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이 AI 정보수집?...‘중국發 챗GPT’ 딥시크 쇼크

  • 등록 2025.02.03 13: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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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업체 충격 속 평가절하...텍사스주, 딥시크 사용 제한
대만 등 세계 각국도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금지령까지
국내업체는 기회의 장... “네카오 수혜주, 삼전 전화위복”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최근 선보인 모델이 오픈AI 최신 모델 성능과 비슷하면서도 개발비가 현저히 적는 ‘가성비 좋은 AI’를 내놓으면서 전세계 AI 시장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梁文峰)은 1985년생으로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과 동갑이다. 중국 공학 분야 명문대인 저장대에서 전자정보공학을 전공한 중국 국내파 IT 전문가인 그는 2013년 야코비투자관리 유한회사를 창업했으며 2015년에는 저장대 동문과 함께 헤지펀드인 하이플라이어를 설립했다. 금융권에서 쌓은 데이터 분석과 AI 모델 개발 경험이 이후 딥시크 창업 발판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AI를 활용해 금융 시장을 분석하며 2021년 운용 자산을 1000억 위안(약 20조원)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량원펑은 딥시크를 통해 단순한 생성형 AI 모델이 아니라 AGI 개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량원펑은 과거 인터뷰에서 “AI 본질은 언어일 수 있다. 당신은 자신이 사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마음속에서 언어를 짜고 있을 수 있다. 인간과 유사한 AGI가 대규모 언어 모델에서 나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딥시크가 대형언어모델(LLM)훈련에 사용한 그래픽처리장치(GPU) 규모가 미국 빅테크들보다 휠씬 적었다는 것이다. 딥시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공개한 모델 'V3' 개발비가 557만6000달러(약 81억원)다. 이는 오픈AI 'GPT-4' 개발비의 5.5% 수준이다. 오픈AI는 GPT-4 개발비에 1억 달러(약 1450억원)를 투입했다고 알려졌다.

 

‘엔비디아 구형 칩’을 사용해 AI 모델을 개발한 것도 특이점이다.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는 최신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엔비디아 ‘H100’ 등 고성능 칩을 사용해 왔다. 반면 딥시크는 지난달 R1을 개발하는 데 2022년에 출시한 엔비디아 AI 칩 'H800'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미국 정부의 대중 수출 제재로 중국 수출용으로 낸 저사양 제품이다.

 

딥시크는 오픈AI나 구글과 달리 누구나 소스코드를 가져다 쓸 수 있는 오픈소스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자체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해 AI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인다는 목적에서다. 국내 AI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AI 개발에 필요한 초기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실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중 AI 패권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딥시크 충격에 기술주 휘청... AI 패권 경쟁에 기름

 

올트먼 CEO는 딥시크에 대해 “R1은 인상적인 모델이나 새롭지 않다”라며 “우리는 분명히 훨씬 더 나은 모델을 제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중국 AI 개발 실력에 관해 “미국을 상당히 따라잡았지만 권위주의 국가가 체제 강화를 위해 AI를 악용할 수 있다”며 중국 AI 개발 실력이 정치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전했다.

 

딥시크의 혁신에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이 많다. 딥시크가 AI 모델 훈련을 위해 오픈AI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에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앱 다운로드가 급증한 가운데, 텍사스주가 주(州)정부 소유의 기기에서 딥시크 이용을 금지하는 등 미국에서 중국 AI 앱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2일(현지시간) 텍사스 주정부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주지사는 최근 주정부가 지급한 기기에서 딥시크와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훙수(영문명 레드노트·Rednote), 중국 바이트댄스의 틱톡 자매앱 레몬8 등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애벗 주지사는 “텍사스는 중국 공산당이 데이터 수집 AI와 소셜미디어 앱을 통해 우리 주의 중요한 인프라에 침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정부 기관과 중요 인프라, 지적 재산, 개인정보를 다루는 직원들은 중국 공산당의 악의적인 스파이 활동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외에도 일부 나라는 딥시크 사용을 제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탈리아는 딥시크 신규 다운로드를 차단했고, 대만과 일본은 각 부처 공무원들에게 딥시크 사용 금지 조치를 내렸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딥시크 본사에 개인정보 수집 및 처리 방식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는 공식 질의서를 발송할 계획이다.

