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녹색에너지' 뒤에 숨은 정부 "이젠 진실 말할 때"

  • 등록 2024.11.18 13:58:03
크게보기

정부, 친환경 에너지 언급하며 LNG, 수소 앞세워
하지만 LNG, 수소도 화석 에너지 일종...지금이라도 재생 에너지 비중 높일 때

 

이번 정부 들어 친환경 에너지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원자력과 LNG, 수소 등이다. 원자력은 위험성을 안고 있기는 하나 친환경 에너지라는 사실까지 부인하긴 어렵다. 큰 문제만 생기지 않는다면 탄소나 메탄을 배출하지 않는 환경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 

 

LNG와 수소는 다르다. 기존의 화석 연료보다는 탄소 배출량이 적지만 화석 연료로 가동되는 에너지라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가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머물러 갈 수는 있지만, 이 에너지원들이 주축이 돼선 안 된다. 결국 친환경 재생 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을 늦추겠다는 시도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재생 에너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LNG와 수소 사업에는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대신 국민들에게는 친환경 에너지 활용이라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LNG와 수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며,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어떤 것인지를 짚어 보자. 

 

◇화석 연료, LNG와 블루수소

 

수소는 앞에 붙는 색깔이 중요한 에너지다. 크게 ‘그레이’수소, ‘그린’수소, ‘블루’수소로 나뉜다. 그레이수소는 화석연료를 통해 만드는 ‘더러운’ 수소다. 그린수소는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만드는 ‘깨끗한’ 수소다. 진정한 수소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블루수소는 화석연료를 통해 만들지만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한 수소를 말한다.  하지만 CCS 기술은 개발에만 13년 정도가 소요된다. 탄소를 제대로 포집하고 있다는 확실한 연구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블루 수소도 결국 여전히 화석 연료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는 이유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소 산업은 대부분 블루 수소에 머물러 있다.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는 지난 문재인 정부서 논란 끝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포함됐다. K-택소노미에 포함된 에너지와 산업은 친환경 투자나 대출을 원하는 자본으로부터 자금 확보가 쉬워진다.

 

산업계는 그동안 LNG를 K-택소노미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대로 환경단체는 “LNG가 태양광 등 진짜 녹색 에너지에 투자될 돈을 다 흡수해버릴 수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정부는 일단 산업계 손을 들어줬다. 이후 이번 정부들어 노골적인 LNG 밀어주기가 이뤄지고 있다. 

 

LNG는 왜 녹색 에너지로 포장이 된 것일까. 

 

그 배경엔 원전 배제가 깔려 있다. 전 정부는 원전 배제 정책을 우선시했다. 방향이 맞고 틀리고는 두 번째 문제였다. 가장 큰 걸림돌은 당장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수요를 다 충족 시킬 수 없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LNG를 확실히 퇴출하겠다고 선언하지 않은 건 세 가지 요인 때문이다. 우선 발전 비중이 40%인 석탄의 빈자리를 메꿀 에너지원이 필요했다. 두 번째로는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는 당장 석탄 자리를 대체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화석연료만큼 안정적 전기 생산이 가능한 원자력은 정부의 ‘탈원전’ 기조 때문에 선택지가 될 수 없었다.

 

이 기조를 그대로 이어 받은 것이 이번 정부였다. 원전 수급을 늘리면서도 LNG까지 확대하는 정책을 써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할 수 있다.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LNG 발전소의 생애 주기상 탄소 배출량을 kWh당 490g으로 계산한다. 지난 정부서는 이를 2분의 1 수준인 250g로 낮추겠다는 방안을 내세웠다. 환경 단체들은 그때부터 불가능한 목표라고 지적 했다. 

 

LNG는 석탄 다음으로 탄소 배출량이 많다. IPCC 기준 kWh당 석탄의 탄소 배출량은 820g이다. LNG 배출량이 석탄 배출량의 60% 수준인 건 맞다. 하지만 같은 기준 태양광 탄소 배출량은 48g, 육상풍력은 11g이다. LNG가 장기적으로 퇴출 돼야 하는 에너지원인 이유다. 


