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형 미니 농막에서 단둘이 살아 볼까?

  • 등록 2025.02.23 12: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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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을 막아라

 

정부가 10평짜리 거주형 농막을 허용함으로써 조립식 소형 주택이나 공장에서 생산된 건자재로 레고처럼 짓는 모듈러 주택이 뜨고 있다. 환금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아파트가 대세인 우리나라에선 개인 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낮지만, 은퇴자가 늘어나고 전원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급증하면서 소형 주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사 기간이나 인건비 등의 건축비를 줄여 10평짜리 거주형 농막을 싸게 공급함으로써 많은 사람을 농어산촌으로 끌어들이게 할 수는 없을까? 집을 자동차처럼 공장에서 생산하는 스웨덴의 한 공장을 소개하면서 농어산촌 인구소멸을 막을 방안을 소형 주택 공급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집 짓는 방식을 바꾼 스웨덴의 Lindbäcks


 

◇자동차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주택을 생산하고 빨리 지을 수 있게 한다면?

 

가능한 이야기다. 북극권 바로 앞에 있는 스웨덴의 가족 소유의 건설 회사인 「Lindb cks」가 주택 공장 가설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지금의 주택 공장을 열기 전부터 이 회사 경영진은 「Toyota」와 「Volvo」의 공장과 인근 펄프 제지 공장을 방문해 공장형 주택 생산에 가장 좋은 생산아이디어를 빌려옴으로써 자동차를 생산하듯 완성형 주택을 30분마다 한 채씩 만들어 낸다.

 

항공기 격납고 같은 모습의 「Lindb cks」의 주택 생산 공장은 면적이 10에이커(만 3천 평)다. 이 회사의 4세대 최고 경영자인 「Stefan Lindb ck」는 공장의 모든 것은 하나의 주요 라인, 즉 집이라는 완제품을 완전히 모듈로 조립하는 느리게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를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라인을 척추라고 치자. 그러면 바닥, 벽, 천장과 이른바 물류(예: 조리대 및 캐비닛)를 만드는 기계가 있는 더 짧은 라인, 즉 제작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하위 어셈블리는 갈비뼈이다. 이 갈비뼈들은 모두 척추로 연결되어 있다.

 

30분마다 상자형 유닛 하나가 완성된다. 이 유닛을 연결하여 다양한 크기를 가진 아파트 평면을 만들 수 있다. 한쪽 갈비뼈에서 내부 벽이 수직으로 세워져 페인팅을 위해 랙으로 이동한다. 페인팅과 염색과 같은 습식( )공정은 일반적으로 진행 속도가 느린 폐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데 이 공장에선 공중에서 이루어지니 가히 혁신적이라 할 수 있다.

 

「Stefan Lindb ck」 최고 경영자는 “저희는 가장 저렴한 제품을 생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저렴한 솔루션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주택의 안전은 제조사의 책임, 스웨덴의 성과 코드 시스템

 

획기적인 공중 도색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배경은 스웨덴 정부가 목표를 설정하고 건설업체가 그 목표를 달성할 방법을 생각해 내도록 하는 ‘성과 코드 시스템’을 허용하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나 미국은 정확히 어떤 재료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코드로 규정함으로써 안전한 건물을 짓도록 하는 ‘규제 코드 시스템’를 사용한다.

 

하지만 어떤 시스템을 채택하건 건축 현장이나 공장 등에서 양질(良質)의 고급 주택을 지으려면 비용면에서 저렴해서만은 되질 않는다. 건축자재나 노동력을 아낀다면 고급 주택이 나올 리 만무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공장에서 만든 완성형 주택의 비용 절감 효과는 처음에는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Lindb ck」 최고 경영자는 귀띔했다.

