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중류, 전라남도 서남의 대부분을 자치하는 나주평야. 그 가운데에서도 나주시 문평면 노병언 씨 소유의 3만2000평이 넘는 논은 수확기를 앞둔 신동진 품종의 벼와 가루쌀 벼가 황금 들판을 이루고 있었다.
지난 11월 중순, 논에서 벼를 수확해 탈곡한 다음 자루에 담는 노란 콤바인 하베스터(Combine Harvester) 한 대가 그의 논에 들어가 가르마를 가르듯 누비며 탈곡한 낟알을 큰 자루에 쏟아냈다. 노 씨는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콤바인이 그에게 가까이 오자 큰 소리로 콤바인 기사에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기사님 보시기에....우리 쌀 농사가” 노 씨는 올해 날씨가 워낙 더웠던 데다 벼멸구가 극성을 떨어 쌀농사를 망친 사람들도 많아서 자신의 벼농사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노씨의 질문에 50대 콤바인 기사는 콤바인 엔진을 잠시 멈추더니, 쓰고 있던 모자를 이마 위로 밀어 올리며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다른 곳에 비하면 정말이지 여기 농사는 참 잘 됐어요.”
콤바인 기사의 칭찬을 듣고 기분이 좋아진 노 씨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다. 실제로 노 씨가 이날 수확한 벼의 도정(搗精)률은 작년보다(76.2%) 못했지만 73.4%를 기록해 올해 이 지역에서 가장 잘 나왔다. 일반적으로 벼의 도정률은 정미소마다 약간 다르긴 하지만 50% 정도이고 보편적으로 69%를 평균으로 잡고 있다. 그러니까 노 씨가 올해 지은 쌀은 평균 도정률보다 15% 이상 높은 셈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올해는 날씨가 무더웠던 데다 비가 많이 와서 쌀이 여물지 못했다. 쌀농사도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불어 줘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다 보니 벼 밑둥을 갈아먹는 벼멸구가 생겨 농사를 망친 농가가 한 둘이 아니었다.
노씨는 벼 밑둥을 잡고 “보세요 이런 부위를 먹어버린다니까요. 벼멸구가 얼마나 무섭냐면, 오늘 오전 오후까지도 괜찮았는데 다음날 아침에 가보면 벼 밑둥이 벼멸구로 동그랗게 뚫려버려요. 습하고 공기가 안 통하니까 이물질이 생겨서 그런 현상이 생긴 거죠. 인근 지역인 영암, 해남, 강진 쪽은 초토화됐잖아요. 올해 쌀값이 비싸질 거라는 이야기가 거기서 나오는 거예요.“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노씨는 자신이 벼농사에 성공한 숨은 이유을 알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다시마액비를 지난해부터 사용해 논의 땅심을 살린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농사일기를 꺼내 보이면서 말했다. “여기에 올해 1년간 쌀농사 지으면서 농자재를 어떻게 사용했는지가 모두 적어 두었죠. 육모부터 수확하는 시기까지 모두 다 정리해 놨어요.”
2년째 다시마 액비로 쌀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한 마지기(200평당) 금손다시마 액비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빼곡하게 적어 두었다. 그는 200평당 금손다시마 액비가 5만원 정도 들어갔다고 했다. 그의 다시마 액비 유기농 일기에 따르면 노 씨는 올해 총 3만5천여 평 가운데 1만 2000여 평에 가루쌀(분질미)을 심어 지난해 보다 생산량이 8%가 늘었고, 신동진 품종 쌀은 24%까지 생산량이 증가했다.
대부분 농가들이 유기농 벼농사를 포기하는 것은 수확량이 예상만큼 올라가지 않기 때문인데 노 씨는 그런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 “유기농은 정말 힘들어요. 돈도 많이 들고 일손도 많이 필요하고요. 돈이 안 됩니다. 농민들이 시도하고 2년 정도 지나면 대부분 포기하는 이유가 이겁니다”라며 노씨는 안타까워했다.
◇ 유기농 전환기 3년...농민들 이 기간 버티기 힘들어
노씨는 “유기농 전환기가 3년”이라면서 “3년을 지나야만 유기농업체로 인증을 받는데 대부분의 농가들은 3년을 버티지 못한다”고 했다. 노 씨 자신도 2년 만에 일반 쌀에서 가루 쌀로 바꾸겠다고 하는 건 유기농 쌀 농사는 돈도 많이 들고, 일도 많고, 수학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탄했다.
