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대한전선, 잇단 해외 수주 여세 몰아 해상풍력용 해저케이블에 공격적 투자

  • 등록 2024.12.19 16: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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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이 싱가포르 전력청으로부터 1,400억 원에 달하는 초고압 전력망 공급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하는 등 미국과 스웨덴, 국내를 포함해 올 4분기에 1조2,000억 원 이상의 수주고를 달성했다. 세계적으로 전력망 수요가 급증하는 것은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분야와 AI 붐으로 인한 대규모 데이터 저장시설인 클라우드 설치 러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한전선이 특별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분야는 해상풍력용 해저케이블 사업이다. 대한전선은 2017년부터 2020년 사이에 진행된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에 케이블을 공급하면서 처음 해상풍력사업에 뛰어들었다. 첫 납품은 해상풍력 발전기와 해상 발전소 사이를 연결하는 내부망 해저케이블이었다.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에서 신뢰와 경험을 획득한 대한전선은 지난 2023년 송이도와 안마도 인근 해역에 설치되는 낙월해상풍력사업에 참여했다. 낙월해상풍력사업은 서남해해상풍력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대한전선은 이 프로젝트에 해상풍력 발전기와 해상 발전소 사이의 내부망 케이블과 송이도 변전소를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을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낙월해상풍력 단지는 올해 착공해 내년 말쯤 완공될 예정이다. 현재 공정은 30%, 해상에 64개의 터빈과 타워를 올려놓을 모노파일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해상풍력용 케이블을 제작하기 위해 당진에 제1공장 1단계 공사를 올해 6월에 완공한 데 이어, 2025년 상반기에 2단계를 마무리한다. 대한전선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제2공장 증설을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제2공장에서는 324kV급 외부망과 525kV HVDC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예정이다.

 

제2공장까지 완공되면 해상풍력용 내부망과 외부망, 초고압 송배전용 케이블 일체를 공급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 해저 케이블은 1-5천 톤에 달할 정도로 무거워 육지 이송이 어렵기 때문에 대한전선은 당진항 부두 근처에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제1,2 공장을 짓는 데, 1조 원의 자금이 투입된다고 대한전선 관계자는 밝혔다.

 

현재 당진 제1공장에서 생산되는 해저 케이블은 154kV급 해저 케이블이다. 이 케이블은 네덜란드의 공인시험기관인 KEMA의 인증을 획득했다. 154kV급 해저 케이블은 해상 발전기와 육상 변전소를 연결하는 외부망 케이블이다. 대한전선은 해상풍력 터빈의 대형화와 발전 용량의 증가 추세에 따라 내부망도 154kV급 해저 케이블이 채택될 것으로 보고 선제 투자를 해왔다.

 

 

◇국내 최초 헤저케이블 포설선 도입, 전 세계에 30여 척 밖에 없어

 

대한전선은 올해 7월에는 해상풍력 전용 해저 케이블 포설선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팔로스’로 명명된 포설선은 6,200톤급으로 한 번에 최대 4,400톤의 해저 케이블을 선적할 수 있다. ‘팔로스’는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콜럼버스가 출항한 스페인의 항구 이름이다. 해상풍력용 해저케이블 시장에 도전하려는 대한전선의 꿈을 읽을 수 있는 이름이다. 해저 케이블 전용 포설선은 전 세계에 30여 척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팔로스는 배 바닥이 평평해 수심과 관계없이 현장에 투입돼 해저 케이블을 안정적으로 섬세하게 포설할 수 있다. 대한전선은 포설선을 확보함에 따라 설계와 생산, 운송, 시공, 시험, 유지보수 등 해저 케이블의 전체 밸류체인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이준 해저사업부 국내영업팀 부장은 대한전선의 해저 케이블의 기술력에 대해서 “우리는 지중 케이블의 해외 실적이 워낙에 많고 기술에 대해서도 해외에 널리 알려진 기업"이라며 "앞으로 해상풍력의 해저 케이블에 대해서도 실적을 쌓아서 해외로 확대하고자 하는 게 우리 회사의 기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장은 이어 "우리 회사는 이미 글로벌 기업이고 해외 네트워크가 확보돼 있다. 우리 회사가 생산 능력을 갖추자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해저 케이블 생산 가능성을 묻는 전화가 많이 온다"며 "현재 공장을 확충하고 전방위적으로 영업을 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공장과 2공장 투자 계획을 현재 추진 중인데 국내에 한정했다면 이렇게 큰 규모의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낙월해상풍력 해저케이블 수주실적 갖고 해외 시장 개척

 

대한전선은 지금까지는 공장이 없어서 본격적으로 큰 규모의 해저 케이블을 만들지 못했지만 지금은 공장도 가지고 있고 낙월해상풍력은 우리 회사가 국내 사업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까지도 더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됐다고 밝혔다.