 

사실 기존 건설업체는 처음에 「Lindb cks」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 하지만 건축 현장에서 건설을 감독하는 데 58 들어가는 비용, 이자 비용을 지연시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 등을 추가하며 여기에 건축회사가 이익을 더 보려고 건축 후반 과정에 변경 사항을 넣기 때문에 결국 처음 제시한 가격보다 늘어나게 되어 있다. 이에 비해 공장에서 만든 완성형 주택은 고객이 일반적으로 표준화된 주택 모델을 선택하고, 특정 부위까지만 변경이 허용되기 때문에 최종 수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 자연히 제품의 품질 관리가 되고 제작 속도가 빨라진다는 장점이 생긴다.

 

◇집을 짓고 나면 백발이 되는 이유

 

세상에서 남자가 해 봐야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어렵다는 3가지가 이혼, 정치, 그리고 집짓기라고 한다. 집 짓기는 이혼이나 정치 못지않게 사람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아마 집을 지어 본 사람은 다시는 집을 짓지 않겠다며 혀를 내두를 것이다. 그만큼 집짓기는 쉽지 않다. 집 짓는 공정은 공정마다 맡는 사람이 정해져 있고, 한 공정이 끝나야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는 것이어서 만약 앞 공정에서 문제가 생기면-이를테면 앞 공정 담당자가 아프거나 날씨가 안 좋아 공사를 중단하면-공사 기간은 엿가락처럼 늘어나게 된다.

 

그에 따라 건축 비용이 늘어나는 건 물론이고 사람을 관리하다가 진이 빠진다. 설령 집이 설계도대로 완성됐다손쳐도 집주인의 마음에 쏙 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집을 짓고 나면 검은 머리가 백발이 되고, 집을 짓고 죽었다는 사람도 있다.

 

돌아가신 삼촌으로부터 우연히 유산으로 물려받은 성(城)을 수리하면서 뜻밖의 어려움을 겪는 과정을 코믹하게 쓴 프랑스어책이 있다. 『타네씨 농담 마세요』라는 200페이지도 안 되는 이 책은 늑장을 부리는 인부들과 주인공이 펼치는 심리전이 배꼽을 잡게 하면서도 안쓰러운 생각이 들게 한다. “그래 이 성을 물려받는 게 아니었어” 라고 주인공은 후회막급이지만 거울 속의 자신은 이미 10년은 더 늙어 보인다. 그러나 공장의 완성형 표준 주택은 현장에서 집을 지을 때 일어나는 그러한 육체적 심적 고통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예측가능한 결과(집)가 나오게 되는 데다 납품 또한 빠르게 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20층 목조 건물도 공장에서 생산된 모듈로 건축

 

「Lindb cks」 공장에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1시간 30분을 가면 「Sara Kulturhus」라는 호텔 문화 센터가 있다. 20층짜리 목재로 된 대형건물로 이 건물은 공장에서 만든 유닛으로 지어졌다. 호텔 타워에는 이중창으로 둘러싸인 형태와 모양이 똑같은 205개의 객실이 있는데, 마치 유리로 봉인된 칸막이처럼 보인다.

 

스웨덴은 1995년 ‘성과 코드 시스템’을 채택하기 전까지 목조 건물을 2층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지금은 엔지니어가 안전하다고 증명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목조 건물의 높이를 마음대로 정해 하룻밤 사이라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주택 건설을 포함한 건설 부문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40%를 차지한다.

 

그러나 스웨덴에서는 그 절반인 20%에 그치고 있다. 많은 건물이 국가의 풍부한 목재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목재는 다른 재료보다 비싸다. 하지만 목재로 건설하면 에너지가 덜 들고 건설 속도가 빨라진다. 즉, 건물주는 건물 대출금을 갚고 더 빨리 임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호텔을 설계한 「White Arkitekter」사의 담당자인 오스카 노렐리우스는 양질의 목재는 비싸서 이를 보전하기 위해 공장에서 생산한 모듈로 건축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그는 “호텔 객실 모듈에 욕실 등 모든 마감재를 조립해 넣고 운반했다”면서 “이런 건축 방식은 호텔과 비슷한 기숙사, 사무실, 병원을 짓는 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객실 모듈 유닛은 「Lindb cks」와 비슷한 공장인 「Derome」에서 조립됐다. 95%가 완성된 상태로 건축 현장으로 운반돼 크레인으로 쌓아 올렸다. 다만 바람이 세게 불 때가 있어서 일주일에 16개의 유닛을 한 층씩 쌓아 올리고 볼트로 고정했다. 그게 전부다.

