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일C&S, 낙월해상풍력공사에 트랜지션 피스 공급
- 유럽 풍력 대기업과 제휴 모색,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시장 진출 노려
지난 21일 오전 10시경, 전북 군산 국가산업단지 내 삼일C&S 군산공장. 쇠 깎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아침을 열고 있는 5만 7000여 평의 공장 안은 활기가 넘쳐 보였다. 공장 안에서는 철강이 들어오면 가장자리를 깎아내는 일부터 용접으로 깎아낸 부분을 붙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기자를 안내한 안덕우 설계기술팀장은 쇠판을 이유를 각도가 직각으로 잘린 상태를 비스듬하게 깎아내야 용접했을 때 튼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용접된 대형 쇠판은 또 다른 공정을 거치면서 대형 원형으로 바뀌었는데 이 기계는 대형 쇠판 두께 80cm까지도 동그랗게 말아 올린다고 했다. 공장 안의 각 공정 기계 앞에는 제작 도면이 설치되어 있었고 기계 작동 및 안전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공장 내부에서 철판을 깎아내 용접한 후 동그란 대형 구조물이 만들어지면 바깥으로 옮겨서 도색 등 다른 공정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안 팀장은 ”이 구조물의 길이는 대략 25m 정도“라며 “바다 수면 위로 올라가는 부분이 15m 정도이고 나머지는 수심 아래로 잠긴다“고 했다.
삼일C&S는 낙월 해상풍력 발전시설에 사용될 총 64개의 트렌지션 피스를 제작하고 있다. 전남 영광군 낙월면 송이도와 안마도 인근 해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낙월 해상풍력발전 단지 공사는 지난 3월 육상부 공사를 시작해 이달부터 바다에 풍력 터빈을 올려놓을 구조물 설치 공사가 시작된다. 총 2조3000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될 이 공사는 내년 하반기 상업 발전을 목표로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 약 3천여 개의 각종 장치와 케이블 들어가는 트랜지션 피스 제작
삼일C&S는 풍력 발전기의 타워 부분과 바닷물 속에 있는 하부구조물 사이에 들어가는 트랜지션 피스(Transistion Piece)를 제작해 공급한다. 트랜지션 피스는 약 3천 개 이상의 각종 장치와 케이블 등이 들어 있는 복잡한 구조물이다. 상단 풍력 발전기에서 전기가 만들어지는 전기를 육지로 보내야 하는데 전기가 내려오는 케이블이 모두 이 트랜지션 피스를 통해서 변전소로 간다. 전기 관련 설비가 들어가는 핵심 구조물인 셈이다.
국내 해상풍력은 10년 전부터 시작되긴 했으나 지지부진하다 낙월 해상풍력단지 공사를 시작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삼일C&S 유청무 풍력·스틸 사업본부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트랜지션 피스는 해상풍력의 하부구조물과 타워를 연결하고 지지하는 역할뿐 아니라 풍력 발전기의 유지, 보수 및 관리를 위한 주요 전기 설비와 부품들을 포함하는 구조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장치인가?
해상풍력의 하부구조물과 타워를 연결하고 지지하는 역할 뿐 아니라 풍력 발전기의 유지, 보수 및 관리를 위한 주요 전기 및 계장 설비들을 포함하고 있는 해상풍력 기초 구조물의 핵심 제품이다.
Q. 현재 진척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나?
우리 회사는 낙월 해상풍력 사업의 트랜지션 피스 총 64개를 만든다. 철판 작업을 시작으로 한 개의 구조물이 만들어지는 데 대략 3개월 정도가 소요되고, 도색을 하고 각종 장치들을 조립해 완성되는 데까지는 5개월 정도가 걸린다. 현재 5개를 완성해서 현장에 출하한 상태이며 7개 정도가 공정 중에 있다. 현재 공정률은 40%를 바라보고 있다.
