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성장률이 정체 혹은 감소하고 있다. 앞으로 좋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가난한 근로자는 국가가 정체 상태일 때 비참해진다”고 썼다. 국민 복지를 증진하려면 나라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최근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기존 2.4%에서 2.2%로 낮췄고 내년 성장률도 2.1%에서 0.2%p 내려 1.9%, 2026년에 1.8%로 뚝뚝 떨어질 것으로 보았다. 경제성장률은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의 증가율을 뜻한다. GDP는 한 나라의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 기간 새로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부가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합산한 것이다.
경제성장률은 일자리에 영향을 준다.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1962년 세운 법칙에 따르면, GDP가 2% 증가하면 실업률은 1%포인트 하락한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한 연설에서 “실업률을 1%포인트 낮추려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2%포인트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0년 보고서에서 세계 10위권인 우리나라 GDP 규모에서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취업자가 45만1,000명 감소하고 가계의 월평균 소득이 10만 원 줄어든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률이 정체되거나 뚝뚝 떨어진 것은 비록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낮은 성장률은 이미 만성화되었고 일자리가 크게 줄어드는 가운데 물가는 오르고 있다. 아무래도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환경을 파괴하며 성장해 온 기존의 경제가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이 어디 세상에 나뿐이랴. 기름 유출, 오존 파괴와 기근과 같은 영상을 TV로 보면서 자란 케이트 레이워스(Kate Raworth, 1970~ 영국 옥스퍼드대 환경변화연구소 선임초빙 연구원)는 가난과 환경 파괴를 막을 수 있는 경제학을 연구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녀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학위를 받는 동안 좌절감을 느꼈다. 지구의 건강과 행복은 사위를 떠나 끝없이 상승하는 화살과 같은 국내총생산(GDP)만을 머릿속에 발전(혹은 성장)이라고 못 박아 놓고 있는 경제 이론과 별개의 문제이며 그렇게 다뤄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이워스 여사는 그런 고정관념을 절대로 착륙이 허락되지 않는 비행기에 비유했다. 비행기가 끊임없이 창공을 나르게 하려면 우리는 반드시 쓰면 쓸수록 줄어드는 에너지를 필사적으로 이용해야만 하고 환경 보호 따위와 같은 것들을 창밖으로 던져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레이워스 여사는 도넛처럼 생긴 경제 모델을 재창조했다. 반죽이 된 도넛 모양의 둥근 링은 인간과 자연이 번창하는 곳이다. 이곳의 목표는 누구라도 음식, 주택, 의료, 교육과 같은 필수품이 부족한 링 안의 구멍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곳 또한 도넛 겉껍질을 뛰어넘어,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손실, 대기 오염 등을 일으켜 지구에 피해를 줘서도 안 된다. 그녀는 2017년, 자신의 저서인 "도넛 경제학"이 출판되고 「도넛 경제학 액션 랩」을 공동 창립한 이후, 50개 이상의 도시, 지방 자치 단체와 지방 정부가 이 도넛 경제 모델을 그들의 전략으로 채택했다.
암스테르담은 자원을 재활용하는 순환 도시를 만드는 정책에 이를 포함했고, 2030년부터 도시에 화석 연료 차량이 없도록 약속했다. 「California Doughnut Economics Coalition」은 공식 통계로 측정한 캘리포니아 도넛을 만들어 생태적 초과와 사회적 부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들은 도넛 경제학을 모니터링 도구로 사용하고 있으며 GDP보다 훨씬 풍부한 측정 도구로 인정한다. 왜냐하면 도넛 경제학은 실제 생활 측면에서 사람들의 복지를 측정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우리는 우리를 번창하게 하든 아니든 간에 성장해야 할 경제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이 경제는 우리를 번창하게 만들고 있지 않다는 증거는 분명하다.
국가 내부와 국가 간의 불평등의 규모는 극심하며 기후와 생태적 붕괴는 산불과 엄청난 홍수와 같은 재난 사건에서 매일 목격되고 있다. 이는 지구, 지구인, 그리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게 도움이 될 턱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성장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가 번창할 수 있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녹색 성장의 꿈이 위험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녹색 성장이 가능하다는 증거보다 꿈이 훨씬 앞서 달려왔기 때문이다. 사실 필요한 속도와 규모에 가까운 수준으로 탄소 배출량이나 물질의 발자국을 떨어뜨리면서 GDP의 성장을 달성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를 통틀어보아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경제에서 성장 의존성을 제거해야 한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훨씬 더 안정화된 지구의 건강에 의존하여 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경제는 설계되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 우리가 경제에 어떤 디자인을 실현하고자 하고 재생(再生)과 분배(分配)의 원칙에 의해 지도를 받게 될 때 경제는 활기를 띠게 되며 이웃으로부터 지구 규모까지 재디자인이 되는 특별한 순간을 맞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받을 혜택과 우리의 경제를 계획함에 있어서 우리는 인간의 친-사회성과 상호 간의 본성을 발휘하게 해야 한다. 우리는 자원을 지속 가능하도록 순환적이고 재생의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자원이 수리(修理)되고 유지되며. 재사용되고 재활용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재생(再生) 경제에 많은 창의성이 있다. 이 창의성을 살리고 공동으로 창조하는 분배의 경제를 만들어서 모든 이가 다 함께 가치와 기회를 공유해야만 한다. 그것은 사업의 디자인을 바꾸는 것에 관한, 누가 에너지를 생산할 권한을 갖느냐에 관한, 누가 토지와 주택을 소유하느냐에 관한 것들로...그런 것들이 해결되고 모든 이가 공평한 몫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했다.
올해 54살의 레이워스씨 말대로 경제성장률에 더 이상 기대하지 말고 재생과 분배의 경제를 새로 디자인하고 작은 부분부터 실천해 나간다면 어떨까? 아니 어떨까가 아니다. 지금 당장 성장 위주의 경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식량과 마실 물을 놓고 지구 곳곳은 혼란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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