른 환경전쟁에 휘말려 들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Copyright @2012 M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회사명 (주)방송문화미디어텍|사업자등록번호 107-87-61615 | 등록번호 서울 아02902 | 등록/발행일 2012.06.20 발행인/편집인 : 조재성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방로69길 23 한국금융IT빌딩 5층 | 전화 02-6672-0310 | 팩스 02-6499-0311 M이코노미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무단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