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전자상거래 피해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적발된 쇼핑몰 사기사건만 77건, 피해금액은 역대 최대치인 33억6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이후 감소추세를 보이던 사기 사이트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시 급증세를 보였다. 2009년 68개를 기점으로 감소하던 사기 인터넷 쇼핑몰은 팬데믹 이후 급증하여 2023년 109개로 가장 많았다.
사기 유형도 코로나 이전에는 의류·신발·잡화·상품권 사기 등이 주를 이뤘으나, 이후에는 쇼핑몰 부업, 스포츠·레저·취미용품, 개인간 거래 유인사기 비중이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부터 출몰하고 있는 쇼핑몰 부업사기 및 개인간 거래 유인사기는 고물가, 고금리 등 실질소득 감소 등으로 팍팍해진 주머니 사정에 소액이라도 벌어 보려는 시민들이 많아지면서 피해가 늘었다.
사기 사이트 접근방식도 팬데믹 이전에는 포털과 가격비교 사이트, 스팸메일을 통한 접근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오픈마켓, 개인간 거래 플랫폼, 문자, SNS, 전화 등 피해자 접근성이 가까워지고 다양해져 국민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 점점 더 다양화·지능화되는 인터넷 사기
최근 발생한 인터넷 사기는 유명몰을 사칭한 사이트에서 싼 값에 물건을 구입하고 받지 못하는 형태 등이다. 지난해 처음 나타난 유형으로 서울시에 접수된 피해는 지난해(33개)에 이어 올해(32개)로 계속 발생되고 있다. 접근방식이 확인된 33개 중 23개는 오픈마켓을 통해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가 물건을 받은 후 대금이 지불되는 쿠팡, 11번가, 지마켓 등 오픈마켓에 입점해 재고 소진과 할인을 이유로 유명몰 가짜 사이트로 유인한 후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소비자에게 인지도가 높은 유명 온라인몰을 신뢰하는 점을 이용했다. 또 개인간 물품거래에서 할인 등을 이유로 기존 중고거래 사이트를 벗어나 가짜 사이트로 유인한 후 사기를 치는 방법도 횡행하고 있다.
서울시 공정경제 관계자는 “비대면, 선불식 거래인 인터넷 쇼핑몰 특성상 결제 후 물건을 받지 못할 사기 가능성이 있으므로 현금보다는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쇼핑몰 리뷰 알바로 위장된 사기형태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지속적인 경제악화 영향으로 소액 부업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관련 피해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기 유형으로는 ‘팀미션 사기’가 있다. 해당 범죄는 특정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리뷰를 써주면 원금과 원고료 등 수익금을 주겠다고 속이는 수법이 발전된 형태다. 팀 단위 조직원들이 바람잡이 역할을 하며 피해자로부터 여러 차례 돈을 뜯어내는 기만적 사기수법이다.
처음 피해자들은 쇼핑몰 리뷰 알바로 알고 시작한다. 범죄자들은 소액 물품으로 시작해 신뢰가 쌓이면 피해자를 고수익을 미끼로 팀미션으로 유인한다. 팀미션에서 참가자들은 모두 공범으로 피해자로 하여금 전자제품 등 거액 물품을 구매하게 한 후 잠적해 사기를 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 쇼핑몰 리뷰 알바, 기자가 직접 참여해 보니...
피싱의 시작은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메시지(SMS)를 보내는 것이다. 기자는 지난 12월 16일 "제품 협찬 관련해서 연락드렸다"며 "체험 후기를 SNS통해 진행 중인데 제품을 보내드리면 받아보시고 블로그 SNS 글 작성해주시면 다른 체험단보다 많은 원고료를 챙겨드린다"는 문자를 받았다.
협찬 물품에는 캡슐커피머신, 에어프라이어, 고급 헤어드라이기, 유명 화장품 등 4가지였고, 이벤트 신청은 카카오톡 친구 추가 후 톡으로 받았다. 얼핏 봐서는 인플루언서들이 특정 회사 제품을 받고 리뷰를 써주는 알바처럼 보였다.
카카오톡으로 이벤트 참여 의사를 밝힌 후 핸드폰 번호를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담당자는 “예전 인스타 및 SNS에서 체험 동의해줘서 연락을 했다”고 둘러댔다. 그러면서 '선택한 물품을 공짜로 받을 수 있음'을 강조하며 물품을 구매하고 리뷰를 남길 ‘알뜰리뷰’라는 쇼핑몰에 회원가입을 유도했다. 회원가입을 하자 구매 링크를 보내주며 후기를 짧게 남기면 해당 제품을 살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해주겠다고 했다.
