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에 자영업자 끝없는 절규... "장단기 대책 시급하다"

  • 등록 2024.12.21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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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88.4% "비상계엄 사태 직후 매출 감소" 응답
'계엄사태'로 연말특수 증발...지자체, 지원책 발표 잇따라
정부차원 인건비·키오스크 도입 업장 수수료 지원 등 필요

 

‘12.3 내란사태’로 빚어진 탄핵 정국 여파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소비심리가 급격히 움츠러들었다. 연말 특수로 매출 증가를 기대하던 자영업자와 유통업계는 탄핵정국으로 인한 소비위축이 지속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치권과 각 지자체에선 경기진작을 위한 대책마련에 분주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회생을 위한 근본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자영업자 절반 이상, “탄핵 정국으로 피해봤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은 비상계엄 이후 대다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상공인 경기 전망 긴급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소상공인 1630명 중 응답자 88.4%가 비상계엄 사태 직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매출이 감소한 사업체의 총매출 감소 금액은 100만~300만 원이 44.5%로 가장 많았고 300만~500만 원은 29.1%, 500만~1000만 원은 14.9%로 조사됐다. 2000만 원 이상 손해 봤다는 답도 5.4%였다. 응답자의 89.2%는 방문 고객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6일 발표한 실태조사에서도 소상공인·자영업자 505명 중 탄핵 사태 영향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봤다고 응답한 비율이 46.9%로 나타났다. 주요 피해 사례는 ‘송년회 등 연말 단체회식 취소’(외식업), ‘여행객의 투숙 취소 및 안전 여부 문의’(숙박업) 등이 있었다.

 

 

서울시 영등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연말 회식 단체 손님이 8건 취소됐다고 했다. 그는 “8건이 적은 것 같아도 한건 당 60~80명 정도 되는 큰 예약이었다. 그런데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위에서 회식을 자제하라는 지시로 회식을 취소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세종자치시 소재 A 음식점 대표는 계엄 사태 이후 매장 매출, 배달 매출 모두 급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예약의 경우, 12월 3일 이후로 3건 취소가 있었다. 세종시 내 행정기구가 많아 공무원 손님이 다수인데 매출이 전년대비 50% 이상 줄었다. 동업종 매장이 천안에도 있는데, 천안 매장은 매출이 동년 30% 정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속초에 소재한 B 숙박업체는 12.3 비상계엄 이후로 예약 자체가 없고 문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기준으로 단체예약 1~2건, 개별예약은 약 60건 정도였는데, 사태 이후로 사람들의 이동 자체가 없어서 현재 예약 및 숙박율이 0%로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업체 대표는 “관리비나 인건비 등 나가는 돈이 계속 있는데 매출이 전무한 상황이라 한 두 달 정도는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계속 누적된다면 파산까지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중소기업중앙회 추문갑 경제정책본부장은 계엄 사태로 촉발된 이번 상황에 대해 “연말 특수를 고대하던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기대감까지 무너진 상황”이라면서 “국회와 정부, 중소기업계가 머리를 맞대어 내수경기 회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탄핵가결 후 입장문에서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한 예약 취소와 소비 위축으로 송년특수는 커녕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의 처지가 극한으로 내몰려왔다"며 "이제는 정부와 국회는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하루속히 소상공인 살리기에 나서 주길 바란다"며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한 정책추진을 호소했다.

 

◇ 정부·지자체, 소상공인·지역경제 살리기 위해 분주

 

이런 가운데 경직된 소비 위축에 위기감을 느낀 정부와 지자체들이 송년 모임을 독려하며 소비 촉진에 팔을 걷어붙였다. 행정안전부는 18일 각 지자체와 '지역 민생안정 대책반'을 구성해 축제와 행사, 공무원 송년 모임 등을 적극 지원하는 등 방침을 정하고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고기동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은 지난 9일 시도 부단체장 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12일엔 시도 부단체장 회의 결과를 담은 공문을 각 기관에 전파했다. 15일에도 고 직무대행 주재로 시도 부단체장 회의를 재차 열어 얼어붙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특히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체감경기가 살아날 수 있도록 각종 모임, 회식 등을 권장하는 데 집중했다. 소상공인을 비롯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각 지자체의 정책도 빠르게 나오고 있다.

 

경북도와 경북교육청은 소비 촉진 운동의 일환으로 외부식당 이용의 날을 주 1회에서 2회로 확대 운영한다고 18일 밝혔다. 도청 직원은 1300명 정도로 구내식당 휴무 기간은 구내식당의 운영 상황, 지역사회 경제적 여건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또 소비 촉진과 함께 지역 특산물 팔아주기 운동도 동시에 추진된다. 구내식당 운영일에는 안동 생강, 경산 대추, 고령 딸기, 청도 미나리 등 지역특산물 소비 활성화에도 나선다.

 

포항시와 경주시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민생안정 대책 마련에 나섰다. 포항시는 내년 포항사랑상품권을 2,000억 원을 목표로 발행한다. 또 경제 위기 상황에 취약한 소상공인들의 경영 안전망 확충을 위해 2000억 원 규모의 재원을 조성해 특례보증과 이차보전금 등 촘촘한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주시도 연말 재정집행 실적을 극대화하고, 내년도 상반기 신속 집행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 재정집행 규모를 현재 1조 7054억 원에서 최대 2조 893억 원까지 확대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북도는 난국 타개를 위해 청주상공회의소와 손잡고 지역 경제기관·단체에 전통시장 장보기, 골목식당·착한가격업소 등 이용 캠페인에 동참해달라는 공문을 보낼 계획이다. 아울러 소상공인의 채무 부담 완화를 위해 소상공인 육성자금의 상환 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내년에는 상반기에 이 예산의 70%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자금난을 덜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시는 18일 5개 자치구, 광주은행과 함께 ‘광주상생카드 특별할인 공동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특별할인 기간 동안 광주상생카드 예상 발행 규모는 총 1,000억원이다. 특히 광주상생카드는 시민이 선정한 올해 ‘광주를 빛낸 스타정책’ 4위에 꼽힐 정도로 시민 호응이 높은 정책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에게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 자영업자·소상공인 살리기 시급... 장기 플랜도 必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긴급 지원 성격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근본적인 자영업자·소상공인 살리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 교수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힘들게 하는 고질적인 문제는 바로 고비용 구조의 시장 환경이다. 물가와 인건비가 오르면서 부담이 큰 상태”라고 진단하며 “지출은 느는데 매출은 줄어드니 경영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 고비용 문제를 정부가 어떻게 해소시켜 줄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비용 해결 방안에 대해 정부차원의 인건비 지원 정책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 자영업장 중에서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고용인이 없는 곳이 많다. 식구들끼리 하거나 부부끼리 또는 나홀로 하는 곳이 많다”며 “코로나 기간 미국 정부가 직원을 해고하지 않은 기업에 고용비를 지원해준 것처럼 우리도 고용은 줄이지 않으면서 비용부담은 낮춰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노동자의 원활한 수급과 임금차별화 정책 ▲키오스크 도입 업장의 수수료 지원 문제 등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는 지원정책 등을 제안했다.

 

더불어 이 교수는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정책이 획일화되어 있는 점도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획일화된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영세한 소상공인과 성장형 소상공인은 경쟁력과 시장대응 능력에 차이가 많이 난다. 각자에 맞춰 차별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기 지원도 필요하지만 현재 자금이 없어서 폐업을 하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적극적인 자금 지원과 대출 만기 상환을 대환대출로 연기 해 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며 또 “현재 온라인 판매가 51%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시장 상황에 맞춰 자영업자들이 생존 전략을 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은주 기자 kwon@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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