Q. 트랜지션 피스 등 풍력 기자재 제조업에서 굉장히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낙월 해상풍력 산업에 참여하고 나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해상풍력발전소를 건설하려면 거기에 기반 되는 산업군이 받쳐 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 우리 기업들은 풍력 발전기 국산화를 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노력해 왔다. 육상풍력에선 효성, 유니슨, 두산 등이, 해상풍력에선 두산중공업이 3메가와트, 8메가와트 등 점점 대형화로 가고 있다. 가장 강점을 가질 수 있는 풍력산업의 기반 산업에서도 해저 케이블 등에 특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아무리 기술이 좋다고 하더라도 어떤 프로젝트에 한 업체만이 독점적으로 갈 수는 없다. 우리 프로젝트에는 대한전선이 수주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줄로 알고 있다. 산업계라는 것은 경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회사가 진입하고 있는 기초 구조물 시장도 마찬가지다. 우리 업계가 국내시장만 보지 말고 보다 넓은 시선으로 세계 시장을 바라보며 열심히 기술을 도비하고 개발해 국내기업들끼리 함께 동반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Q. 한국의 풍력산업 경쟁력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우리나라는 조선업이 발달해 있어서 풍력산업도 지금 시작 단계이지만 이른 시간 내에 얼마든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중공업 플랜트 제작을 오랫동안 해왔으며, 대형 공장이 부두 등과 가까운 곳에 있어서 인프라도 좋다. 특히 용접을 비롯한 손재주가 좋은 게 장점이다. 또 포스코를 비롯해서 현대제철 등 철강이 굉장한 강점을 가진 나라라서 삼박자가 맞는다. 현재 한국과 일본, 대만 등 3개 나라가 해상풍력 첫걸음을 내딛고 있는데 전망이 아주 밝다고 본다.
Q. 힘든 점이나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은 어떤 건가?
자금조달이다. 해상풍력발전 공사는 대규모라서 자금조달이 중요한데, 한국의 금융 현실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아주 열악하다. 수조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라서 민간사업자가 자기 돈으로 건설하기가 쉽지 않아 어떻게든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일으켜야 한다. 사업 전체를 기획하는 개발사들은 거액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게 되는데 대만 역시도 그런 기반이 취약하니까 우리와 같이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해상풍력 개발한다.
유럽 중심의 글로벌 메이저 개발사들이 국내에 들어와 해상풍력 개발을 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낙월 해상풍력 역시 360메가와트급 단지를 개발하겠다고 힘차게 출발했지만, 국내 금융 회사들과 PF를 일으키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태국 기업인 비그림파워가 참여하고 있다. 비그림파워는 태국, 미얀마 등 동남아 쪽에서 약 2.4기가와트의 발전소를 실제로 운영하는 큰 발전 사업자다.
Q, 국내에서 프로젝트 파이넨싱이 안 되는 이유는 뭔가?
국내 프로젝트 금융 기반이 약한 것은 준비가 안 되고 경험 등이 부족해서 금융사들이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젝트 금융은 프로젝트의 수익성만 가지고 리스크를 감당하면서 금융 기법으로 분산해서 지원해야 하나 그러질 못하는 거다. 건설사를 예로 들자면, 우리나라는 대출을 해주기 전에 담보부터 설정해서 건설사들이 책임을 지게 한다든지 하는 그런 보장 장치를 가지려고 하는 거다. 그러다 보니까 해상풍력 발전 사업자들은 외국 금융사에 기댈 수밖에 없다.
국내 상황이 이러한 데도 “왜 해외 자본이 국내로 들어오느냐”는 등의 오해를 많이 하는데, 국내 자본이 안 들어오니까 할 수 없이 하는 거다.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본다.
Q. 이번 낙월 해상풍력사업에 참여해서 얻는 경험과 이점은 무엇인가?
올해, 이 사업에 참여한 후 400여 명의 국내외 바이어 및 관계사들이 우리 회사를 다녀갔다. 얼마 전에는 글로벌 5대 풍력발전 개발사 중 한 곳이 우리 회사와 MOU를 체결하고 공동으로 사업을 펼치자고 제안해 왔다. 기초 구조물을 만드는 유럽에서 가장 큰 회사에서도 영업본부장이 우리 회사를 방문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우리와 협업해서 아시아 쪽을 공략하자는 거다.
해상풍력 구조물은 워낙에 대형이라서 거리가 멀면 물류비가 많이 든다. 아시아 시장이 열리면서 유럽 회사들이 공동 제작을 제안해 오는 거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만드는 다른 회사도 일본과 수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다만 그들과 협업하기 위해선 실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낙월 해상풍력에 모든 힘을 집중하고 있다.