 

호텔 모듈은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것과 동시에 현장 밖에서 조립했다. 건물주에 따르면 이러한 병렬(竝列) 공사로 1년의 공사 기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더구나 이 호텔은 객실뿐만 아니라 공공 도서관, 두 개의 미술관, 여섯 개의 극장이 있는데 이 또한 표준화된 목재 모듈로 지었다.

 

우리나라의 건설 현장을 가 보면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건설 자체가 불가할 정도이다. 앞으로 가면 갈수록 우리나라의 노동력 부족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외국의 한 노동통계에 따르면 건설 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42세다. 전통적인 건설은 예측할 수 없는 요소에서 예측할 수 없는 시간 동안 일해야 하며 작업 현장에서 자재를 들고 오르고 내리려면 상당한 체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택 완성형 공장에서는 그러한 육체적 제약이 반드시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로 주택 완성형 공장인 「Lindb cks」에서는 노동력의 30% 이상이 여성이다. 참고로 미국 건설 노동자 가운데 여성은 전체의 15% 미만이다.

 

 

◇지방소멸을 막으려면 의식주의 해결부터

 

이번에 정부가 거주형으로 허용한 10평짜리 농막은 말로만 농막이지만 거주형이 되면서 일반 모듈러형 주택과 마찬가지로 들어갈 건자재는 모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단지 크기가 작을 뿐이다. 그래서 이 농막 또한 현장에서 직접 짓는 방식이라면 소형 주택 제조사 입장에서 들어가는 재료비나 인건비를 따져보면 남는 게 별로 없어 생산을 외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주 필자는 서울에서 파주시와 연천군 북쪽 경계에 있는 파주시 적성면 어유지리에 가는 동안 도로변에 전시된 여러 소형 전원 주택들을 볼 수 있었다. 원두막을 현대화한 2층짜리 소형 농막 주택을 만드는 현장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원두막형 농막은 아래 윗 층 10평짜리로 1층은 거실, 2층은 잠자는 곳으로 사용한다. 특허를 받은 주춧돌 4개는 장소를 불문하고 설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니 기존의 농가 터에 설치해도 좋고, 산속이든 들이 든 장소 불문으로 두 사람이 생활하기에 불편이 없다. 농어산촌에 살면서 집이 크면 청소하거나 관리하기가 불편할 때가 많다. 그런데 10평짜리 농막은 사실 그럴 걱정이 없어 보여 농어산촌에서 살아 보고 싶은 젊은이나 은퇴자들에겐 안성맞춤일 것 같았다.

 

농어촌에 연고가 없는 젊은이나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가 자기 땅이 없고, 둘째가 살 집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웨덴의 「Lindbacks」의 완성형 주택 생산 방식을 도입해 10평짜리 거주형 농막을 싸고 빠르게 공급할 수 있게 해준다면 어떨까?

 

달팽이처럼 자기 집을 머리에 이고 다니는 그런 집을 국민 누구나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면 농어촌 인구 감소를 줄이는 획기적인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아직은 소형 주택을 만드는 회사들이 10평짜리 거주형 농막을 스웨덴의 공장처럼 30분 만에 한 채씩 생산하는 설비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 보여서 그렇지만 정부가 나서 도와준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정부는 10평짜리 거주형 농막을 허용한다고 생색만 낼 게 아니라 소형 주택이나 거주형 농막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다훈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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