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가 싶더니...' 尹정부, 멈추지 않는 '기후 악당' 짓

  • 등록 2024.12.13 10: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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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투자 멈추지 않고 있어 전 세계적 맹비난
비상 계엄 사태로 변화 가질 기회 그나마도 사라져

 

한국은 지난 달 끝난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9)에서 전 세계 환경 단체로부터 '기후 악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한국은 캐나다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많은 공적금융을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제공 중인 나라(2020~2022년도 기준)로, 2020년 말 탄소중립 선언 이후에도 해외 화석연료 투자액을 늘리는 행보를 보여왔다. 

 

'오늘의 화석상' 1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오늘의 화석상’은 세계 150개국 2000개 넘는 기후환경 운동단체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International)’가 COP 기간 중 하루에 한번 꼴로 기후협상을 늦춘 국가를 선정해 수여하는 불명예 상으로, 1999년부터 시작됐다. 한국은 지난해 처음 3위로 수상국 명단에 오른 바 있다.

 

불명예를 벗을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은 벗지 못하고 있는 데는 탈 탄소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 때문이다. 한국은 이대로 탈 탄소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일까. 

 

◇ 한국을 향해 쏟아지는 세계의 비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1개 수출신용협약 회원국(유럽연합 포함)이 동의하는 ‘화석연료 금융 제한’ 결의에 발목을 잡고 있는 한국을 향해 15개 국가 국회의원, 환경단체 등 64개 단,주체의 항의를 모은 서한이 지난 5일 우리 정부에 전달됐다. 

 

이번 서한에는 호주의 캐시 오코너(Cassy O'Connor), 영국의 나탈리 베넷(Natalie Bennett), 아프리카 감비아의 혼 아마두 카마라(Hon Amadou Camara), 콜롬비아의 안드레 칸시만스 로페즈(Andrés Cancimance López),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의 랠프 레젠바누(Ralph Regenvanu) 등 세계 15개 국 국회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또 서울환경연합, 그린피스(Greenpeace), 저먼워치(Germanwatch), 우르게발트(Urgewald) 등 세계 각국의 49개 시민단체 등도 동참했다.

 

서명 참여자들은 “우리는 지금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이는 OECD에서 진행 중인 화석연료 수출 금융 제한 협의에서 국제 사회의 공동 노력으로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며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사회와 협력해 화석연료 금융을 중단하는 데 동참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OECD 수출신용협약 11개 회원국은 각 나라의 공적수출신용기관의 해외 가스, 석유 등 화석연료 프로젝트 자금 제한을 논의 중이다. 대다수의 나라들이 동의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튀르키예만이 현재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화석연료 금융 지원이 많은 일본도 반대 입장에서 찬성으로 돌아서 한국은 점점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한국은 2020~2022년 동안 매년 약 100억 달러(약 14조 원)의 화석연료 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캐나다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그 액수가 큰 탓에 ‘기후 악당’으로 불려 왔다. 

 

이들은 서한에서 “추가적인 화석연료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를 줄임으로써 대한민국은 기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화석연료 부문 좌초자산으로 인한 잠재적 위험도 효과적으로 회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기후환경단체 ‘오일 체인지 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의 애덤 맥기번(Adam McGibbon) 캠페인 전략가는 “유럽연합, 미국, 영국, 캐나다가 화석연료에 대한 410억 달러 규모의 수출 금융을 중단할 수 있는 제안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OECD 국가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마지막 차단자로서 완전히 고립될 위험이 있다. 한국이 청정에너지의 미래를 지지할 것인지, 아니면 홀로 서서 과거의 오염되고 위험한 화석 연료 에너지 시스템을 받아들일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냥 흘려버린 기회

 

지난 11월 25일~ 12월 1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INC-5는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중요한 자리였다. 한국은 주최국으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마무리 됐다. 

 

협상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의장이 제안한 협상 텍스트인 '제3차 비문서(Non-paper 3)'의 지위와 협약 채택 시 만장일치 합의(consensus)에 이르지 못하면 다수결 투표로 결정한다는 규칙을 둘러싸고 의견이 나뉘었다. 때문에 각 조항에 대한 실질적 협상을 진행하는 ‘컨택 그룹(contact group)’ 회의가 지연됐다.

