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체포하면 국가 이미지는 추락할까?

  • 등록 2025.01.10 10:2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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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체포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직권 남용 및 내란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차 집행에 실패한 체포영장을 다시 발부받았고, 2차 집행에서는 반드시 윤 대통령 신병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단호하게 밝히고 있다.

 

공수처는 1월 3일 영장 집행에 실패하면서 국민적 불신과 우려를 자초한 만큼 2차 집행에서는 차질없이 임무를 수행해서 대한민국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엄연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 체포가 임박한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현직 대통령 체포 장면이 전세계 언론에 보도될 경우 국가 이미지 추락이 우려된다면서 다른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결코 동의할 수는 없다. 오히려 대한민국은 현직 대통령이라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서 내란과 외환 범죄를 저지르면 체포될 정도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견고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인식이 확산될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법은 만인앞에 평등하다는 말은 많이 들어왔지만, 실제로는 법보다는 주먹이 세다는 생활의 지혜가 더 강력한 지침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윤석열 체포를 계기로 지구촌 시민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법치주의가 존재한다는 것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을 것이고,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수많은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선도국으로 생각할 것이다.

 

쿠데타나 내란 등을 제외하고 현직 대통령이 범죄 혐의로 체포되는 사례는 한국에도 없었고 전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 아마도 윤 대통령은 인류 역사에서 현직 대통령으로 수사 기관에 의해 정식으로 체포되는 최초 사례가 될 것이다. 다만 전직 대통령 체포나 현직 대통령 탄핵 사례는 드물게나마 존재하기 때문에 상황 분석과 전망에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부정부패 혐의로 탄핵되면서 국제적으로 브라질의 국가 이미지가 추락하는 상황이 있었다. 호세프 대통령 탄핵은 브라질의 다른 유력 정치인에 대한 수사로 이어지고, 브라질 부정부패 양상이 조롱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부정부패 혐의로 현직 대통령을 법과 절차에 따라서 탄핵하는 절차를 완성하면서 브라질의 민주주의 수준을 과시하는 의미도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브라질 국민의 의지와 열망이 강조되면서 브라질 경제 여건이 개선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 사례도 유사하다. 후지모리 대통령은 1990년부터 2000년까지 재임했는데, 임기 말에 부정부패 혐의가 불거지자 임기 만료 이전에 일본으로 도피하는 등 비굴한 태도를 보였다. 2005년 칠레 방문 일정 중에 페루 정부 요청으로 체포되는 운명을 맞았다. 후지모리는 인권 침해와 부패 혐의 등으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후지모리의 경우도 체포되는 상황에서는 페루의 부정부패 양상이 노출되면서 국가 이미지가 추락하는 현상이 존재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의 부정부패 혐의에 대해 결국 단죄가 이뤄지는 상황을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기여했다는 점에서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기여했다.

 

호세프 대통령이나 후지모리 대통령 사례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가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추락시킬 것이라는 우려감과 불안감과 관련해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무조건 국가 이미지가 추락하는 부분에만 집착하기보다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민주주의 회복성이나 법치주의 견고성을 보여줄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사실 브라질과 페루 사례를 말했지만, 전직 대통령 체포로 말하면 1995년 전두환 전 대통령 체포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체포가 더 근접한 사례로 검토할 수 있다. 전두환 체포의 경우 1995년 당시에는 전례가 없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극도로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체포가 진행됐다. 국내외적으로 한국이 불과 몇 년 전까지 군부독재국가였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등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발전했다는 사실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커졌고, 한국이 군부독재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에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국가 이미지 차원에서 본다면 박근혜 대통령 체포 사례는 전두환 사례보다도 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이 확정되고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체포되면서 현직 대통령 체포와 유사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 혐의가 알려지고 국민적 분노가 조성된 이후 대규모 탄핵 촉구 시위, 국회의 탄핵 소추안 가결, 헌법재판소 심판, 차기 대통령 선출 등이 법과 절차에 따라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이 지구촌에서 한국 이미지를 오히려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러므로 윤 대통령 체포를 국가 이미지 추락으로 곧바로 연결하는 것은 균형감이 크게 부족한 분석이다. 오히려 윤 대통령 체포는 국가 이미지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한편 윤 대통령 체포를 국가 이미지 차원에서 재단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국가라면 국가 이미지 추락이나 격상과 관계없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다.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이 국가 진행 방향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이 불법적이고 위헌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내란을 주도했고, 이것을 대한민국 국민이 TV 생중계로 목도한 것이다. 이 사실을 뒤집을 방법은 없다. 윤 대통령이 탄핵되고, 체포되고, 사회에서 격리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오직 윤석열 자신이 어리석게도 자기 눈을 스스로 찌르는 잘못을 범한 결과일 뿐이다.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주범은 영장을 집행하려는 공수처 요원이 아니라 판사가 발부한 체포영장을 불법이라고 억지를 부리면서 저항하는 윤석열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민주주의 선진국이고 견고한 법치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다만 현직 대통령 체포가 국가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인 만큼 이와 관련한 국가 이미지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반대하기 어렵다.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앞서 논의한대로 국제사회에는 윤 대통령 체포를 민주주의 취약성 노출로 보는 시각도 있겠지만, 성숙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차원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 외국 언론인을 비롯해 한국 상황을 민감하게 관찰하는 전문가들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확한 내용을 담은 자료를 자주 제공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지만, 가장 효과적인 국가홍보, 공공외교, 매력외교는 없는 것을 조작하거나 특정한 현상을 과장, 또는 왜곡하는 것이 아니다. 인류 역사 최초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현직 대통령 체포를 합리적이고,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대통령 경호처 요원들이 영장을 집행하는 공수처 요원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런 경우에서도 국가 이미지를 걱정한다면 윤석열에게 충성하는 일부 경호처 직원을 압도적인 물리력을 동원해 제압하는 역량을 보여줘야할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그런 체포 작전이 이뤄지는 것이 원래 대한민국의 모습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편집국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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