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소재는 친환경 첨단소재로 우주·항공, 친환경 에너지, 모빌리티 산업 발전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한해 미래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세계 탄소소재 시장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장은 어느 정도의 단계에 이르렀을까?
◇ 왜 탄소소재인가?
탄소섬유 및 복합소재는 기존 소재에 비해 강도, 내열성, 내화학성이 우수해 항공·우주산업에 주로 활용되어 왔다. 최근에는 신재생 에너지 분야, 친환경 자동차, 방산 등에 사용돼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복합소재의 근간이 되는 탄소섬유(Carbon Fiber. CF)는 실 안에 탄소가 92% 이상 함유된 섬유를 말한다. 아크릴 계열 합성섬유 판(폴리아크릴로나이트릴. PAN)과 석유·석탄을 이용한 피치(PITCH)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PAN 계열 탄소섬유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10배 강하지만 무게는 1/4 수준이다. 섬유의 직경이 10μm(머리카락 1/10 굵기) 내외로 극히 가늘지만 인장강도와 강성도가 높다. 이러한 고경량·고강도·고탄성 특징으로 철을 대체해 무게를 줄이고, 연료 효율을 높이며 탄소배출량도 줄일 수 있어 전기차, 경량차량과 풍력발전 블레이드, 우주항공 등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탄소섬유는 의류제조에 사용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수지 등과 혼합하여 탄소섬유 강화 복합소재(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 CFRP. 이하 탄소복합재)로 사용된다.
탄소복합재는 각 산업에서 요구하는 소재의 물성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항공·우주·방위 산업은 강도, 열적 안정성, 내열성이 높게 요구되고, 스포츠 산업은 자전거 프레임, 테니스 라켓 등 경량성과 적합한 강도, 탄성력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최종 사용자가 요구하는 물성을 충족하는 소재를 찾기 어려운 산업에서 탄소복합재는 활용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 세계 시장 규모와 성장률은?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마켓앤마켓’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세계 탄소복합재 시장은 331억 달러(약 46조원) 규모로 나타났으며, 연평균 12.7% 성장해 2028년에는 602억 달러(약 84조원)에 도달할 것이라 예측했다.
탄소복합재 수요가 큰 산업으로는 항공·우주·방산 분야가 2022년 기준 전체 시장의 51.5%를 차지했으며, 2023년 169억 달러에서 2028년 298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 뒤를 이은 풍력발전은 높은 중량 대비 강도와 내식성이 높은 복합재 특성이 중요한 요인으로 기인해 2023년 60억 달러에서 2028년 127억 달러로 연평균 15.9%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일 산업으로는 ‘압력가스 용기’가 예측됐다. 가스 저장용 압력 용기는 탄소섬유 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액화 프로판 가스(LPG), 압축 천연가스(CNG), 재생천연가스(RNG), 수소가스(H2) 저장은 주요 최종 시장이다. 탄소복합재는 수소차의 수소가스 저장 용기로도 활용되고 있다.
◇ 세계 탄소복합재 소비 시장
세계에서 탄소복합재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지역은 유럽으로 나타났다. 항공·우주·방위 산업과 자동차 산업의 증가로 2022년 기준 전체 시장의 37.3%를 차지했다. 유럽은 항공기 제조기업, BMW·벤츠와 같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연비 개선을 위해 탄소복합재를 활용하고 있다.
북미 시장 또한 항공 산업, 자동차 산업을 메인으로 해양·풍력에너지 산업이 발전해 유럽과 비슷한 시장 규모를 가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 뒤를 이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급속한 도시화와 인도·중국의 풍력에너지 산업과 재생에너지 부문 등으로 성장할 것이라 분석됐다.
◇ 세계 탄소소재 시장에서 선두 기업은?
탄소섬유 및 탄소복합제의 글로벌 TOP3는 모두 일본 기업이다. 특히 도레이(Toray)는 세계 시장의 41%를 과점한 회사로 탄소섬유와 탄소복합재까지 모두 다루고 있다. 보잉의 중대형 기종인 787기 등의 주요 날개 제작에 사용되는 탄소섬유를 공급하고 있으며, 경량성으로 인해 기존 기종에 비해 연료비를 20% 절감하는 주날개를 개발·공급하고 있다.