“우리나라에서 친환경을 7%까지 올린다고 하잖아요. 현재 3.6%밖에 안 되요. 왜냐면 수익도 떨어지고 판로도 어렵고, 일도 많고, 첫째는 풀과 싸우는 게 지쳐요. 100% 유기농으로 하려면 제초제를 쓰면 안 되잖아요. 유기농 토지에 제초제 해버리면 바로 성분이 나타나거든요. 유기농 단지에서 수확한 쌀을 정부에서 다 팔아주든지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누가 하겠어요. 의욕이 없어요. 현재로서는 유기농으로 일반미를 하면 6천~8천 원 정도 손해 보는 거니까요. 그러니까 유기농으로 안 올라가는 거죠."
"내가 유기농을 해보니까 정말 힘들어요. 주위 사람들도 그래요. 40kg 한 포에 1만 원 정도 값을 쳐 준다라면 하겠다고 해요. 그만큼 수고가 많이 들어 간다는 거에요. 제초제 해버리면 농사 편하게 지을 수 있죠. 동강에서도 60헥타르 친환경 하다가 다 포기했잖아요. 안 맞으니까요. 첫째로는 판로가 열려 있어야 되고, 둘째는 단가가 맞아야 돼요. 지금 친환경농업이 4%도 안 된다는 건 그만큼 어렵다는 건데 정부가 이 부분을 간과하는 거에요. 친환경으로 유기농업을 한다면 80kg 한 가마당 3만 원 정도는 올려줘야죠. 그럼 친환경농업을 올릴 수 있겠죠.” 그는 그간의 경험을 거침없이 길게 토로했다.
◇ 1등급 쌀 20키로 한 포당 7만7천원에 판매
하지만 그는 다시마액비를 사용하고 나서 1등급과 2등급의 비율이 반반인 일반 농가들과 달리 자신은 거의 1등급을 받았다고 했다. 가루쌀도 620가마 모두 1등급을 받았다.
“등급별 금액 차이가 40kg당 2천 원 정도 차이가 나서 620푸대면 120만 원입니다. 농사에서 120만 원은 어마어마한 거에요. 제가 3만2000여 평에 로터리 비용(900만 원). 한 마지기에 6만 원이면 150마지기면은 53,900 정도에다 드론값도 줘야지. 콤바인. 반타작 한 거도 드려야지...여기에 인건비를 포함하면 전혀 안 맞아요. 내가 농사를 지어보니까 농사를 지어서 수익을 내 먹고 사는 게 아니고 호주머니에 넣어뒀던 돈이 한 달이 가도 그대로 있어요. 사업했을 때는 반 나절도 안 돼서 사라졌는데 농사 지으니까 쓸 시간이 없어요. 지갑에서 돈이 꺼내려고 하면 돈이 딱 붙어가지고 안 떨어집니다. 그만큼 바쁘다는 거죠.”
그는 또, “저는 올해 쌀 20kg 한 포에 7만7천 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 쌀을 드셔본 분들이 맛이 좋다면서 예약이 많았어요. 지난해는 7만5천원을 받았는데 올해는 2천 원을 더 올려서 받겠다고 했더니 알겠다면서 불만이 없으시더라”면서 자신이 지은 쌀의 밥맛 만큼은 자신했다.
◇ 칼슘, 마그네슘, 아연, 망간 등 성분 함유
최근 금손다시마 쌀을 한국기능식품연구원에 의뢰해 성분 검사를 한 결과 맛있는 밥맛의 조건인 조단백질 함량(6%이하여야 함)이 5.8%, 칼슘 5,96mg, 마그네슘21.59mg, 아연2mg, 망간 0.75mg, 그리고 면역력을 위해 꼭 먹어야 하는 수십종의 각종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노씨는 “다시마 액비를 사용해서 유기농으로 지은 쌀로 밥을 지으면 밥맛이 일반 쌀하고는 확실히 다르다는 말을 소비자로부터 많이 들었다”면서 “성분 검사 결과를 토대로 다시마 브랜드 쌀-특히 어린이를 위한 기능성 쌀로 팔아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의 주식인 쌀소비가 최악으로 떨어진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노씨는 밥맛이 떨어진 것도 원인의 하나라고 단언했다. “지금처럼 한 공기에 천 원 하는 쌀밥을 가지고 어떻게 아이들이나 여성들에게 쌀밥을 먹으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그는 “이제 국민 모두가 생태농업으로 생산된 쌀을 소비해 주고, 농민들도 이에 부응해 유기농 생태농업 쌀을 생산하는 선순환을 이루어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고 했다.
지금과 같은 관행농업이 더 지속되면 대부분 우리 논의 땅은 땅심을 잃고 도열병 같은 각종 병충해에 취약해 우리의 식량 안보를 지켜 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