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량 및 온실가스’ 데이터도 부재
-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탄소 배출량, 산업 부문에서 에너지보다 높아
거대 유통망을 자랑하는 국내 대형마트(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들이 탄소 배출량 통계에는 아주 소극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식품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량과 온실가스 데이터가 부재해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책 제안에도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먹거리 유통 산업 탄소 감축 로드맵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김신효정 이화여대 아시아 여성학센터 전임연구원은 ‘국내 대형마트의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배출량 현황’이라는 발제를 통해 국내 먹거리 유통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집약도가 높은 데도 관련 연구 및 사회적 인식이 부재해 탄소 감축을 위한 환경규제 및 지원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국내 대표 먹거리 유통업체(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의 2020년 탄소 배출량은 산업 부문에서 에너지(발전·전환 부문)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밝히며 “쿠팡의 경우 2020년 대비 2023년 탄소 배출량이 2배 이상 증가했는데도 업체의 자료 거부로 자세하게 파악조차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먹거리 유통기업의 탄소 감축을 위해 유통과 운송 부문의 탄소 감축 계획 및 사업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는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화여자대학교 한국 여성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2년 10월 분석한 ‘탄소중립을 위한 식품 소비 단계의 온실가스 감축 대안과 효과’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사용과 비 에너지 사용을 모두 고려할 경우에 2019년 기준으로 농식품 체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12.1백만 톤 CO-eq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내 탄소 총배출량의 약 16%에 해당한다.
또한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음식료품 제조업(7.9%)과 음식점업(49.5%), 그리고 식품 유통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83.4백만 톤 CO–eq로 식품 시스템 전체 배출량(91.2백만 톤 CO-eq)의 약 91.4%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송원규 농정 전환 실천 네트워크 정책실장은 ”국내에서 먹거리 유통 사업 분야를 조사하려면 관련 기업의 자료와 컨설팅하는 전문 집단들의 자료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더욱이 아주 급진적이거나 비판적인 연구 집단들은 국내 기업들이 발표하는 수치 자체를 매우 축소해 많은 것을 감추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 실장은 “파리 협약 이후 탄소중립 혹은 탈탄소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국제적인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며 국내에서도 △탄소 배출량 보고의 표준화 및 투명성 장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낮은 냉매로 전환 △재생에너지 (태양광, 풍력 등) 사용 △에너지 효율성 증진 등을 정책적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 EU, 온실가스 배출량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40% 감축
유럽연합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2018)은 전 지구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실천 전략과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유럽 27개국 간의 정치·경제 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연합으로 2024년 2월 기준, 가입국은 27개국이다.
유럽연합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2030년에는 40%, 2050년까지는 80% 감축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파리협정 대응을 위한 유럽 전체의 감축 전략을 수립·제시했다. 또 EU 경제와 소비자의 지속 가능한 회복력을 위한 핵심 동인으로 ① 녹색 전환, ② 디지털 변환, ③ 소비자 권리 구제 및 집행, ④ 특정 소비자 그룹의 특정 니즈, ⑤ 국제협력이라는 다섯 가지 우선순위 영역을 다루는 새로운 소비자 의제도 발표했다.
회원국들은 국가별 여건에 따라 유럽연합이 제시하는 목표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기후, 에너지, 운송, 세금 등의 여러 정책 부문에서 정책 수단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재 국제적으로 탄소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탈탄소화 정책이 시도되고 있는 만큼 국내 먹거리 유통 산업 기업들도 자발적인 ESG 기준을 도입하고, 탈탄소화에 대한 투명한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원규 실장은 “먹거리 유통 산업의 탈탄소화, 넷제로 달성 관련 국제사회의 흐름 등에 대해 2050년까지 먹거리 체계의 넷제로 달성을 위해 10가지 우선순위 영역인 △공급망에서 먹거리 손실 및 폐기물 저감, △식품 가공의 엔지 전환 등 먹거리 유통산업과 밀접한 과제를 선정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제적 비교를 통해 국내 대형 마트들이 적게는 2.5배에서 많게는 4.4배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음에도 재생 가능 에너지원으로의 전환 및 자연 냉매로의 전환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 절감 부분은 많이 미흡하다”며 해외 사례들을 공유했다.
이어 "정책 시사점으로 글로벌 ESG 프레임 워크를 사용해 탄소 배출량 보고의 표준화와 투명성을 장려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향후 제도적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국내 대형 마트 해외 주요 마트보다 2.5배에서 많게는 4.4배 더 많은 탄소배출
이어진 발제에서 허남혁 삶 전환 연구소 소장은 해외 주요 유통기업(월마트·데스코·까르푸·이온 등)의 사례를 공유하면서 이들은 이미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한 사례도 있다”며 “반해 국내 대형 마트들은 적게는 2.5배에서 많게는 4.4배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함에도 절감 부분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만의 독자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집단적 실천을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의 사안별, 분야별 정책적 지원과 건물 효율화, 재생가능에너지, 냉난방 효율화, 냉매 전환 등과 함께 업계, 협회 차원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외에도 시민사회 및 전문가 집단의 모니터링 및 지원을 강조했다.
또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은 “현재 국내 먹거리 유통 산업의 탈탄소 로드맵 관련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탄소 감축을 위한 먹거리 기후정의 시민사회 네트워크 준비위원회의 활동 방향에 유통·물류 부분을 비롯한 먹거리 기후정의 및 정의로운 전환으로 외연이 넓어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조선행 CGN 지속 가능 먹거리위원회 위원장은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 플랫폼 업체는 식품 부문 배달이 78%(2023년)이며, 탄소 배출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며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민과 가공하는 법인이 함께 협업해 탄소를 감축하는 방안을 도출해 내고, 물류 과정에서 탄소를 감축하는 방안들도 제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통과정의 과포장에 대해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등은 일정한 무게로 포장돼 있어 소비자가 필요한 무게만큼 구입이 어렵다며, 특히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선물의 과포장은 법으로 규제해 위반 시 과태료를 내도록 해야 효과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권종탁 전국 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은 탄소 국경조정 메커니즘(CBAM)과 같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무역 제한이나 RE100, ESG 등 다양한 국제기준 강화와 확대를 강조하면서 “대기업은 이미 온실가스 목표 관리제 대상”이라며 “규제 대상이 아닌 중소 유통/식음료 기업이 기후 위기 대응 사업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 교육 및 참여 확대로 윤리적 소비 캠페인을 통해 기업의 책임 있는 경영을 촉진과 생산자의 정당한 권리와 환경적 책임을 강조하는 소비자 행동 유도, 대중 매체 및 홍보 활동을 통해 책임 있는 먹거리 소비에 대한 인식을 확산과 다큐멘터리 제작, 언론 기고 등을 통해 기업의 책임 이행 촉구”를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