 

대한전선은 그동안 아프리카 세이셀 섬과 러시아, 호주, 베트남 등지에서 풍력단지와 오일 플랫품 등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대한전선은 이번 낙월해상풍력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소중한 경험을 얻고 있으며 이와 같은 기술적 축적을 발판 삼아 해외 진출의 꿈을 키우고 있다.

 

해외 수주 가능성에 대해서 김상훈 대한전선 해저사업지원팀 팀장은 “해외의 해상풍력 시장은 우리 회사의 메인 타깃"이라며 "우리는 유럽이나 아시아 지역 진출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들어서고 난 뒤 재생에너지와는 거리가 먼 정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미국 시장은 우려가 되는 게 사실이지만 유럽 쪽이나 아시아 지역은 유망하다고 생각하며 해외 디벨로퍼들과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유럽과 아시아 해상풍력 케이블 시장 노크 중

 

해외 시장을 놓고 중국과 경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해선 “최근 중국도 상당히 기술이 올라온 걸로 안다. 다만 중국의 케이블 회사들은 유럽이나 대만 등 해상풍력이 활성화돼 있는 나라로 나가는 게 아니라 내수에 국한되어 있는 실적들이라서 충분한 검증이 되어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물론 우리 회사도 해상풍력과 관련해선 실적이 있는 건 아니나 현재 진행되는 낙월해상풍력과 같은 사업을 순차적으로 만들어 가면서 해외에 나가게 된다면 충분한 경쟁력이 확보되어 진입이 훨씬 용이할 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국산 기자재 사용이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필요성을 충분히 인정하지만 우리 기업들의 노력과 정부 지원이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팀장은 "해상풍력의 공급사라든지 디벨로퍼들은 유럽 쪽이 많고 그들이 선두주자이다 보니 기자재 같은 것을 유럽 회사에서 구매해야 하는 자재들도 다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해상풍력 시장이 국내에서 활성화되려면 국내에 있는 서플라이 체인들의 수준이 많이 올라 와야 된다. 산업 구조물도 그렇고 터빈도 그렇고 다른 액세사리들도 국내 업체들을 좀 보호할 수 있는 그런 장치들이 좀 더 마련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풍력사업에 해외자금이 투입되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국내의 열악한 파이낸싱 실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김 팀장은 “해상풍력 사업은 조 단위가 들어가기 때문에 웬만한 자금력이 있지 않고는 단독으로 사업 진행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사업을 하려면 PF을 일으켜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런 준비가 안 돼 있다. 그래서 해외 파이낸싱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미 유럽에서 경험이 있어서 사업이 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국내 금융권에서도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풍력발전 건설사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해외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해상풍력 산업을 매력적으로 바라보고 들어오는 거고 해외 디벨로퍼랑 발전사들이 국내 건설사들과 많은 협업을 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전선, 2021년 새 주인 맞으며 경영실적 크게 개선

 

대한전선은 올해 들어 초고압 케이블, 산업 전선, 소재 등 부문에서 매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베트남, 유럽 등의 해외 법인 매출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신규 사업인 해상풍력 케이블에서도 유의미한 실적을 착실히 쌓아가며 해상풍력의 미래 시장을 바라보며 전력 투구하는 모습이다.

 

대한전선은 지난 2021년 호반그룹에 편입된 후 국내외에서 괄목할 만한 수주를 이끌어내면서 경영 실적에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1조 6,529억, 영업이익 662억도 달성했다. 이는 연결 손익 측정 이후 가장 높은 반기 영업이익이다. 부채 비율도 2분기 말 74.1%로 2022년 이후 100% 미만의 건전한 재무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김소영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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