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들은 '곰팡이'가 7배 빠른 성장 보이는 이유는?

  • 등록 2024.12.05 13:48:49
크게보기

지하 여장군의 분노? 임진강변에서 나는 들었네

 

자연의 소리를 흙 속의 유익한 곰팡이에 들려주면 그들의 성장 속도가 개선된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이는 흙에다 (죽은 자를 위해 드리는) 예배를 드리면 (이를테면, 산불이 지나간) 숲의 흙에 사는 미생물이 기력을 회복해 숲 전체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뉴욕타임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10월 3일 자, Scientist found a surprising way to make fungus happy) 병원균으로부터 나무뿌리를 보호하는 녹색 미세 곰팡이 트리코더마 하르지아눔(Trichoderma harzianum)에게 자연의 소리를 들려준 결과, 침묵의 세상에서 자란 곰팡이보다 7배나 빠른 성장 속도를 보였다.

 

우리가 무심코 밟은 발바닥 크기의 흙 1g 속에는 100만 종의 박테리아와 세균, 수십억 마리, 딱정벌레, 톡토기 등 무수히 많은 벌레가 살아간다. 흙 속은 재즈 음악조차도 가장 어울리지 않는 암흑의 세계라고 생각하는 게 십상이지만 강력한 마이크를 사용하면 소리가 음향적으로 얼마나 빨리 전달되는지를 알고 놀라게 될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안 일부 미생물학자들은 미생물이 자라도록 격려하는 소리가 있을까? 라든가 곰팡이에게 (밤에 사랑하는 여인의 집 창밖에서 부르는) 세레나데를 불러주면 몸을 뒤틀면서 소리를 지르게 될까? 라는 등의 의문을 가졌다.

 

최근 「Biology Letters 저널」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그 의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 이다. 실험실에서 발견한 그와 같은 결과를 자연에서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면 그 소리는 숲의 건강을 개선하고 유익한 미생물이 뿌리를 내리고 번성하도록 격려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과학자들은 열대 나무숲과 산호초 군집지역뿐만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자연환경에 마이크를 설치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어떤 한 곳의 환경에서 나오는 소리가 생물 다양성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는 종종 음향생태의 연구 주제인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 음경(音景). 주변을 둘러싼 환경으로부터 형성된 소리 혹은 그런 여러 소리의 조합을 일컫는다〕가 복잡할수록 생물의 다양성이 더 풍성해지고 건강하다는 것을 말이다.

 

이를 보면 온전한 생태계의 소리를 재생해 손상된 생태계에 들려주면 그 생태계가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호주 애들레이드 해안의 건강한 굴 암초에서 녹음된 소리가 과도한 어획으로 파괴된 지역으로 새로운 굴 유생(幼生)을 유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양 미생물군을 연구하는 호주 플린더스 대학교의 미생물 생태학자 제이크 로빈슨은 일부 박테리아의 성장에 소리가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큰 플라스틱 통에 방음 발포 고무를 깔아 곰팡이가 사는 조용한 공간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녹색 미세 곰팡이 트리코더마 하르지아눔(Trichoderma harzianum)을 조금 넣은 페트리 접시를 통에 넣었다. 하루에 한 번, 그는 이명 환자를 돕기 위한 YouTube 동영상을 30분 분량의 백색 소음-일정한 스펙트럼을 가진 소음-을 일부 접시에 틀어 주고 곰팡이가 얼마나 많은 포자를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세포가 접시를 얼마나 덮고 있는지 평가했다.

 

"처음엔 별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어요." 로빈슨 박사가 말했다. 백색 소음에 노출되지 않은 접시와 노출된 접시는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실험 3일 차 되던 날 소리를 처리한 균류는 과속 상태에 돌입했다.

 

녹색 미세 곰팡이의 포자는 밝은 녹색이 되었고, 백색 소음 접시는 이끼가 낀 청록색이 되었다. 5일 차가 되는 날 균류를 소리에 노출하면 성장 속도가 7배가 더 빠르고 2배 이상 많은 포자를 생산한다는 것을 그들의 숫자로 계산할 수 있었다.

