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소멸 해결은 먹거리 혁신 생태계로

  • 등록 2025.01.13 18: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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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2025년 일반산업전망’ 보고서는 ‘저성장이 불러온 불편한 손님, 양극화’를 올해의 핵심 이슈로 꼽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저성장 기조는 과거보다 심화되었고, 사회 전반에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소득 격차, 고령화로 인한 소비 양극화는 내수 진작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이 꼽은 저성장 극복을 위한 정책 중에서는 인공지능(AI) 등 ‘기술 혁신’이 최우선 과제로 제시되었다.

 

양극화로 인한 사회문제의 폭증은 저성장이 초래하는 위험한 요소다. 저성장은 경제적 자원의 한정성과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이는 먹거리 접근성 격차로 이어진다. 먹거리 불평등은 단순히 개인의 경제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구조와 제도의 문제로 확장된다. ‘저성장이 불러온 불편한 손님, 양극화’가 더 두드러지게 표출되는 분야가 농업·농촌이다. 생산 중심에서 벗어나 유통, 소비, 순환까지의 가치사슬이 연결된 먹거리 혁신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이것이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농업·농촌·농민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지방소멸 위기의 확대

 

2024년의 농업・농촌・농민 관련 주요 이슈는 기후 재난의 일상화에 따른 작황 부진,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기후플레이션, 「양곡관리법」 등 농업 관련 법안 걷어차기로 요약할 수 있다. 농업・농촌・농민이 홀대받는 사이에 농촌 인구 감소로 의료, 교육 등 사회적 인프라가 더 취약해지면서 지방소멸의 위기가 확대되고, 이에 따라 식품 사막(Food desert)이 가속되고 있다.

 

농촌 인구가 감소하면 사회간접자본 투자 및 공공개발 사업 영역에서 농촌이 뒷순위로 밀려 의료, 교육 등 기본 생활 기반이 약화되고, 이는 곧바로 농민 삶의 질 악화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농촌 인구가 감소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3040 청년농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AI 등 첨단기술과 결합한 디지털 농업 및 자율주행 트랙터 보급 등 농업 기술을 고도화하고 농업을 재정의하겠다고 한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규모 농민을 대상으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기조 아래 생산-유통-소비가 연결된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농업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소수의 부농을 겨냥한 생산 중심 정책으로 편협하게 흘러가 안타깝기만 하다.

 

농림어업 관련 통계를 보면, 농가 수는 꾸준히 감소하여 2022년 기준 102만 3천 가구에 인구는 216만 6천 명, 전업농가는 58%로 나타났다. 경지 규모는 3천 평이 안 되는 1.0㏊ 이하의 농가가 전체의 73.5%를 차지하고 있다. 2023년 경지면적 조사 결과, 경작면적은 151만㏊로, 2012년 이후 11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우려되는 우로보로스 효과

 

이러한 상황에도 정부 및 공공기관 조직 및 예산은 축소되지 않고, 농업 관련 법안에 대한 거부권 남발로 정책 실패를 가리고 있다. 특히, 「양곡관리법」 거부 결과가 ‘우로보로스 효과(Ouroboros effect)’처럼 농촌소멸 및 식량안보 위기로 다가올까 두렵다.

 

우로보로스는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이나 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데, 그리스어로 ‘꼬리를 삼키는 자’라는 뜻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예상치 못한 나쁜 결과나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하는 현상을 뜻하기도 한다. ‘우로보로스 효과’의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는 게 중국 마오쩌둥의 참새 소탕 작전이다.

 

1950년대 후반 대약진운동의 일환으로 마오쩌둥이 곡식을 쪼아 먹는 참새를 소탕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중국 정부와 농민들이 총동원되어 참새를 잡아 박멸했다. 그러자 2,000만 명이 굶어 죽는 대기근 참사가 발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참새가 잡아먹던 해충이 창궐, 병충해로 곡식이 초토화되었기 때문이다.

