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가짜 녹색' 포스코, 그들의 반성은 진심일까

  • 등록 2025.01.16 08: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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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내세웠던 그리닛 전환, 과장 광고 판정
HyREX 앞세운 '수소 제철' 전환, 진실성 있는걸까

 

포스코는 지난해 7월, 환경부로부터 '그린 워싱' 판정을 받고 시정을 명령 받았었다.

 

그린워싱(Greenwashing, green + white washing의 혼성어) 또는 녹색 분칠(가짜 녹색)은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환경에 관한 대중의 관심이 늘고 친환경 제품 선호가 높아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환경친화적인 이미지를 상품 제작에서부터 광고, 판매 등 전과정에 걸쳐 적용·홍보하는 그린 마케팅(Green Marketing)이 기업의 필수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기업 이미지를 좋게 포장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고발하기 위해 미국의 다국적기업 감시단체인 코프워치(CorpWatch)는 매년 4월 22일 지구의 날에 ‘그린워싱 기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 포스코가 '과장 광고 기업'으로 낙인 찍힌 이유

 

포스코는 자사 탄소중립 브랜드 ‘그리닛’(Greenate)의 일부 표현이 ‘그린워싱’으로 판정을 받았다. 이는 환경부가 2023년 10월 ‘그린 워싱 가이드라인’(친환경 경영활동 표시·광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최초의 ‘그린워싱’ 위반 사례다.

 

포스코는 저탄소 철강제품 ‘그리닛 스틸’을 비롯해 ‘그리닛 테크&프로세스’, ‘그리닛 인프라’ 등 3개의 탄소중립 브랜드를 선보였다. 특히 3개의 브랜드 가운데 그리닛 스틸이 대표 상품으로 그리닛 철강엔 그리닛 서티파이드 스틸(Greenate certified steel, 그리닛 인증 철강), 그리닛 카본 리듀스드 철강(Greenate cabon reduced steel), 그리닛 밸류체인(Greenate Value chain) 등 3개를 서브 브랜드로 내세운 것이다.

 

환경부는 그린워싱 혐의를 심사한 결과 이 가운데 “그리닛 밸류체인을 홍보하고 있는 표현이 탄소 저감 부분에 대해 구체적이지 않고 포괄적인 표현을 사용해 오인 소지가 있다”며 ‘그린워싱’으로 판단해 일부 표현에 행정지도를 내렸다. 포스코는 ‘그리닛 밸류체인’을 고품질의 제품이라 교체주기가 늘어나고,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시설에 제공된다고 하는 이유만으로 ‘친환경’ 제품으로 홍보해 왔다. 

 

그렇다면 반 년 정도 시간이 흐른 지금 포스코는 바뀌었을까? 

 

포스코는 또 하나의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이번엔 수소를 이용한 접근이다. 포스코의 새로운 시도는 과연 어느 정도 진실성이 있는 것일까. 이번엔 '과장 광고', '녹색 분칠'이라는 오명을 지울 수 있을까. 포스코의 어떤 모습이 과장 광고로 지적을 받았는지, 또한 새로운 시도는 정말 믿을 만한 것인지 짚어 보자.

 

 

◇ 포스코의 과장 광고

 

지난 해 포스코를 환경부에 신고한 이관행 국제변호사(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친환경’이 기업의 필수 마케팅 전략이 되면서 무늬만 친환경을 내세우는 ‘그린워싱’이 갈수록 교묘해졌다. 이는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와 같음에도 국내 그린워싱 지침 기준이 모호해 제재를 피해가기 쉽다는 지적이 잇따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환경부는 2023년 그린워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발표했고 이번 사례는 개정 이후 첫 그린워싱 판단 사례로 환경부가 그린워싱 방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과 같다"며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기업들은 기업의 자원과 재원을 위장 친환경 마케팅에 투입하기 보다는 실제 탄소중립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 개발, 연구 및 투자 활동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POSCO)가 탈탄소를 향한 ‘탄소중립 마스터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는 그리닛(Greenate)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어 보인다.