해상풍력은 해저에다 하부구조물을 건설하고 그 위에 무거운 장치를 얹어야 한다. 그러려면 땅을 파고 들어가 건설해야 하는데 최근 중국에서 그 건설 장비를 들여왔다. 해머 작업을 하는 장비인데 바다에서 작업하니까 선박이라고 이견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분명한 것은 고정된 채 사용하는 장비이고 정상적인 절차인 허가를 받고 국내로 들여왔다.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어 기자재를 납품하는 모든 협력사가 이 실적으로 해외로 진출했으면 한다.
낙월 해상풍력은 국내 메가와트급 공사로는 첫 대규모 사업이다. 우리 회사가 수주한 금액만 해도 1200억 원이고 30여 개의 협력사가 함께 일을 한다. 우리 회사는 현재 일본과도 수출 협의가 진행 중인데 계획대로 내년까지 납품을 완료하고 나면 일본에 수출할 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Q. 국내외 기업과 비교에서 삼일C&S의 트랜지션 피스 기술에 대한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 여러 회사가 트렌지션 피스를 만들고 있긴 하나 전문기업은 우리 회사가 유일하다. 삼일 그룹은 건설 골재, 아스콘 등 기초 건자재 기업이다. 해상풍력 기자재를 수출하려면 대형이기 때문에 부두를 끼고 있거나 큰 공장이 아니면 힘들다고 생각해서 가장 적합한 품목이 무얼까 고민하다가 트랜지션 피스 규모도 그렇고 무게도 우리 기술력도 가장 적합한 것 같다고 해서 이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 회사 전신은 대림CNS이다. 2013년에 군산공장을 준공했는데 공장을 지을 때부터 해상풍력의 구조물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었다. 우리 회사는 낙월 해상풍력 사업에 참여하면서 150억 원 정도의 설비 투자를 통해 작업 라인화도 했다. 이 프로젝트 수주 후 늘어난 인원만 해도 약 150명이다. 협력사들도 20~30명씩 직원이 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트렌지션 피스 안에는 많은 부품이 들어가는 데 아직 국산화가 덜 돼 해외에서 구매해야 하는 부품들이 많다. 물론 유럽 설계라서 유럽 제품을 쓰게 돼 있으나 작업 과정에서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대체하려고 노력 중이다.
Q. 해외 물량이 많다면 국내 기업 간 협업이 중요해 보이는데?
해상풍력은 1개 프로젝트가 워낙 대규모 보니 아무리 큰 회사라도 2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주해서 만들기가 어렵다. 1년에 4개~5개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한 개 회사가 할 수 없다. 우리 회사는 SK와 협약을 맺었다. SK가 수주하면 트렌지션 피스를 우리 회사가 공급하는 협업이다. 우리 회사가 일본에 초점을 갖는 이유는 낙월 해상풍력과 같이 원통 타입이기 때문이다. 그걸 알기에 일본에 공을 들이는 거고 일본에서도 바이어들이 많이 찾아온다.
설명해 드렸듯이 트랜지션 피스는 아주 복잡한 구조물이라서 우리 회사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분할해서 아웃소싱을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 산업에 기여도가 크다고 본다. 향후 우리 회사는 참여기업들은 물론 앞으로 참여가 가능한 기업들과 군산 지역에서 클러스터링과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들을 생각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불필요한 경쟁보다 상생해야 한다.
Q. 삼일C&S의 앞으로 계획은 어떤 건가?
해상풍력 사업은 제작사들의 한계 때문에 유럽 회사들이 한국에 많이 온다. 지금이 기회라고 본다. 대표적인 게 CS윈드라는 타워 만드는 회사다. CS윈드는 현재 우리나라에 공장이 없다. 얼마 전 그 회사를 다녀왔다. 그 회사는 현재 베트남에 공장을 두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는 없다. 2조 5천억까지 성장한 큰 회사로 관련 분야에서 중국을 제외하고는 탑이다. 우리도 실력이 쌓이면 유럽도 갈 수도 있고 미국도 갈 수도 있고 CS윈드 같은 전략을 펼 수 있다고 본다.
Q. 국회나 정부에 바라는 말씀이 있다면?
낙월 해상풍력은 국내 첫 대규모 사업이다. 금융 지원이라든지 인허가 등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 낙월 해상풍력은 대한민국의 첫 국산화이고 우리 기업의 경우, 30여 개 협력사들의 첫 실적이다. 우리는 그 실적을 갖고 해외로 나가야 한다. 그만큼 중요한 사업이다. 국가적으로 정말 중요한데도 이견을 갖는 이해 당사자들이 있는데 이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