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돈에 60만원까지 오르는 금값에 ‘반 돈 돌반지’를 구입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한돈 짜리 돌반지가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부담이 되는 시대다.
국제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 여파로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금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김치 프리미엄’ 논란으로 금값이 소폭 떨어졌던 국내에서는 다시 보합세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4월물은 온스 당 300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3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금 선물 가격은 한때 온스 당 3017.1달러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에만 약 12.4% 가량 상승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하락세로 전환한 금 현물 가격도 재차 힘을 받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KRX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 보다 1490원(1.07%) 오른 14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금 가격은 지난달 14일 종가 기준 16만353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찍은 뒤 현재까지 13% 가량 하락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김치 프리미엄’ 실제 하는가? 골드바 품귀의 진실
순금 한 돈(3.75g) 가격은 현재 60만5000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중순 처음으로 60만원을 돌파했던 순금 한 돈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제거되며 지난달 말 58만원대까지 하락한 바 있다.
특정 언론사에서 ‘골드바 품귀현상’ 보도가 전해지면서 12~14일 평소보다 10~20배 많은 구매자가 금 거래소에 몰렸다. 이는 골드바 과다 수요에 ‘조폐공사가 공급을 중단한다’는 입장이 마치 거래소 공급 업체 전체의 입장인 것처럼 알려지면 품귀현상으로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골드바 많은 수요 물량이 3~4주 이후 출고되면서 지금은 평소보다 수요가 확 줄었다고 말한다.
골드바부터 금 액세서리까지 투자 목적 구매가 늘고 있는 것이다. 골드바 품귀현상의 해프닝을 겪으면서 국내 금값이 국제 시세보다 10~20% 비싼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이슈화 되기도 했다. 김치프리미엄의 주요 원인으로 국내 금 보유·유통량 대비 지나친 가수요, 골드바 제작 방식별 가격차, 높은 원·달러 환율 등을 꼽는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전 세계 금의 총량은 18만 7200t(누적 채굴량)으로 각국 중앙은행 등 정부 보유량이 3만 6700t(19.6%), 민간 보유량은 15만 500t(80.4%)으로 추정한다. 우리 금 보유량은 한은 보유분(104.45t)을 포함해 약 533t으로 추산, 전 세계 금 총량의 0.28%에 불과하다.
금 보유량이 약 1만 2000t으로 아시아 최대인 중국은 21일 기준 금 1g 시세(인베스팅닷컴)가 648.45위안(89.38달러)으로, 국제 시세보다 5.8% 낮았다.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금 보유·유통량 대비 지나친 가수요가 붙어 김치프리미엄을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에선 국내 골드바 생산 방식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다. 골드바는 시중 금은방 등에서 매입한 귀금속에서 금을 정련(추출·정제)하는 방식(한국금거래소)과 제련업체인 구리 제련과정 등에서 불순물을 정제해 금을 추출하는 방식(LS MnM)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귀금속에서 금을 정련해 골드바를 만들면 매입·운반 비용, 각종 수수료 등이 추가된다”며 “LS MnM 골드바는 광석(鑛石)에서 금을 추출해 국제 시세로 팔 수 있지만, 수요 폭증으로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에 의해 만들어진 김치 프리미엄이 이번 일로 본의 아니게 해소됐다. 앞서 언급한 제작 방식, 높은 원·달러 환율을 쌍끌이 뛰어넘어 국내 금값이 국제가와 비슷하게 움직이게 만들었다.
서민철 한국금거래소 이사는 “금값 오름세는 무역 관세 전쟁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생긴 현상인데, 품귀 현상 등 호도된 언론 보도에 현혹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단기적으로는 우왕좌왕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미 금리의 영향을 받으면서 국제 금값이 오르락내리락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합세를 뚫고 우상향 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역대급 금값 지금 사도 괜찮나?...장기 우상향 추세는 이어질듯
국내 금값의 국제 시세 대비 괴리율인 이른바 ‘김치프리미엄’이 한 달여 만에 사라지는 모습이다. 괴리율 정상화 과정에서 국제 금 가격은 그대로인 채 국내 금 거래가만 14% 하락했다. 지난달 금값의 괴리율이 20%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국제 시세보다 20% 비싼 금값에 대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도세가 나오자 국내 금값이 약 2주간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달 한투운용은 “현재 국내 금 시장과 국제 금 시장의 괴리가 높은 수준이므로 향후 KRX금현물 ETF에 단기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국내외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금 투자’를 중장기적 측면에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백종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지정학적 위기, 각국 중앙은행의 매수세 등으로 금값이 많이 상승했다”며 “금 가격의 우상향 추세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적 투자은행들은 금값 전망을 속속 수정하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씨티은행을 비롯해 골드만삭스와 맥쿼리, RBC 등 4곳의 IB가 금값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귀금속 거래기업 얼라이언스 골드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알렉스 에브카리안은 “금값 강세장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값이 온스당 3200달러선까지 거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프랑스 금융그룹 소시에테제네랄의 애널리시트 마이클 헤이 또한 “올해 금 가격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말까지 금값이 1온스당 33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