 

그리닛은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한 포스코가 탈탄소 정책의 대표로 선전했던 브랜드로 저탄소 철강제품 ‘그리닛 스틸’을 비롯해 ‘그리닛 테크&프로세스’, ‘그리닛 인프라’ 등 3개 브랜드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그리닛 스틸(강철)이 대표 상품이라 할 수 있는데, 이 그리닛 스틸 부문에 포함된 3개 브랜드 가운데 2개가 실제 탄소 저감 효과는 그다지 없다. 그런데도 마치 기후 대응과 환경 보호에 대단한 역할을 하는 것인 양 포장됐다.

 

코스코가 내세우고 있는 그리닛 스틸 브랜드는 ‘그리닛 서티파이드 스틸’(Greenate certified steel, 그리닛 인증 강철)이다. “탄소배출량 0”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탄소배출 저감은 거의 없으면서 이른바 ‘서류상’으로 만들어 낸 탄소배출 제로 철강에 불과하다.

 

기후솔루션 이명주 철강 부문 책임은 이에 대해 “이런 제품을 탄소배출 0 철강으로 앞세워 홍보하는 것은 쉽게 친환경 이미지를 가져가려는 전형적인 그린워싱 사례”라고 지적 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포스코는 해당 제품을 출시하면서 LG전자에 건조기 부품 소재로 200톤 공급 계약을 맺은 후 홍보했었다. 

 

그리닛 인증 철강이 탄소배출량 0이 되는 눈속임은 ‘매스 밸런스’(mass balance)라는 계산 방식에 있다. 매스 밸런스란 예를 들어 철강 코일 6개를 생산하면서 탄소배출량을 과거 6개 생산할 때 내던 양에서 5개 생산할 때는 내는 양으로 일부 저감하면 1개의 코일을 ‘탄소배출량 0’ 제품으로 둔갑시키는 방식이다.

 

즉, 실제는 모든 제품이 기존 대비 5/6의 탄소를 배출한 것이지만, 5개는 탄소배출 제품으로 취급하고, 1개는 친환경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포스코의 매스밸런스 방식이 문제가 된 이유는 우선 탄소 저감량이 미미하기 때문이었다. 포스코가 지난해 1년 간 배출한 온실가스의 양은 7019만 톤이었는데, 이 가운데 0.8 %에 불과한 59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도 이를 일부 강철에 ‘몰아줘서’ 무탄소 강철 제품이라고 내놓은 것이다. 이런 방식의 무탄소 철강이 시장에서 허용될 경우 철강 부문의 탈탄소 경로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 받았다.

 

현재 세계 철강 제조의 70%는 탄소배출이 큰 석탄 고로 방식으로 제조된다. 석탄 기반 생산을 전기로, 수소환원제철 등 탄소배출이 적은 생산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철강 부문 탈탄소의 최우선 정책으로 꼽힌다. 그런데 일부만 감축해도 ‘무탄소 철강’을 만들 수 있는 매스 밸런스 방식이 허용될 경우 철강사들은 기존 석탄 고로를 유지할 유인이 생긴다. 즉 소량의 탄소만 감축하여 환경 규제가 엄격한 선진국 시장에는 무탄소 철강을 팔고, 느슨한 저개발국가에는 ‘더러운 철강’을 팔면서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명주 책임은 “매스밸런스 방식에 대한 세계적인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제품과 선전이 통용될 경우 이후 철강 부문 탈탄소 달성에 큰 해를 끼칠 수 있다"며 "포스코의 그린 워싱 적발이 이런 오용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루 아침에 사라진 그리닛, 빈 자리 대체한 수소 철강

 

포스코는 그리닛 브랜드가 '그린 워싱' 판정을 받자 곧바로 홈 페이지에서 이 부분을 삭제해그리닛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게 했다.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린 워싱 판정을 받고도 큰 틀에서 변화를 가져가지 않는 기업들(해외 사례)도 적지 않긴 하다. 하지만 포스코는 그리닛에 대한 흔적을 완전히 지워내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빈 자리는 여전히 환경이 차지하고 있다. 자사가 환경 보호를 위해 앞장서는 기업임을 홍보하고 있는 포스코의 홈페이지는 첫 화면부터 '환경을 위한 사업'을 하고 있음을 광고하고 있다.