미쓰비시 레이온(Mitsubishi Rayon)은 세계 시장의 약 10%를 차지하는 기업으로 우주항공, 미국 자동차용 복합재료의 제조 및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또 다른 일본기업 토호 테낙스(Toho Tenax)는 유럽 항공기 에어버스 중형기와 도요타 자동차의 고급 스포츠카에 복합재를 공급하고 있다. 그 뒤를 미국의 졸텍(Zoltek), 독일의 SGL, 미국의 핵셀(Hexcell)이 따르고 있다.
◇ 한국은 어디까지 왔을까?
우리나라가 탄소소재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21년이다. 그 전부터 기업별 연구가 있기는 했지만 2021년 정부차원에서 ’탄소소재 융·복합 산업 종합 발전전략‘을 수립해 지원을 시작했다.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을 전담 기관으로 지정하고 모빌리티, 에너지, 라이프 케어, 방산, 건설 등 연관 산업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지원해 2030년까지 시장점유율 10%의 목표도 세웠다. 일본이 1961년 탄소섬유 개발, 2012년 국가지원이 시작된 것에 비하면 한참 늦은 셈이나 정부지원 4년 만에 국내 시장도 활발히 성장하고 있다.
마켓앤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탄소복합재 시장이 3억 8,100만 달러(5,309억원)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12.7% 성장으로 2028년에는 6억 9,200만 달러(약 1조) 시장을 예측했다.
국내 시장은 도레이첨단소재(일본 도레이 자회사), HS효성첨단소재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개발 및 생산이 이루어져 2022년 기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시장의 4.2%를 점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 기아자동차에 사용되는 탄소섬유와 글로벌 기업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같은 회사들의 탄소복합재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또, 항공 우주산업과 방산 분야에서도 탄소복합재가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탄소산업진흥원 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탄소소재 관련 기업은 현재까지 1,276개로 나타났다. 그 중 순수 국내 기업 중 탄소섬유 공급 기업은 ’HS효성첨단소재‘가 유일하다. 효성은 2007년 탄소섬유 개발을 시작하여 2011년 성공했다. ’TANSOM’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자동차 부품, 산업용, 스포츠 레저용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2022년에는 강도가 철보다 14배 높은 초고강도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해 인공위성을 비롯한 우주·항공 분야에서 세계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한국카본은 국내 최초로 탄소섬유 관련 사업을 시작했으며, 탄소섬유 직물 및 프리프레그, 부품공정 라인을 확보하여 복합재 산업의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SK케미칼은 1990년대부터 탄소섬유 중간재인 프리프레그 산업에 뛰어들어 2012년 일본의 미쓰비시 레이온과 협약을 맺고 탄소섬유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울산과 중국 청도 등지에서 중간재인 프리프레그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탄소산업진흥원 관계자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내 탄소소재 산업이 지난 3년간 꾸준히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탄소소재·부품 산업 관련 기업은 2020년 832개사에서 2022년 1,276개사로 약 1.5배 증가했고 매출은 약 2배 성장했다"며 "고용 또한 탄소소재·부품 관련 기업 증가로 인한 산업 성장과 탄소소재 소부장 특화단지 조성 등의 일자리 창출로 2020년 약 2만명에서 2022년 약 7만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미래 첨단소재인 탄소소재 개발이 높은 가격, 고속성형 기술의 미흡, 선진국의 높은 기술 진입 장벽 등으로 많이 늦춰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꾸준한 기술개발과 혁신으로 국내 탄소소재 시장이 커지고 기업들도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한국기술정보연구원(ASTI) ‘MARKET INSIGHT 2024-242’
Marketsandmarkets, CF and CFRP composite market, 2023
탄소섬유 시장동향 및 복합재료 재활용 개발 동향(ECO융합섬유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