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리더라면?

  • 등록 2025.02.18 09: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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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이건 군대이건 조직이 있으면 반드시 리더는 존재한다. 망망 대양에서 폭풍우를 만나 배가 침몰 위기에 있을 때 배에 탄 선원들은 마지막으로 선장의 표정을 본다. 선장이 침착하게 행동하면 안심하고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한다.

 

날아가는 기러기 무리들도 맨 선두에 선 기러기 두목이 이끄는 방향으로 뒤따라가야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고 쉽게 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멋진 시골 음식점 물레방아도 흐르는 물이 없으면 스스로 돌지 못하고 제자리에 멈춰 서 있다.

 

작금의 시대, 우리나라에는 적어도 존경받고 믿을 만할 국민과 함께하는 리더는 없다. 매일 TV에 나오는 얼굴들은 어떻게 하면 나라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살 것인가? 남을 밀어제치고 내가 먼저 권력의 꼭대기에 올라갈 것인가? 유리한 쪽으로 궁리하면서 거짓말을 하고 이상한 유행어를 만들어 낸다.

 

이들은 함께 물레방아를 돌리면서 낭만을 느낄 만한, 우리 젊은이들이 존경할 국가의 리더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학교에서 배움을 통해 얻은 지식과 현실의 갭을 느끼고 혼돈에 빠진 것 같아 보인다.

 

그들의 머릿속에 국가의 미래는 보이지 않고 멋있게 만들어 가던 K-문화와 ‘동방의 등불’이라고 칭송하던 한국의 미래마저도 가물가물하다. 국가의 리더들은 진흙탕 속에서 뒤섞이어 앞뒤가 없어졌고 심지어는 세계 속의 조롱거리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많은 외침에도 나라를 올바르게 이끌었던 리더들이 많이 계신다.

 

조선시대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끈 22대 정조대왕, 그리고 지금도 광화문 광장에 우뚝 선 이순신 장군은 ‘싸움이 급하니 내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마라’고 노량해전에서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나랏일을 걱정하고 미래를 준비했다. 그러나 작금의 리더들은 법을 우습게 여기고, 공정의 기회는 물론 우리 젊은이에게 희망마저 가두면서도 부끄러움조차도 모르는 리더들이다.

 

◇ 리더가 갖추어야 할 조건과 양심

 

어느 조직이든 리더는 몇 가지 조건과 양심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복합 안보 상황에서는 조직과 국가를 이끌 수 있는 확고한 비전과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필자가 군에 있을 때 일이다. 어느 지휘관은 본인이 해야 할 말도 일일이 참모들이 적어 주어야 했고, 주요 부문은 형광펜으로 밑줄까지 쳐주어야 겨우 발언했다. 자기의 혼이 없고 비전이 없이 대독만 하는 리더이다. 국가를 경영하는 리더는 세계를 보는 비전과 해당 전문가들이 제안한 내용을 이해하고 자기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진정한 리더는 본인이 쥐고 있는 권력을 행사할 때 합법성에 기초한 합리적인 수준을 알아야 한다. 권력은 동향, 동문, 고함, 회초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합법적인 기준과 카리스마적 행동, 고도의 도덕적인 존경심에서 나올 때 진정한 권력이 될 수 있다.

 

흔히들 리더는 ‘어항 속의 금붕어’라고 한다. 모든 사람이, 모든 만물이 리더의 행위에 관해서는 관심 있게 보고 기억하기 때문이다.

 

군에서는 소대장, 중대장까지는 진정한 행동을 통하여 솔선수범을 보임으로써 리더로서 위치를 확보한다. 대대장, 연대장부터는 지혜와 통합, 소통을 통하여 조직 요소를 하나로 만들고 유사시 충성하도록 한다. 사단장, 군단장 때에는 전략적 식견과 자발적인 동기유발 행위를 만들어 내고 다양한 생각과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균형감각을 지녀야 한다. 적들의 머릿속에 들어가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스마트한 전략을 만들어 내 지침을 줄 수 있는 예견력을 갖추어야 큰 부대를 이끌 수 있는 멋진 리더가 된다.