 

포스코가 전면에 내세운 기술은 HyREX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뜻한다.

 

HyREX에 대해 포스코는 "전통적인 철강은 석탄을 태울 때 나오는 열과 가스로 철광석을 환원하고 녹여서 만듭니다. 포스코의 HyREX는 석탄 대신 100% 수소를 사용해 가루 상태의 철광석을 직접 환원해 직접환원철(DRI, Direct Reduced Iron)을 생산하고 이를 전기로에서 녹여 쇳물을 제조합니다. HyREX의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와 전력 역시, 점진적으로 CO2 배출 없이 생산된 수소와 전력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먼저 수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환경 문제를 안고 있는 그레이 수소와 역시 환경 오염 물질을 안고 있는 블루 수소, 그리고 청정 에너지인 그린 수소가 있다. 포스코가 선전하고 있는 HyREX 기술은 수소 중에서도 가장 깨끗한 그린 수소를 활용한다. 진정한 친 환경 접근이라 할 수 있다.

 

기자와 만난 한 환경 단체 관계자는 "포스코의 HyREX 기술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다. 여전히 화석 연로 의존도가 높은 철강 기술에서 친환경 에너지원을 활용한 철강 제조가 가능해 진다면 대단히 큰 경제적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HyREX, 무엇이 문제인가

 

HyREX는 환경 단체에서 환영을 받을 정도로 깨끗한 접근이다. 특히 철강 업체에서 현재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환경 접근 방식으로 인정 받고 있다. 문제는 포스코가 이 접근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전혀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HyREX로 철강을 생산한다는 계획은 거창하고 의미 있는 접근이지만 어떻게 이 방식을 도입하고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또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는 정부는 물론 언론에도 HyREX 기술로의 전환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상당한 진보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이에 대한 세부 설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주 책임은 "HyREX가 대단히 친환경적이고 탄소 중립 기술이며 진짜 녹색 기술이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계속 문제 삼고 있는것은 HyREX에 대한 진전된 투자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HyREX로 가겠다고 선언은 했지만 포스코는 여전히 화석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석탄 기반 제철 공정에 대단히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고로 개수에 약 5000억 원의 돈이 투자 된다. 포스코는 여전히 석탄 고로를 리모델링 하는데 이런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과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진짜 목표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2년 전부터 해외 자본이 급속도로 빠져 나가고 있다. 포스코가 친환경적인 접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여러 요인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일부 대형 투자자들 중에는 포스코가 친환경적인 사업을 진심으로 펼쳐 나간다면 다시 투자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국가와 기업, 환경 단체들이 포스코의 시도에 주목하고 있고, 포스코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반대로 의구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해 포스코가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 전문가, 정부 지원 반드시 필요

 

기자와 인터뷰한 한 기후전문가는 포스코의 친환경 제철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스코라는 한 기업이 책임지기엔 많은 부분에서 힘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리는 것이다.

 

그는 "HyREX 기술은 친환경 재생에너지가 뒷받침 돼야 완성할 수 있는데, 재생에너지 활용 비율에서 후진국 수준인 한국에선 정부가 과감한 재생에너지 정책으로 지원해야 포스코의 도전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며 "현재 한국의 상황은 포스코가 HyREX 기술 활성화를 위해 한국을 떠나겠다고 선언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독일이나 네덜란드도 글로벌 철강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인데, 독일은 우리나라의 거의 60배에서 100배 수준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스웨덴은 철강 생산량이 우리나라의 4%에 불과하지만 정부지원은 40배 이상 차이가 난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포스코가 억울하다고 해도 정부의 입장에선 할 말이 없는 수준이다. HyREX기술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그린 수소를 비롯한 재생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정부의 과감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철우 기자 butyou@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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