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 2.0’ 개막... 트럼프의 황금시대 올까

  • 등록 2025.01.21 10: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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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시스템 재점검·파리기후협약 탈퇴 등 바이든정책 대거 폐기
보호무역 강화에 韓 기업 투자 위축... 관세 부과 시기놓고 긴장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47대 대통령으로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홀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미국의 황금시대는 이제 시작된다”고 선언한 뒤 “나는 매우 단순히, 미국을 최우선시할 것"이라며 집권 1기 취임사를 나아가 ‘아메리카 퍼스트 2.0’(미국 우선주의)를 핵심 기조로 내세웠다.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는 트럼프의 지금을 있게 한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이념’ 아래, 미국 우선주의, 안보 무임승차 불가, 힘에 의한 평화, 관세 제일주의 등을 국정 핵심 기조로 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에서 본 적 없는 가장 강력한 군대를 건설할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성공을 우리가 승리한 전쟁뿐 아니라 우리가 끝낸 전쟁, 아마도 가장 중요하게는 우리가 시작하지 않은 전쟁에 의해 평가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 확대, 불법 이민자 차단, 그린 뉴딜 종료...얼마나 이행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시스템 재점검 및 외국에 대한 관세 부과(확대) 방침을 밝히고, 전기차 우대정책을 포함한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산업정책인 ‘그린 뉴딜’의 종료를 선언했다. 다만 작년 11월 대선 후 ‘취임 첫날’에 하겠다고 예고한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10∼25%의 관세 등 관세 부과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남부 국경에 대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남부 국경에 군대를 배치하는 한편, 서류 없이 입국한 사람들의 심사 대기기간 중 미국내 체류를 불허하기로 하는 등 강경한 불법 이민자 차단책을 발표했다.

 

우선, 그는 취임사에서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파나마 운하 환수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운하 반환의) 협정 목적과 조약의 정신은 완전히 위배됐다”며 “미국 선박들은 매우 비싼 요금을 내며 불공정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중국이 (사실상)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중국에 준 게 아니다.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남부 국경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대를 보내 ‘불법 이민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불법 입국은 즉시 중단될 것이며 우리는 수백만 명의 외국 범죄자들을 그들이 왔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또 “1798년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을 발동해, 모든 외국 갱단과 범죄 네트워크를 제거하기 위해 연방과 법 집행 기관의 전폭적이고 막대한 권한을 사용하도록 지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인플레이션 문제와 관련해서는 “내각 구성원에게 기록적이었던 인플레이션을 물리치고 물가를 낮추기 위해 방대한 권한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해 석유·가스 시추 등을 허용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물가를 내리고, 전략비축유를 채우고, 미국 에너지를 세계에 수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은 “저는 미국 노동자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통상 시스템 점검을 시작하고 우리 국민을 부유하게 하기 위해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관세 등을 징수하기 위한 대외수입청을 설립할 것이며 외국의 막대한 돈이 미국 국고로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 정책과 관련해 그가 가진 카드 중 1962년 '무역확장법 제232조'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1기 때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를 근거로 관세를 적용했다.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는 1974년 '무역법 301조'도 일반적인 루트다. 또 '무역법 122조' 역시 트럼프가 ‘무역 불균형’을 이유로 15% 관세를 붙일 수 있다. 트럼프는 그동안 동맹을 포함한 상대국에 무역 불균형을 끊임없이 불평해왔다. 특히 무역법 122조의 경우 '150일'로 효력이 제한되는데 역으로 상대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는 정도에 따라 150일 단위로 관세를 차등 적용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캐나다-미국 간 무역전문가인 로라 도슨은 “투자를 남부으로 이동시킨다. 기업들의 생산 결정이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생산 시설 이전을 검토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150억달러 규모로 캐나다 역대 최대 단일 투자를 추진해온 혼다는 캐나다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는 데 “매우 조심하겠다”며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글로벌 경제에 미칠 충격파와 반발을 감안해 트럼프의 보좌진 일부는 작은 세율로 시작해 매달 2%포인트씩 점진적으로 관세를 높이는 방안도 건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취임 첫날에는 중국에 한정해 추가 관세 절차를 시작하고 이를 협상의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역 변호사 스콧 린시컴은 “트럼프 정책을 놓고 소송을 한들 법원을 통과할 때쯤이면 이미 피해가 발생한다”며 “무역 소송보다는 트럼프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수백만개의 뉴스 기사와 취임 초기 주가 폭락을 꺼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게 (무역 상대국에) 수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윤형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취임 직후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하며 석유, 가스 등 에너지 산업 강화 메시지에 LNG 밸류체인 수혜가 기대된다. 2차 전지는 이미 악재가 주가에 다 반영됐기 때문에 올해 2분기부터 흑자전환이 예상되고, 전기차의 경우 신차 판매가 증가 예상과 더불어 한국 정부도 캐즘 극복을 위해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태스크포스를 구성한다는 소식에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2.0 시대 개막... 韓 중견기업 투자 줄이고 긴축모드

 

전 세계를 관세 공포로 몰아넣은 트럼프가 신규 관세부과 조치는 언급되지 않았다. 취임 첫날 곧바로 추가 과세를 부과하는 방안은 보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중견기업들은 올해 투자 계획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 초반에 외국 정부와의 갈등을 부각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보인다. 당초 트럼프는 대통령은 중국에 10% 추가 관세, 멕시코 및 캐나다에는 25% 관세, 전 세계 모든 수입 품목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하면 세계적으로 통상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를 앞세워 관세 축소, 자유무역 확대를 추진했던 기존 통상 질서와 급격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세계은행은 지난 16일 미국의 보편관세가 부과되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2.7%에서 2.4%으로 0.3%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트럼프 2기의 관세정책은 국내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1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가 발표한 ‘2025년 중견기업 투자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0.4%는 “올해 투자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2024년 11월 18일부터 12월 2일까지 중견기업 800개 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다. 이는 전년 대비 8.7%P(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불확실한 시장 상황(38.2%) △경영 실적 악화(19.6%) 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49.6%의 중견기업 중에서도 전년 대비 투자 규모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41.5%에 그쳤다. 투자 감소를 전망한 중견기업들은 △내수시장 부진(40%) △경기 악화 우려(24.4%) △생산 비용 증가(10%) △고금리 및 자금조달 애로(7.8%) 등을 요인으로 꼽았다.

 

중견련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등 불투명한 글로벌 판도에 대한 유보적인 전망 아래 생산 체계 고도화와 첨단 기술 개발, 인력 양성 등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에 가용한 자원을 투입한다는 판단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중견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라며 “정책금융의 문턱을 과감하게 낮추고 법·제도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중견기업의 장기 투자 여력을 확충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트럼프가 앞서 지속적으로 ‘미국 우선주의’와 이에 따른 보호 무역, 관세 등 정책을 강조해 온 만큼 향후 관련 정책이 현실화되면 이에 대한 파급력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취임식 이후 더 구체적인 관세 관련 정책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미국 신정부에서 조만간 발표될 조치들에 대해 그 배경과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실무대표단을 워싱턴 DC에 파견했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다시 한번 내세우면서 무역 체제 개편, 물가 상승 압력 해소, 전통 제조업 부활을 강조했다”며 “대외수입청(ERS) 설립, 관세 부과 확대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그린뉴딜 정책 종료 및 전기차 의무 구매 폐지 등의 조치들은 우리 경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공식화로 한국은 불공정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며 “수출 지역 다변화, 서비스업과 지식산업의 육성 확대 등 원론적인 대책 이외에 구체적인 방안을 미리 강구하기가 힘든 상황은 분명하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심승수 기자 sss23@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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