 

실제로 딥시크는 지난달 27일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딥시크를 겨냥한 사이버공격이 미국에서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전략·국제학센터의 전략기술 프로그램 책임자인 맷 펄은 “딥시크의 자체 개인정보 보호정책은 가치가 없다”며 중국 법을 적용받는 이 앱에서 이용자들이 입력하는 모든 정보가 추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모델은 목적이 아닌 수단...샘 올트먼 "무료이용자에게도 o3-미니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개발한 ‘딥시크-V3’와 ‘딥시크-R1’ 모델은 저비용으로 글로벌 프론티어 AI 모델에 준하는 성능을 갖췄고, 이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이에 오픈AI는 “챗GPT 무료 이용자에게도 ‘o3-미니’를 제공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샘 올트먼 오픈 AI CEO는 1일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똑똑하고 빠른 모델 o3-미니가 출시됐다”며 “o3-미니는 무료 이용자에게도 제공한다. 챗GPT plus를 사용하면 더 열심히 생각하고 더 나은 답변을 제공하는 'o3-mini-high'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당 이슈는 글로벌 AI 밸류체인에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벌써 딥시크 성능과 개발 비용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으며, 그에 따라 AI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의 주가 역시 크게 변동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오픈소스 모델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고, AI 모델의 가격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AI 밸류체인 내 가장 전방에 위치한 인터넷·게임 소프트웨어의 구조적인 생산성 향상에 영향을 미치고 향후 AI 서비스 확장에 따라 멀티플 증가까지 가능한 요인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에게는 딥시크가 야기한 ‘고성능 AI 모델이 낮은 가격으로 제공되는 현 추세’가 긍정적인 요소다. 딥시크의 사례가 국내 AI 스타트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직 AI 산업 인프라가 부족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달 31일 네이버, 카카오 등을 비롯한 국내 AI 서비스 기업들의 주가는 5% 이상 상승했다. 기술력과 창의성만 있다면 해외 빅테크들과 맞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AI 모델의 자체 개발에 집중하기보다는 외부 모델 도입으로 빠르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도화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 될 수도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2023-2024년 상반기까지 자체 모델 개발에 집중했으나 현재는 필요에 따라 외부 모델을 병행하는 전략으로 이미 수정했다. 빅테크 업체들 또한 딥시크의 방식을 접목할 계획을 이미 밝혔기에 기존 프론티어 모델들의 성능 고도화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AI 업체 기대반 우려반...“네카오 수혜 기대, 삼성전자 전화위복 기회”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의 비용 중 대부분은 인건비로 구성되어 있기에 생성형 AI 도입으로 개발 과정 내 생산성이 향상됨에 따라 구조적 영업이익률(OPM) 개선이 가능하다. 네이버는 ‘On- Service AI’를 내세우며 플랫폼 전반에 AI 기술 도입 예정이다. 올해 광고 AI 플랫폼 ADVoost 출시로 광고 부문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된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인조이’에 CPC(Co-Playable Character)를 도입할 계획인데, 이 또한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한 UGC(사용자 생성 콘텐츠)로 생태계 활성화에 나선다. 이 외에도 카카오는 카카오톡, 카나나에 AI 오케스트레이션 방식으로 AI 서비스를 입힐 계획으로 우려에 비해 AI 관련 비용 발생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국내외 반도체 업계는 매출 감소 우려 등 딥시크발 충격을 받고 있다. 딥시크의 AI 모델 훈련에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출시한 H800 칩이 쓰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엔비디아의 고성능·고비용 전략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사실상 독점 납품하며 고공행진해 온 SK하이닉스와 HBM 5세대인 HBM3E 납품을 위해 품질테스트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에도 단기 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매출 감소 등의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딥시크도 엔비디아 칩으로 AI 모델을 개발한 만큼 엔비디아의 시장 우위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 장기적으로는 AI 생태계의 저변이 넓어질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칩셋이 비싸고 구하기 어려워 AI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았지만 딥시크가 촉발하는 저비용 구조의 AI 모델이 확대되면 AI 생태계가 더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6조4927억 원을 기록하며 기대에 못 미친 삼성전자는 딥시크의 등장이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AI 딥시크 부상은 저비용 고효율 AI 칩 확산과 엔비디아 중심의 고비용 GPU 탈피를 의미한다”며 “삼성전자는 저비용 고효율 AI에 최적화된 온디바이스 AI 기기 확산을 위해 LPDDR5X를 스마트 폰에서 PC, 서버까지 탑재를 확대하고, 고가의 HBM 뿐 아니라 500만원 수준의 보급형 NPU(신경망 처리장치)인 마하(Mach) 등 가성비 AI에 최적화된 다양한 AI 칩 프로젝트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어 향후 저비용 고효율 AI 확산이 유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승수 기자 sss23@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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