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위기라고 말한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삼성전자 혁신에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http://www.m-economynews.com/data/photos/20250206/art_17388316370076_600f72.jpg)
삼성전자는 현재 전방위적인 위기에 놓여 있다. 주력사업인 반도체 분야에서 부진이 계속되면서 엔비디아뿐 아니라 이제는 SK하이닉스에도 영업이익이 뒤처지는 위기에 처했다.
엔비디아는 2021년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앞질렀고, 4년이 지난 지금 두 기업의 시가총액 차이는 약 4700조원으로 20배 넘게 벌어졌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됐고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세계 40위로 떨어졌다.
이뿐 아니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으로, SK하이닉스의 23조4673억원에 크게 못 미쳤고,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는 가전과 스마트폰까지 포함한 전사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SK하이닉스에 추월당했다.
미래도 낙관적이지 않다. 메모리 반도체, AI 반도체, 파운드리 등 모든 영역에서 경쟁사에 뒤처지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보편적 관세 부과와 반도체 보조금 지급 중단 움직임 등도 삼성 경영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는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6,838억불 중 21%인 1,419억불을 차지하면서 여전히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원동력임을 입증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반등을 온 국민이 염원하는 이유다. 삼성 반도체 위기극복, 어떻게 할 수 있을까.
◇ 삼성 반도체 부진 이유... 결국은 ‘기술력’
전문가들은 삼성 반도체 위기의 원인을 '기술 리더십 약화‘를 꼽고 있다. 최근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하면서도, 향후 등급 하향 가능성을 거론한 이유가 'AI 반도체 기술 리더십 약화'에 있다.
지난 30년 간 메모리 반도체 기술 패권을 쥐고 있던 삼성이 어쩌다가 ’기술력 약화‘라는 뼈아픈 평가를 받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표면적으로 나타난 삼성의 기술격차가 AI반도체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입하지 못한 것을 꼽았다. 거기에는 기술보다 수익성을 선택한 경영진의 선택이 패착의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M이코노미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기업 입장에서 수익성을 무시할 수 없지만 반도체는 기술이 관건인 사업이다. 현장에서도 계속해서 기술 개발을 해야 하고, 그래서 기술자들이 굉장히 중요한 분야"라고 설명하며 "AI 반도체에 들어가는 HBM을 처음 삼성이 개발했지만 시장 형성이 언제 될지 모르는 불확실성 앞에 이를 포기한 게 패착의 요인이 됐다"고 꼬집었다.
삼성전자는 2019년 세계 최초로 HBM 2세대 제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고성능 HBM을 판매할 시장이 형성되지 않자 HBM팀을 해체시켰다. 이때 많은 삼성 기술자들이 SK하이닉스로 넘어가 HBM을 발전시켰다. 그렇게 2022년 말, 챗GPT를 통해 AI시대가 열렸고 SK하이닉스는 HBM3E를 엔비디아에 납품하면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기술력을 포기하고 수익성을 선택한 것이 삼성의 발목을 잡게 된 셈이다.
◇ 핵심 반도체 기술자 유출도 삼성전자 성장 부진에 한몫
더불어 반도체 핵심 기술자 유출도 삼성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외 경쟁사의 삼성 기술자 모시기에 핵심인력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반도체 공정뿐 아니라 최근에는 설계 쪽과 AI 관련 인력도 이직 제안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회사에서 대접을 잘해주면 왜 나가겠나. 일을 잘해도 보직자한테만 상위고과를 주고 실무자는 고과를 받을 수 없는 구조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산업계 관계자들도 이구동성으로 삼성의 기술자 유출이 기술자들에 대한 미진한 대우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산업기술보호협회 자문을 역임한 김민배 인하대 교수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외국 기업의 경우 특별히 성과를 낸 사람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는데 국내 기업은 N분의 1로 부서별로 함께 받는 구조다. 이게 MZ세대들에게는 안 맞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하며 "옛날에는 애사심, 애국심으로 일을 했다면 지금은 자기가 한 일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보상을 요구한다. 현재 근무하는 고급 인력들 대부분이 해외에서 공부하고 활동한 경력이 있는데 국내 기업의 이런 임금체계가 안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분야는 기술자들이 중요하다. 내가 알기로는 다른 업체 기술자들이 삼성에 비해 연봉이 2배가 넘는 걸로 알고 있다"며 "부문별 보상체계도 장단점이 있지만 핵심 인재들은 따로 관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전무는 삼성전자의 회복의 열쇠가 끊임없는 연구개발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안 전무는 M이코노미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AI반도체 시장이 커지는데 삼성이 HBM3E를 엔비디아에 맞게 개발하여 납품하면 그것이 삼성의 캐시카우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그러려면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기술은 지속적으로 혁신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계 및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회복의 키는 결국 '기술력'과 '기술자'에 있다고 말했다.
◇ 이재용 회장 사법리스크 해소... '기술자 우선 기업'으로 다시 서나
이와 더불어 삼성전자 부진의 원인으로 꼽혔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3일 서울고법에서 2심 무죄 선고로 해소되면서 삼성의 과감한 투자와 혁신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태를 시작으로 8년째 시달려온 ‘사법 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됐다. 사진=연합뉴스](http://www.m-economynews.com/data/photos/20250206/art_17388317523883_8b75f6.jpg)
재계에서는 삼성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와 이에 따른 책임경영 강화,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일찍부터 대두되어 왔다.
이 회장의 2심 무죄 선고로 삼성의 약점으로 지목되던 불안정한 경영이라는 문제가 일단락된 셈이다. 이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술자 우선 기업'으로 회복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끝남에 따라 회사를 재정비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며 "삼성전자가 재무전문가들이 주요 자리를 꿰차 힘들어진 인텔의 뒤를 잇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문 경영인은 회사의 장기적 관점에서의 과감한 투자를 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매년 수익관련 평가를 받기 때문"이라고 짚으며 "이 회장이 경영에만 100%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만큼 삼성의 당면위기를 극복하고, 본격적인 공격경영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더불어 그는 "지체없이 계속해서 성장하는 회사가 오히려 더 위기라고 본다. 기업은 정체와 성장을 겪으면서 발전한다"며 "삼성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오히려 반성하며 혁신의 계기로 삼으면 내실 있게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