◇블루 수소, 갈 길을 잃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2025년에 착공 예정이었던 충청남도 보령 블루수소 생산 플랜트가 수요 미확보에 따라 생산 목표를 절반으로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환∙김한규 의원실이 11월 11일 한국중부발전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령 블루수소 생산 플랜트의 생산 목표가 기존 연간 25만 톤에서 절반 수준인 12.5만톤으로 축소됐으며, 이 마저도 실제 필요량은 10만톤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부족한 수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광양에 소재한 SK이노베이션 E&S 소유의 LNG복합 발전소를 보령으로 이전하려는 계획마저 드러나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계획은 기존에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정부 계획을 통해 앞서 알려진 바도 없는 사안이다.

 

보령 블루수소 생산 플랜트는 한국 중부발전과 SK이노베이션 E&S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 2조1000억 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양사는 11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 낙찰 이후 내년 3월 플랜트 착공에 들어가 2028년부터 플랜트를 운영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블루수소는 정부 등에선 '친환경'을 강조하지만 실상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는 미미하단 비판을 받고 있는 에너지원이다.

 

이번에 드러난 대로 적절한 수요가 없어 생산 목표 절반이나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령 블루수소 플랜트는 수요가 없는 사업을 무리해서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수요도 전부 가스발전 혼소(가스와 수소를 섞어 태워서 발전함) 용도로 구성돼 있다.  

 

정부는 이 대목을 들어 블루수소까지 친환경 에너지원에 넣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 단체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있다.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선 실효성이 없고, 기업의 RE100(수요전력 100%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에 부합하는 에너지원으로 인정도 되지 않아 수요 기업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부발전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보령 블루수소로 생산한 전기를 한전(한국전력공사) 외에는 구매할 기업이 없다고 인정한 바 있다. 불필요한 수요에 의한 재무적 부담을 결국 한전이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현재 블루수소 생산 플랜트 수요의 75%를 차지하는 광양 LNG 복합발전소의 보령 이전 계획은 정부 계획 등을 통해 알려진 바 없고 이번에 처음 드러난 사안으로 지역 주민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중부발전은 과거에도 이미 수명이 끝나가는 보령 1-3호기 가스복합발전에 대해 수명 연장과 수소 혼소 발전을 시도하려 했다가 언론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확인된 자료에선 해당 계획이 사라지고 광양 LNG 복합발전소의 이전 및 수소 혼소 계획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이선숙 기후위기에너지전환보령행동 대표는 “기후위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블루수소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노후 가스발전을 유치하려는 시도를 지역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블루수소나 혼소 같은 거짓 명분으로 화석연료 연장을 시도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환경 단체들은 블루수소 플랜트 건설 및 운영, 가스발전 혼소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재생에너지에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좌초 위기 LNG 사업

 

한국가스공사가 국내 최대 규모로 추진 중인 당진 LNG 생산기지 건설 사업이 변화된 정책 환경과 가스 수요 감소를 반영하지 않고 추진되고 있어 좌초 리스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스공사가 ‘민간 임차’ 물량으로 추진한 용량이 사업 시작 후 10년 이내에 40%대로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진 LNG 생산기지 건설 사업은 한국가스공사가 석문국가산업단지에 LNG 저장탱크 총 120만톤(270만 kl)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현재 한국의 LNG 터미널 증설 계획인 299만 톤(664만 kl)의 40%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다. 2031년 완공 목표로 2~3단계 확장을 추진 중이다. 

 

당진 LNG 생산기지 사업은 가스공사와 민간의 합작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스공사가 짓고 소유하지만 터미널 용량 절반가량(135만 kl)을 민간에 임대해서 임대료를 수임하는 구조다. 한국가스공사는 사업비(1~2단계 기준) 2조 6300억 원을 자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과도한 LNG 터미널 건설이 위험한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가스 수요는 2030년 대비 2050년에 최대 79%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도 감소 추세는 마찬가지로 2023년 발표된 제15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중 기준수요는 2023년 4509만 톤 대비 2036년 3766만 톤으로 13년 만에 가스 소비가 15%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의 2050년 탄소중립 계획을 고려한다면 수요 감소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LNG 터미널 보유 용량과 확장 계획이 전 세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과도한 LNG 신규 설비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른 좌초 자산화가 우려된다는 점은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도 지적한 바 있다.  

 

현재 계획에 따르면 한국의 LNG 터미널 이용률은 29.48%인데, 2036년에는 19.78%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저장탱크 용량이 늘어날 경우 일정 이용률이 확보되어야 경제성이 확보되는 LNG 터미널 사업 특성상 현 계획대로라면 손실이 불가피하다.
 