 

컨택 그룹 협상에 돌입한 이후에는 국가 간 입장 차이로 구체적인 진전도 이루지 못했다.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은 자발적인 국가 차원의 노력을 강조한 반면, 오염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겪고 있는 도서국은 생산 감축 목표를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면서 간극이 컸다. 결국 협상 마지막 날까지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한국은 개최국으로서 국제적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를 잡았으나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협상 진행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주도적으로 명확하고 야심찬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고,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에만 초점을 맞춘 소극적인 태도를 지속했다.

 

한국 정부는 주요 플라스틱 생산국 중 하나임에도 인류의 미래를 고려한 합리적 감축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한국 정부는 INC-5를 앞두고 도서 국가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주도한 협약 중 1차 폴리머를 규제해야 한다는 '부산으로 가는 다리(Bridge to Busan)' 선언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협상 4일 차인 11월 28일 파나마를 주축으로 한 100여 개국이 참여한 글로벌 감축 목표 지지 성명에도 한국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그러다 11월 30일 밤 협상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플라스틱 생산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감축하는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는 개최국 연합 성명서에 동참했다.

 

이번 INC-5의 7일에 걸친 협상 과정은 국경을 초월하는 환경 문제에 관한 새로운 협약의 성안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다. 전문부터 시작해 협약의 구속력에 영향을 주는 “shall” “may” “should” 등 동사 하나하나가 중요하게 다뤄지다 보니 아침부터 새벽까지 지지부진한 협상이 이어졌다.

 

한국 환경 단체 기후솔루션은 "플라스틱 생산량 증가와 관련 설비 확충이 기후 위기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한국 정부가 직시해야 한다"며 “플라스틱 생산 감축은 국가적 차원의 자발적 노력만으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국제적으로 검증 가능하며 구속력 있는 협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세계 4위 플라스틱 생산국으로서 국제적 책임을 다하고,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 사태가 환경 정책에 미치는 영향

 

한국이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지난 10일 OECD 기후 변화 회의가 중요한 찬스였다. 여기서 한국이 화석 연료 투자에 대한 방침을 바꾼다고 선언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다른 쪽으로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 자리에서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정책이 바뀌지 않았을 뿐 아니라 '비상 계엄 사태'로 사실상 대통령 직이 유고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재가 없이 환경 정책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 바꿀 마음이 있었는지도 확실치 않지만 바꿀 상황도 안 됐던 것이다. 한국은 어쩔 수 없이 화석 연료 최대 투자국이라는 오명을 계속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COP29에서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수적인 요소인 ‘에너지 전력망 및 전력망 서약’에 참여해, 공동으로 2030년까지 세계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용량을 6배, 전력망은 2040년까지 8000만km를 추가 또는 개조하기로 결의했다. 

 

또한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 감축을 위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 35개 나라는 ‘유기성 폐기물 메탄 감축(COP29 Declaration on Reducing Methane from Organic Waste)’ 선언을 했다. NDC 수립 시 유기성 폐기물에서 메탄을 줄이기 위한 부문별 목표 및 구체적인 정책과 로드맵을 세우기로 했다. 

 

한국이 거둔 환경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이상아 기후솔루션 메탄팀 연구원은 "UNFCCC의 권고 사항에 따라 대한민국이 내년 2월 안으로 2035년 NDC를 발표하는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이 해당 서약에 가입함에 따라 2035년 NDC 상향안에서 유기성폐기물 감축 및 관리를 통한 메탄 감축 목표량이 제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한국의 유기성폐기물 관리의 경우 음식물 쓰레기 및 하수슬러지는 환경부, 가축분뇨는 농림축산식품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다. 이번 선언에 참여함에 따라 유기성폐기물 정책이 보다 통합적으로 관리되고 메탄 배출량 및 감축량이 정교화 되기를 바란다"며 "이번 서약에 동참함으로써 한국은 유기성 폐기물 관리 분야, 특히 기술 분야에서 기후 리더십을 확립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아시아에서 메탄 저감 기술 및 정책을 다른 국가와 지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의 후 로드맵은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의 공적 움직임이 사실상 마비되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주도로 현 정부가 치적 중 하나로 자랑하고 있는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이 전액 삭감 됐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동해안에서 석유 및 천연 가스 발굴을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 단체들은 "화석 연료 시대로의 퇴행을 꿈꾸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정석환 가스팀 연구원은 "대왕고래 사업은 제대로 된 타당성 검증과 투명한 절차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후 악당 사업이라는 점에서 내년도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 기후변화대응 수준이 전 세계 최하위권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대착오적인 화석연료 자원개발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훼손하고 미래세대에 기후 환경적 부담을 떠넘기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철우 기자 butyou@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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