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은 카스피해 아제르바이잔의 석유 도시 바쿠에서 29번째 UN 기후 총회가 열리는 첫날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의 권력 인수팀들의 움직임은 기후 위기를 극복해 보자는 지구촌의 움직임과 전혀 다른 거 같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바쿠 유엔 기후 총회의 보도를 내지 않고 에너지와 환경 의제를 계획하고 있는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권력 인수팀이 국가의 공기, 물, 기후 및 공공 토지를 관리 보호하는 기관을 획기적으로 재편하기 위해 두 명의 노련한 전직 내각 간부와 화석 연료 로비스트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이 문제에 정통한 여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두 사람이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내무부를 이끌었던 전 석유 로비스트 데이비드 베르나르 (David Bernhardt)와 환경보호청을 운영했던 전 석탄 로비스트 앤드류 휠러(Andrew Wheeler)를 말한다. 이들은 미국 로비의 전문가이자 미국을 움직이는 워싱턴 인사이더(Insider)로서 수년간 연방 환경 보호 조치를 해체(解體)했다.
권력 인수 작업을 하는 이들은 이미 기후와 에너지에 대한 행정 명령과 대통령 선언문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미국을 파리 기후 협정에서 철수하고, 빈곤한 지역 사회에 불균형하게 영향을 미치는 오염을 종식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기관의 모든 사무실을 없애며, 공공 토지에서 더 많은 시추와 채굴을 허용하겠다는 조치가 포함되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환경 정의를 최우선 순위로 삼았고, 소외된 지역 사회가 최소 40%는 청정에너지 개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이 계획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노력이 곧 폐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깨어 있는 자본주의(woke capitalism; 기업이 사회 및 정치적 문제에 관여하여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는 것)”와 경제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모든 프로그램을 해체하고자 시도하는 일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에 보호 구역을 확대했던 유타주 남부의 베어스 이어스(Bears Ears)와 그랜드 스테어케이스-에스칼란테(Grand Staircase Escalante)국립 천연기념물 보호 구역의 경계는 여러 원주민 부족에게 신성한 곳으로 여겨지던 수십만 에이커의 땅을 트럼프 대통령이 광산과 기타 개발에 개방했을 때인 2017년의 경계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 1기와 마찬가지로, 내무부는 5억 에이커의 공공 토지를 감독하며 화석연료 채굴과 개발 허가를 내주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당선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내렸던 새로운 천연가스 수출 터미널 허가 중단을 신속하게 끝내고 캘리포니아와 다른 주들에게 연방 정부보다 더 엄격한 오염 기준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한 면책특권을 철회할 것이 예상된다.
또한, 백악관 내에 규제를 줄이고 석유, 가스, 석탄 생산 증산을 쉽도록 기관 간 정책을 조정하기 위해 "에너지 차르(Energy Czar)"를 설치할 계획이다.
"에너지 차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딕 체니 부통령이 감독했던 백악관 에너지 태스크포스를 연상케 한다. 이는 화석 연료가 '장래'에도 미국의 주요 에너지 자원이 되도록 하고, 연방 정부의 에너지 전략은 수요를 제한하기보다는 주로 화석 연료 공급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에너지 차르'의 역할을 맡을 수 있는 후보 중 한 명은 노스다코타주 공화당 소속인 더그 버검 주지사로 그는 지난해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해 잠시 출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사퇴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에서 에너지 문제에 대한 핵심 자문위원으로 등장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대선 캠페인에 자금을 제공한 석유 재벌들 사이의 연락 담당자 역할을 해왔다.
또 다른 잠재적 후보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에너지 장관을 지낸 전직 자동차 산업 로비스트인 댄 브루예트 등이 있다.
이전 공화당 행정부에서, 그리고 의회에서 로비 회사와 민간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에너지 및 환경 인수팀은 1기 트럼프 행정부 인수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8년 전, 트럼프 당선자의 '해안 교두보' 팀 중 일부는 공기, 물, 땅, 기후 보호에 관한 기본법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었다. 그들은 법적 소송에 견딜 수 없을 환경 규칙을 삭제하려고 성급하게 시도했다.
그래서 이번 인수팀은 기후 변화에 집중해 수백 명의 직원을 고용한 바이든 대통령의 환경 전환을 모델로 삼아 그와 정반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EPA 이양을 주도했던 마이런 에벨은 "우리는 바이든이 한 일을 살펴보고 그 앞에 'not'을 붙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인수팀 참여자에 따르면 인수팀의 일부 사람은 워싱턴 DC에 있는 미 환경 보호국(EPA) 본부와 7,000명의 직원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운동 웹사이트에서 "내가 국토관리국을 콜로라도로 이전한 것처럼, 10만 개에 달하는 정부 직책이 워싱턴에서 미국을 사랑하는 애국자들로 가득한 지역으로 옮겨갈 수 있다. 그것도 즉시"라고 말하면서 “이것이 내가 딥 스테이트-정부 안에 깊숙이 뿌리박힌, 강력하지만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세력을 가정한 표현, 정권이 바뀌어도 살아남아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추구하는 비밀 집단이 있다는 게 딥스테이트 음모론이다-를 무너뜨리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미 환경 보호국(EPA)은 미국 전역에 10개의 지역 사무소와 수십 개의 소규모 시설과 실험실을 두고 있다. 사실상 EPA 직원은 상당수가 워싱턴 밖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한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자가 EPA 본부를 이전함으로써 성취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면서 "미국을 사랑하는 애국자들도 워싱턴 DC에 있고, 이들보다 공중 보건과 환경을 보호하는 데 헌신적인 사람들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UN기후 회담에서는 미국과 거의 모든 국가는 기후 변화를 촉진하는 화석 연료 사용에서 벗어나는 전환을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이 기후 회담에서 다시 탈퇴하고 미국내에서 친환경 에너지 가격이 화석 연료보다 낮아지는 가운데, 급진적인 화석 연료 에너지 증산정책으로 돌아선다면 세계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에너지 강국, 미국의 어깃장에 UN 기후 총회가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