기자가 담당자가 말한 대로 진행을 완료하자 잘했다고 칭찬하며 상품금액에 대한 10%를 포인트로 지급하고, 배송은 3~5일 걸릴 거라고 안내했다. 받은 포인트는 1만 원 이상 적립됐을 때 출금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빠뜨리지 않았다.
쇼핑몰 ‘마이페이지’를 보니 물품 가격의 10%인 7000포인트가 들어와 있었다. 현금으로 인출하기에는 아직 3000원이 부족했다. 이벤트 신청이 완료되었을 때 담당자는 “회원님, 막힘없이 너무 잘하셨다”고 칭찬을 하며 원고료 체험단에 자리가 남았는데 참여해보겠냐고 제안했다.
그는 또 "업체 MD를 통해 물품이 배정되면 개인 돈으로 먼저 구매한 후 후기를 남기면 물품 금액과 원고료 10%를 즉시 지급해준다"며 "후기 작성이 완료되는 ‘당일즉시’ 바로 포인트가 지급되어 출금이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간단한 양식을 먼저 작성해달라고 했는데, 작성 내용에는 ▲이름 ▲전화번호 ▲나이 ▲직장유무 ▲계좌번호 ▲금융사 등 금융정보와 관련된 항목들이 많았다. 여기서 기자는 대화를 멈췄다. 쇼핑몰에 회원가입을 하며 이미 노출된 이름, 이메일, 집 주소, 핸드폰 번호, 비밀번호 등을 통해 또 다른 금융사기를 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해당 쇼핑몰에 대한 제보도 잇따랐다. 제보에 따르면 ‘알뜰리뷰’ 사이트가 바로 ‘팀 미션 사기’ 사이트였다는 것. 쇼핑몰 하단에 나와 있는 사업자등록번호를 조회해보니 한 여행업체가 검색됐고, 회사주소도 해당 여행사 주소였다. 겉으로 봐서는 사기 쇼핑몰임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교묘하게 만들어져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였다.
◇ 사기 사이트 알아도 해외서버라 근절안돼... 개인이 각별히 주의해야
서울시 공정경제과 최은희 주무관은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인터넷 사기 유형에 대해 “예전에는 물건을 사고 못 받는 전형적인 사기수법이었다면 지금은 소비자 심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 돈을 벌 수 있는 부업이나 중고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개인 간 거래가 활발한데 이를 이용한 교묘한 수법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최 주무관은 최근 새롭게 적발된 사기 형태에 대해 “중고거래사이트인 당근이나 중고나라 등 기존 플랫폼에서 물건을 사겠다고 접근한 후 포인트를 통해 더 비싸게 살 수 있는 사기 사이트로 회원가입을 유도해 사기를 치는 수법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기 예방을 위해 ▲정식 사이트 이용 ▲유명 사이트의 경우 정식 URL 주소 확인·비교 ▲한국소비자원에서 사기 사이트 검색 ▲고수익 알바 접근 주의 ▲현금보다 신용카드 이용 등의 주의를 당부했다.
불법 인터넷 사이트는 근절할 방법이 없다는 게 큰 문제다.
국내 호스팅을 이용한 사이트의 경우 사기를 인지한 기관이 호스팅 업체에 협조요청을 보내면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지만, 해외 서버를 쓰는 경우 사이트 폐쇄가 어려워 사기 사이트인 줄을 알면서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게 큰 문제로 지적된다.
최 주무관은 "올해 피해가 발생한 사기 사이트 77개 중 72개가 해외서버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외서버를 이용한 경우 사이트 개설자가 자발적으로 운영을 중단하지 않는 이상 국내에서 접속 차단이 어려워 피해 예방에 한계가 있다. 시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사기 사이트에 사업자번호를 도용당한 업체나 피해자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해 해당 IP를 차단시키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차선책으로 전자상거래센터 홈페이지에 사기 사이트를 알리고 블로그에 공지하는 방법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전자상거래 사기가 해외서버를 통해 일어나면 사기 피해자나 소비자는 해결 방법이 없다"며 "사기 예방을 위해서도 소비자에게 조심하라고 말하는 방법밖에 없다. 법안을 만들어도 국내에서만 효력이 있지 국외에서는 적용이 안 된다는 게 한계”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각국의 소비자원 성격을 띤 기관끼리 MOU를 맺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국내에는 소비자 권익을 위해 한국소비자원이 있는데 우방국에 있는 동일한 기관과 협약을 맺어 공조를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라며 “각국의 기관을 통해 서버 차단 요청이 들어가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 인터넷 사기 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