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business is local, 모든 경제는 지역으로부터 시작된다

  • 등록 2024.12.13 17: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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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영무의 기후칼럼-25

 

인도의 최북단으로 카슈미르의 동부에 있는 옛 라다크 왕국은 파키스탄과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인도(28개의 주와 8개의 연방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음)가 통치하는 연방 직할 구역으로 인구 29만 명, 면적은 우리나라(남한)보다 약간 적다.

 

1974년까지 외국인 관광객의 출입이 거의 허용되지 않았는데 1975년, 스웨덴의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라는 여성이 그곳에 들어가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만들고 최초로 라다크 사전을 만들면서 그들과 사랑에 빠졌었다.

 

올해 78살이 된 그녀는 당시 "그들은 제가 만난 사람 중 가장 행복하고, 가장 생기가 넘치고, 가장 빛나게 즐거운 사람들이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당시 그녀는 서구세계와는 너무나도 다른 가치로 살아가는 라다크 마을 사람들에게 매료되어 우리 현대사회와 지구 전체를 그들과 비교해 우리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오래된 미래』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은 1992년 발간 이후 세계 5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지금까지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하지만 현대문명의 때가 묻지 않았던 라다크에도 수십 년에 걸쳐 세계 무역과 경제 개발 여파가 밀려오면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실업, 빈곤, 오염, 우울증, 자살, 그리고 문화 집단 간의 분열이 증가했다.

 

그녀는 라다크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일상화된 그 같은 현상을 줄이고 기후 변화와 정신적 웰빙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경제를 강화하면서 세계 무역 시스템 가운데 가장 낭비적인 요소를 덜어내야 한다며 비영리 단체인 「Local Futures」를 만들었다.

 

세계 무역 시스템 가운데 식량 거래는 점점 더 먼 거리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와중에 미친 듯이 대량해고가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식량을 생산 현지에서 소비하는 게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서 임가공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은 수입하는 식량만큼 쇠고기를 수출하고, 영국은 수입하는 식량만큼 우유와 버터를 수출한다. 생선은 유럽, 호주, 미국에서 중국으로 보내져 뼈를 바른 뒤 다시 들여온다. 사과는 전 세계로 보내져 세척된 뒤 왁스를 발라 유통된다. 새우는 영국에서 태국으로 보내져 껍질을 벗기고 있다.

 

또한, 곡물 메이저와 같은 글로벌 회사나 단체로부터의 압력 때문에 세계는 점점 더 단일 작물 재배 쪽으로 가고 있다. 단일 작물 재배는 환경 파괴적이다. 많은 화학 물질(농약, 화학비료), 첨가물,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매우 강한 독성을 배출하고 지속 가능해야 할 흙을 죽이고 있다.

 

사람들은 단일 재배가 겨울에 딸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오해다, 딸기 무역 거래가 일어나는 것은 세계 무역으로 무역업자들이 부유해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오해는 로컬푸드(local food)가 어찌 됐든 비싸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로컬푸드가 비싼 이유는 정부가 더 큰 도시로 이러한 작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항구, 공항 그리고 초고속도로와 같은 사회기반시설을 포함한, 글로벌 무역 시스템을 보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산으로 막힌 A지점에서 B지점으로 터널이 뚫리면 B지점의 땅값이 올라가 좋겠지만 B지점에서 대량으로 생산된 단일 품종이 다른 먼 지역으로 가기 위해서 생산비, 운송비, 인건비, 택배비 등의 추가적인 투입비용이 늘어나 소비자 가격이 그만큼 상승할 것이니까 말이다.

 

수천만 가지의 경우의 수가 얽히고설켜 우리 모두 경제적으로 볼 때 서로 속고 속이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이러한 불필요한 중복을 피하는 일이야말로 탄소 배출을 체계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장 쉽고도 고통이 없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더 많은 환경운동가가 서로 뭉쳐 일치된 목소리로 글로벌 무역과 글로벌 독점 품목에 호의적인 세금, 보조금, 그리고 보호 규제를 중단하도록 정부에 요구하고 그 대신 지역별 세금을 부과하고 지금까지 지역경제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규제를 풀도록 요구하라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기존 메커니즘을 빨리 바꿀 수 있으니 철저하게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더 순환적이고, 지역화된, 다양한 경제를 지지함으로써 우리는 에너지 소비를 대량으로 줄일 수 있고 지역의 로컬푸드 운동을 통해 소규모의 다양화된 농장에서 사실상 화학 첨가물이 필요 없고 토지 단위당 생산성이 관행 농장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것을 널리 알릴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소지역이나 더 큰 지방 수준에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생산성을 늘리면서 야생 동물을 위한 생태 공간을 되찾을 수 있고 전체적으로 지역 생태적 건강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지역 결제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혜택은 여러 가지다. 작은 농장은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므로 일자리가 더 풍부해지고, 농장은 더 가까운 시장과 연결됨으로써 일자리가 더 의미 있고 즐거워진다. 사람들은 고객과 소통하고 좋은 건강한 음식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받게 된다.

 

우리의 삶의 질, 웰빙은 많은 커뮤니티와 동물 및 식물과의 접촉빈도가 잦아질수록 증가한다. 우울증, 불안 및 기타 정신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커뮤니티와 자연과의 연결을 통해 치유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있다. 특히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고 소중히 여기는 지역 음식과 연결될 때 더욱 그러하다.

 

스포츠에서 다국적 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제의 주체는 지역경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All business is local」,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길은 우리의 건강과 기후 변화를 악화시키는 글로벌 무역 시스템을 점차 해체하고 지역 단위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기후위기의 해답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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