 

2023년 최저임금은 주 40시간 근무 기준 2,010,580원〔9,620원✕209시간(유급주휴 8시간 포함)〕이고, 연간 개인소득은 23,952,000원이었다. 농가의 농업소득은 11,140,000원으로, 2020년 11,820,000원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이렇듯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농업소득으로 살아가는 농민에게 정부는 쌀값 보장을 통해 농업・농촌을 유지하고, 식량안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마땅하다.

 

농민들이 ‘쌀값은 농민값’이라고 외치는 이유는 농촌을 지키며 계속 농사짓는 식량안보의 역군이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농민의 자부심을 지켜줘야 한다. 그게 정부가 할 최소한의 도리이자 의무이다.

 

◇농촌소멸을 가속시키는 식품 사막화

 

농촌소멸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와 같은 정책적 결정은 농업 기반 약화, 농민 감소와 경작지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20년 통계청의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소멸 위험이 큰 지역은 주로 전북, 전남, 경북 등의 지방 농촌 지역으로, 전국 행정리 3만 7,563개 중 식품 소매점이 없는 식품 사막화 지역이 2만 7,609곳(73.5%)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 경우 전체 5,245개 마을 중 83.6%가 식품 사막으로 분류되었다. 정읍(93.3%), 진안(89.8%), 남원(87.8%), 장수(87.4%) 등에서 특히 심각했는데, 이 지역은 식품 접근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어 농촌소멸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농촌 지역의 식품 사막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식품 사막은 식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지역을 뜻하며, 이는 농촌 지역의 인구 감소와 기반 시설 부족으로 인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주민들이 신선한 식품에 접근하지 못하고 영양 불균형과 건강 문제에 직면하게 만든다.

 

소매점이 없는 마을의 주민들은 신선한 농산물이나 기본 식료품을 구매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며, 이로 인해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식품 사막화는 의료・교육・교통 기반시설 부족과 결합하여 지방소멸을 가속화시킨다. 신선한 식품에 접근하지 못하는 주민들은 삶의 질 저하를 이유로 지역을 떠나게 되고, 이는 지역 공동체의 붕괴와 경제적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먹거리 혁신 생태계가 살길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같은 정책 사업을 도입했다. 이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특장차량과 기자재 구입 예산을 지원하고, 지자체와 민간이 협력하여 이동식 식료품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식품 사막화는 단순히 농촌 지역 주민의 불편함을 초래하는 것을 넘어 농촌소멸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농과 소농의 특성을 반영한 디지털 농업 추진은 물론, 지역 특성과 지역자원을 연계한 지역순환경제 유통망 구축, 귀농・귀촌인과 청년농 육성 등, 통합적인 접근과 먹거리 혁신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지난 12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농업・농촌 혁신 전략’ 내용을 살펴보면, 여전히 생산 중심 일색이다. 디지털 정밀육종으로 기후변화에 강한 품종 개발, 스마트농업 입지・산업 등 규제 완화, 데이터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 정비, 스마트농업 육성 지구 지정, 주산지 중심 스마트팜 소프트웨어 보급 확대가 주된 내용이다. 유통, 소비로 연결되지 못한 반쪽짜리, 아니 혁신 생태계 구성 내용의 1/3에 불과하다.

 

농업 혁신 생태계는 어떤 그림이어야 할까?

 

단순하게 농업 생산성 향상이 아닌, 기후위기 시대에 지역과 농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생산-유통-소비-순환의 가치사슬이 연결되고 예측력을 높일 수 있는 체계로 구성되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협력하여 초연결 정부 어젠다로 가져가야 쌓이고 쌓인, 빛 좋은 개살구 농업 정책을 혁신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팜에서 벗어나 반드시 유통, 소비, 순환까지 고려하고, AI 등을 활용한 기술 혁신을 동반해야 한다. 그러한 먹거리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농업뿐만 아니라 농업 전후방 먹거리산업을 견인할 수 있다. 그것이 저성장 극복을 위한 길이자 국가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농업 정책이다.

 

편집국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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