가스공사는 국가 내 중복투자 방지를 위해 건설 용량의 50%(135만 kl)를 민간 시설 이용자에게 임대를 추진 중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하지만 가스공사가 김교흥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는 민간 시설이용자와 맺은 공동이용 사전협약상 임대 기간은 사업 시작(2026년) 이후 10년 만에 142.6만 kl에서 약 40%(43만 kl)대로 급락하고 20년 뒤인 2047년에는 모두 만료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 대응 기조와 화석연료 사용에 관한 급변한 국내외 정책 환경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상태로 사업이 추진돼 좌초화가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가짜 녹색 에너지 어디로 가야 하나

 

이처럼 정부는 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 보다는 당장 눈 앞의 에너지 발전원을 확대하는데만 전념하고 있다. 탄소 중립이라는 대명제 아래 눈속임을 할 수 있는 가짜 녹색에너지에 대한 투자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50년 탄소 제로라는 큰 숙제를 앞둔 현재, 이제부터라도 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재생 에너지가 주요 에너지원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재생 에너지를 담을 수 있는 에너지 저장 그리드 협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열리고 있는 COP 29에서 '에너지 저장 및 전력망 서약'에 불참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에너지 저장 및 전력망 서약이란, 재생 에너지 수요가 적을 때 저장을 해 뒀다가 에너지가 많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잠시 머물 수 있는 배터리의 개발과 실용화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15일(아제르바이잔 현지시각) 기후총회 의장국인 아제르바이잔과 영국, 우루과이, 벨기에 그리고 스웨덴 등 주요국이 서약에 참여했지만 한국은 서약에 불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와 유엔 기후변화 고위급 정상들의 지도 아래 COP28에서 출범한 넷제로 얼라이언스(UNEZA)는 회원사를 두 배로 늘리고 5개 대륙에서 활동하는 회원사를 확보하는 한편, 그리드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에 대한 연간 투자를 늘려 COP29 글로벌 에너지 저장 및 전력망 서약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COP29 글로벌 에너지 저장 및 전력망 서약은 영국, 우루과이, 벨기에, 스웨덴의 공식 지지를 받으며 탄력을 받게 됐다. 글로벌 재생에너지 연합은 COP29 장관급 회의에서 더 많은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들이 서약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4월 토리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기후·에너지·환경장관회의에서 G7은 2030년까지 자국의 전력 저장 용량 설비를 2022년 기준 6배 늘린다고 합의한 바 있다. 

 

기후솔루션 에너지시장정책팀 한가희 팀장은 “지난해 재생에너지를 3배 확대하겠다는 글로벌 선언에 한국이 동참했다. 그리고 세계는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 6배 확대가 필요하다는 논의로 나아가고 있다.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저장장치와 같은 보완 기술이 필수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비중에서 OECD 꼴찌 국가다. 배터리 산업을 주도하는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배터리 기반의 대용량저장장치(ESS)와 같은 유연성 자원이 부족하여 재생에너지 확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금번의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 확대 서약을 주도적으로 채택하기는커녕,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한국 정부는 본 서약에 참여하여 ESS 확대라는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더 나아가 본 서약을 바탕으로 ESS 확대 로드맵 및 이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이행해야 한다. 그래야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정석환 기후솔루션 가스팀 연구원은 “공기업인 중부발전이 재생에너지 전환에 집중하지 않고 지금처럼 가스 의존을 고착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흐름에 맞춰 공기업부터 책임감 있게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늘려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환경 단체 관계자는 “배터리·소재를 비롯한 미래 먹거리 산업 경쟁력 확보에도 시간이 부족한 SK이노베이션 E&S가 처치 곤란의 호주 바로사 가스전 생산 LNG·블루수소 수요처 확보에 천문학적인 재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상황이 우려된다“며 “합병과 함께 제시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선 과거와 과감히 단절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철우 기자 butyou@m-economynews.com
Copyright @2012 M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회사명 (주)방송문화미디어텍|사업자등록번호 107-87-61615 | 등록번호 서울 아02902 | 등록/발행일 2012.06.20 발행인/편집인 : 조재성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방로69길 23 한국금융IT빌딩 5층 | 전화 02-6672-0310 | 팩스 02-6499-0311 M이코노미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무단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