 

셋째 모든 제대에서 공통으로 적용될 리더의 조건은 ‘책임은 내가, 공은 부하에게 주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어야 진정한 리더라고 할 수 있다. 흔히들 리더로서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은 정직과 부하의 고귀한 생명 존중이라고 말한다. 지금처럼 거짓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국민 앞에 대놓고 거짓말하는 리더는 다시는 믿을 수 없도록 와르르 순식간에 무너지게 된다.

 

◇부끄럽고 답답하다

 

필자는 믿었다. 사관학교 시절에 겪었던 10·26과 12·12 사태, 장교 임관과 동시에 가슴으로 맞이해야만 했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직선제 개헌, 박근혜 탄핵 등을 모두 현직에 있을 때 내 눈으로 보았기에 12·3 계엄 상황은 더욱 믿어지지 않았다.

 

이제는 평생을 제복 입었던 군인으로, 장군으로서 부끄럽고 창피하다.

 

반민주, 반헌법적 불법 계엄에 참가한 군인들이 증언하는 것을 보고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다. 몇 시간 후면 진실이 밝혀질 사항도 TV 보고 계엄을 알았다고 한다. 롯데리아에서 만나 모의했음에도 상대방을 전혀 모른다고 국민 앞에서 태연하게 거짓말한다. 교육기관에서 배웠던 ‘정의와 진실만을 말한다’는 신조는 어디로 갔는가?

 

국회를, 선거 관련 관공서를 봉쇄하고, 주요 요인을 체포하여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 한 그들은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가? 국민에게 경고를 주기 위해 실제로 실행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한다. 실패하지 않고 성공했다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어떤 모습일까?

 

광화문, 한남동, 안양구치소, 헌재 부근에는 민주주의를 찾고자 젊은이들이 추위를 이겨내면 목청 높여 부르짖고 있다. 심지어는 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서부지법 폭동까지 세계에서는 미얀마와 비교하여 방영되고 있다. 일부 동조자들은 이 순간에도 궤변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 국민은 피곤하다.

 

이제 분노가 치민다. 어떻게 지켜온 나라이었는가? 군은 과거의 불명예를 씻기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얼마나 노력했는가?

 

그런데 서울 한복판 권력의 주위에 있는 군인들은 뻔뻔스럽게 최고로 무장된 장병들을 국민의 심장부에 계엄군으로 보냈단 말인가? 춥고 늦은 작년 12월 3일 밤에 여의도에 달려와 맨몸으로 그들을 막은 우리 시민들이 있었기에, 차마 국회의원을 끌어낼 수 없는 젊은 군인들의 양심이 있었기에 그나마 몇 시간 안에 우리는 계엄을 막아 낼 수 있었으니 그래도 대한민국의 근본은 살아있는 것 같다.

 

◇국민이 리더를 걱정하는 비정상인 나라

 

이제 나라와 리더가 걱정스럽다. 작금의 언론에 비친 우리의 리더를 보면 밉고 분노가 치민다. 어떻게 지켜온 나라이었는가? 원-달러 가치가 세계에서 꼴찌에 가깝다고 한다. 트럼프 미대통령은 우리에게 관세 부과,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등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패싱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세계가 이러함에도 우리의 리더들은 국민에게 희망보다는 갈등을, 삶의 지혜보다는 갈라치기를, 웃음보다는 색다른 스트레스만 골고루 안겨다 준다.

 

언제부턴가 우리에게는 자신이 살아가야 하는 절박함도 힘든데 국민이 나라를 이끌 지도자를 걱정하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왜 우리에게는 진정한 리더가 없는가? 국민에게 편안한 저녁상 자리를 마련해줄 국가의 지도자를 왜 뽑지는 못했는가?

 

을사년 새해가 밝은지 벌써 두 달이 지나가고 있지만, 우리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서로 엉키고 뒤범벅되어 뒷걸음치고 있지 않는지 불안하다.

 

우리는 이제 미래를 야무지게 세울 진정한 리더, 거짓말하지 않는 정직한 리더, 경제·안보 식견을 갖춘 소통형 리더, 우리의 아픔을 함께하는 진정한 리더를 찾아 속히 서둘려야 한다. 그래도 천만다행이다. 묵묵히 북쪽만 바라보며 나라를 지키는 국군 야전 장병들이 있어서··· 이제부터라도 기운을 내어 튼튼한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 大韓民國이 다시 열매를 맺도록 가꾸어야겠다.

 

편집국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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