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대한민국 충청남도를 주목하고 있다."
올림픽이나 축구 월드컵에서나 쓸 법한 문구인데 '환경'에 있어서도 국제적 주목을 받는 곳이 충남이다. 충남은 한국에서 석탄 발전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역으로 2050 탈탄소 시대를 앞두고 산업의 전환이 가장 크게 일어나야 하는 곳이다.
이미 기사에서 수 차례 밝혀 왔지만, 한국은 세계 환경 단체들로부터 '기후 악당'으로 불리는 나라다. 최근엔 각국 정치인들가지 나서서 한국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던지고 있다.
한국은 캐나다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많은 공적금융을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제공 중인 나라(2020~2022년도 기준)로, 2020년 말 탄소중립 선언 이후에도 해외 화석연료 투자액을 오히려 늘리는 행보를 걷고 있다.
충남이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다. 한국이 충남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한국을 향한 세계적인 시선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에 대한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린워싱' 의심 받는 '충청남도'
충남은 변화에서 옳은 길 보다는 쉽고 편한 길을 선택하려 하고 있다. 친환경적인 지자체를 만들기 위해 석탄 발전 대신 LNG 가스 생산이나 블루 수소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라 할 수 있다. 어학사전에서는 그린 워싱을 green + white washing의 혼성어로 '녹색분칠'이라고도 불린다고 정의하고 있다.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를 주로 말하는데, 이는 환경에 관한 대중의 관심이 늘고, 친환경 제품 선호가 높아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환경친화적인 이미지를 상품 제작에서부터 광고, 판매 등 전과정에 걸쳐 적용·홍보하는 그린 마케팅(Green Marketing)이 기업의 필수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기업 이미지를 좋게 포장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고발하기 위해 미국의 다국적기업 감시단체인 코프워치(CorpWatch)는 매년 4월 22일 지구의 날에 ‘그린워싱 기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포드자동차의 경우 1996년 5월호 Popular Science 지에 게재한 새 모델 Synthesis 2010의 광고가 대표적 그린워싱 광고로 선정된 바 있다.
도시의 열섬현상을 심화시키면서도 ‘지구가 더 시원해진다'라고 광고하는 에어컨 회사나, 대안에너지 개발비용을 축소하면서 환경보호 정책에 동참하는 듯 홍보하는 기업들도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LNG나 블루 수소는 탄소 배출량이 석탄보다는 적지만 녹색 에너지라고는 할 수 없다. LNG나 그린 수소 역시 탄소를 배출하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이 에너지원의 탄소 배출을 막으려면 탄소 포집기 등 또 다른 장치가 필요한데, 아직 국제적으로 탄소 포집이 탈탄소까지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위험 에너지인 셈이다.
지자체가 좀 더 저렴해 보이고 접근이 쉬운 LNG나 그린 수소를 앞세워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화석 에너지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접근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모 환경단체 A연구원은 "정부가 녹색 에너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화석 연료와의 끈을 놓으려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재생 에너지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LNG나 블루수소 처럼 탄소 배출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 하고 있다"며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LNG나 블루 수소는 장기적 관점에서 대안이 될 수 없는 에너지다. 확실한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을 지금부터라도 시도해야 한다. 어려운 길이겠지만 피할 수 없는 대세다. 화석 연료의 성지라 할 수 있는 충남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 충남, 재생에너지가 더 큰 성과 낼 수 있다
최근 충남이 지역 경제의 가치사슬을 가스로 전환하는 것보다 재생에너지에 집중하면 취할 수 있는 이익이 더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원, 기후솔루션은 지난 18일 충남의 에너지 전환에 따른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보고서(충청남도 에너지 전환의 사회경제적 효과 분석: 재생에너지와 가스 발전 비교)를 펴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현실적인 재생에너지 전환 시나리오와 가장 이상적인 (시장 잠재량 달성) 전환 시나리오에서 2050년까지 누적일자리(FTE)는 약 2만 7000개에서 약 108만 개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이 재생에너지 시장 잠재량을 달성하는 수준으로 전환할 경우 2050년까지 누적한 값을 기준으로 최대 108만개 일자리(FTE)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재생에너지를 통한 지역내 부가가치 창출 기여도는 2022년 기준 충남 지역내 총생산(GRDP)의 최대 5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LNG 전환 물량만큼 재생에너지를 도입하는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에서도 일자리가 누적해서 2만7000개는 창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가스 발전으로 전환 시 예상되는 일자리는 누적 최대 2만 9000개로 부가가치 창출 기여도는 2022년 GRDP 기준 3%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됐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훨씬 더 유리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충남은 전력 자급률이 214%이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석탄 발전소가 집중돼 있다. 자연스럽게 충남은 대기오염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중대한 도전 과제를 안게 됐다.
충남은 오는 2038년까지 석탄 화력 발전소 18기(총 9GW)를 퇴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석탄 발전소가 가스 발전으로 전환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이 중 일부는 충남 지역 내에 건설될 계획이다.
그러나 가스 발전으로 전환하더라도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 문제는 남아 있다. 지역 일자리 감소 또한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산업자원통상부가 2021년에 실시한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한 폐지 석탄발전소 활용방안' 연구 용역에 따르면 석탄 발전소를 가스 발전소로 전환하더라도 일자리는 최대 8000개 감소한다고 한다. 이번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시장 잠재량을 실현하면 연평균 4만 개의 장기적인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시나리오별 2050년까지 누적된 지역 내 부가가치 유발효과와 충남 지역 내 총생산 기여도에 대해서도 분석한 자료를 내놨다. 재생에너지 시나리오에서 지역 내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2조 4000억 원에서 74조 2000억 원 까지 추정됐다.
반면, 가스 발전 시나리오에서 부가가치는 약 4조 6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가스 발전 전환 보다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전환이 충남 지역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50년까지 누적된 재생에너지 시나리오에 따른 지역 내 부가가치 창출이 충남 2022년 GRDP의 최대 52.6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충남이 현재 계획을 넘어서 재생에너지 용량을 확장한다면 지역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이 더 급격히 증가할 수 있음을 뜻한다. 투자비용을 반영한 분석 결과에선, 재생에너지는 가스 발전에 비해 경제적 혜택이 훨씬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충남 주요 산업의 부가가치 유발계수를 비교한 결과, 재생에너지는 운영 기간(O&M)에 충남의 주요 산업인 철강 및 화학 산업보다 더 큰 기여를 한다는 것이 사실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운영 기간(O&M)의 부가가치유발계수는 0.491에서 0.600 사이로 나타나는 반면, 철강 1차제품, 기초화학물질, 합성수지 및 합성고무 산업의 부가가치유발계수는 각각 0.363, 0.250, 0.377로 나타났다. 특히 충남은 SK 온 등 배터리 소재 기업 및 산업이 위치하고 있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지역 연계가 이루어질 경우 재생에너지의 경제적 기여는 더욱 탁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보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에너지원의 선택은 여러 세대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정"이라며 "체계적인 계획과 전략적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재생에너지 확대는 국가와 지역 차원에서 가스 발전보다 더 높은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재생에너지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혜택을 실현하려면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등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지원할 다양한 유연성 자원의 확충과 지역 조달 및 인력 양성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서윤 기후솔루션 가스팀 연구원은 “충남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주된 이유는 지역 경제, 정의로운 전환, 지역 소멸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보이지만 충남의 재생에너지 전환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반드시 필요한 단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충남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져올 경제적 혜택은 단기적인 고용 창출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충남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