 

소리가 왜 이런 효과를 냈는지는 그 메커니즘은 명확하지 않다. 로빈슨 박사는 음파가 압력에 민감한 곰팡이 세포의 수용체를 공격하고 이 수용체가 성장 유전자를 켜는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어떤 소리를 들을 때 어떤 유전자가 켜지고 꺼지는지 이해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미생물이 소리가 있는 곳에서 더 잘 자라도록 진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이 침묵으로 상대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듯 흙 속 미생물도 침묵을 자신들이 성장할 수 없는 적대적 환경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그 주장이 100% 정확한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소리에 대해 일부 미생물은 싫어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미생물에게는 도발적인 성적매력처럼 그들을 끌어당기고 있는 느낌을 줄 수도 있을 테니까.

 

로빈슨 박사는 “언젠가 흙 속 미생물에게 활력을 주고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는 특정한 음경(音景)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나는 임진강 수위보다 40m 정도 높은 곳에서 무심하게 흘러가는 강물을 아무 생각 없이 멍청하게 내려다보는 물멍의 시간을 가졌다. 강물까지 거리가 70m 정도 떨어져 있어서 물소리가 들리지 않은 가운데 공중에서 수면 위로 내려오거나 물 위로 이동하는 많은 종류의 철새를 오디오가 없는 영상물을 보듯 바라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숲속에서 들리던 새소리, 코끝을 스치는 바람결이 소멸하면서 주변 수 km가 정적(靜寂)에 휩싸였다. 들리는 소리라곤 내 귀에서 삐이~하는 이명뿐, 그렇게 자연이 침묵하는 몇 분이 이어질 때였다. 지금까지 내가 느껴보지 못했던 낯선 울림 같은 종류가 귓전에 닿고 있었다. DMZ 너머 북녘 동포들의 아우성이 음파로 전해지는 것은 아닐 터이고....이게 뭐지?

 

그것은 43억 년 전, 생명이 없는 육지에 최초로 발을 디딘, 우주의 딴 곳에서 온 것 같은 흙의 분해자(分解者)인 세균과 균류가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내는-이들이 없으면 썩는다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그리고 식물의 뿌리가 영양분을 빨아들이며 자라면서 내는, 발밑 소우주(小宇宙)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 소리는 자연스럽지 않았다. 현대기계 문명의 굉음(轟音)에 맞서 일으킨 반란의 외침 같았고 지상의 인류를 식량 위기로 몰고, 국가 간 전쟁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경고처럼 들렸다.

 

우리가 죽어야 비로소 돌아가는 곳,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의 소우주는 지금 지상에서 만든 무수한 독극물과 오염물로 인해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일말의 주목도 받지 못하고 지구 곳곳에서 이들을 저승으로 보내는 장송곡만 울리고 있다.

 

그래도 괜찮을까? 우리의 생사 여탈권을 쥔 흙의 지배자, 지하 여장군이 격분하여 지상의 모든 존재에 대해 해코지를 하면 이를 피할 방도가 없다. 허공에 곡선 무늬를 남기며 수십여 마리의 쇠기러기 무리가 끼르륵 끼르륵 울면서 날아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자연의 소리를 지하의 소우주 세계에 되돌려 줘야 한다는 듯이.....

 

관련 기사 

경제성장률이 높든 낮든...번창하는 '도넛 경제모델'이 뭐지?

하늘의 흰 구름 너마저....환경파괴 없는 경제적 미래를 위해

비만과 당뇨 잡는 그 많던 산토끼는 다 어디로 갔을까?

All business is local, 모든 경제는 지역으로부터 시작된다

​​​​​​​중국의 탄소배출량 급상승, 세계 기후 정치판이 뒤바뀔까?

세계적 반발에 부딪힐 환경 고립주의

부산에 쏠린 세계인의 눈, 플라스틱 환경 재앙을 막아라!

핵에너지, UN 기후 총회의 스타가 되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Copyright @2012 M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회사명 (주)방송문화미디어텍|사업자등록번호 107-87-61615 | 등록번호 서울 아02902 | 등록/발행일 2012.06.20 발행인/편집인 : 조재성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방로69길 23 한국금융IT빌딩 5층 | 전화 02-6672-0310 | 팩스 02-6499-0311 M이코노미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무단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