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 혼돈의 세상 극복하려면 함께 일할 방법 찾아라!

  • 등록 2025.03.29 15: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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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

 

대통령 탄핵의 소용돌이, 트럼프 미 대통령의 취임과 국가 간 통상무역 갈등, 미 중 패권경쟁, 미국의 핵심 기술 수출 봉쇄에 대응한 첨단 반도체와 통신장비·인공지능 등의 분야에서 이룩한 중국의 굴기, 거기에 내가 전철역에서 집까지 주로 이용하는 마을버스가 중국에서 수입했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뭔가에 쫓기는 듯이 불안하다. 그렇다고 내가 그런 분야에 종사해 온 전문가는 아니다. 그저 글 나부랭이나 쓰는 일개 서생에 불과하다.

 

당신이나 잘 챙기셔, 뭔 걱정? 이라고 반문하면 할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세상이 어수선한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싶고, 이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인지라, 내 방 책꽂이에서 50년간 먼지를 뒤집어쓰 고 있는 책 한 권에 나도 모 르게 눈길이 갔다.


“혹시 저 책에 길이 있을지 몰라” 중얼거리며 꺼낸 책은 Hans J. Morgenthau(한스 모겐소)의 『Politics Among Nations(국가 간의 정치』. 1948년에 첫판이 나왔는데 대학 시절에 산 복제본이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서두에 “정치는 근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이고 이해타산을 추구하는, 영원불변한 인간의 본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국제정치 역시 국익을 추구하기 위해 움직이는 자국 국익(National Interest)의 극대화를 위한 국가 간의 끝없는 권력투쟁이다. 그러니 상호 관계란 그야말로 헛된 희망에 불과하다”고 적고 있다.


문득 나는 제2차 세계 대전 막바지, 크림반도에서 열린 얄타 회담을 떠 올렸다.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스탈린 소비에트 연방의 당 서기장,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등 3명의 세계 강대국 수뇌가 모여 그들끼리 규칙을 정하고 나머지 나라는 그 규칙에 따르도록 한 회담 말이다.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렇다. 얄타 회담 때처럼 강대국인 미국이 규칙을 정하면 나머지 나라는 이에 따르라고 강요하는 듯이 보인다. 그래서 영국의 최전성기인 19세기 후반에 총리를 두 번이나 지낸 팔머스톤 경이 "국제관계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고 말한 것인지 모른다.


결국 국내 정치나 국제정치는 혼돈의 세상 같아 보이지만 힘을 가진 자가 만드는 규칙에 따르도록 강요당하는 기제다. 강제 규칙에 따르기 싫으면 전 국민이 마음껏 일하며 도전할 수 있는 경제 환경을 만들어 힘을 키우고, 세상을 정확히 관찰하는 식견을 가져야 한다. 내가 대학 시절 ‘외교학’ 과목을 수강할 때는 신문 1면 기사나 사설을 읽고 키워드나 문장에 밑줄을 쳐 가야 했다.


그렇다면 요즘 어지러운 국제 정세를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는 글은 없을까? 마침 세계경제포럼의 보르게 브렌데 회장(전 노르웨이 외교장관)의 글을 발견해 소개해 드리니 배우는 학생처럼 밑줄을 쳐 가며 읽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보시길 바란다.


◇취약한 성장의 길을 가는 세계 경제의 앞날


『세계는 더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는 듯하다. 중동, 유럽, 아프리카에서 전쟁이 일어나면서 지난해 갈등의 숫자가 부쩍 늘어난 데다 그 강도는 더욱 심해졌다. 국가 간 무역을 둘러싼 긴장이 곧 터질 것만 같다. 또한, 각국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이와 함께 최첨단 기술-특히 생성 AI의 급속한 발전으 로 잠재적인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처럼 보이지만 생성 AI를 둘러싼 국가 간의 잘못된 정보와 경쟁은 빠르게 최전선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기존의 세계 시스템에 대한 불만은 혼란을 더욱 악화시켰다. 결과적으로 냉전이 종식되고 25년 동안-안보, 경제, 환경 위기에 반발하지 않고 협력하는 시스템을 특징으로 유지되었던-비교적 안정된 질서가 사라졌다. 오늘날의 세계적 풍경은 예측 불가능하고 더 혼란스럽다. 그렇다고 협력에 소 극적으 로 대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국가는 무질서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협력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정치지도자들은 경쟁자들과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하고, 국가는 상식이 통하는 선에서 기업을 포함한 당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서로 손 잡고 큰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세계는 일련의 중대한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지난해는 기록상 가장 뜨거웠다. 세계 경제는 취약한 성장의 길을 가는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1억 2천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갈등으로 인해 강제적으로 살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했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에서 호흡기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다시 대두하고 있다.


세계 193개국의 국가적 기후 위기 사례를 보면 기후 변화로 산호초가 죽어가는 피지에서부터 사라져 가는 모로코의 오아시스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너머의 모든 곳의 현실이 어떻게 바꿔가고 있는지 알게 된다. 또한, 그러한 사례들은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역풍은 국경을 초월하여 동맹국과 적대국 간에 세계적인 협력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20년에 미국의 45대 부통령인 앨 고어는 바이든 미 대통령 임기 동안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낙관할 만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는 글을 썼다. 실제로 주요 기후 법안이 바이든 행정부 때 통과되었고 비판도 일었다. 예를 들어, 찰스 하비와 커트 하우스는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에 대해 보조금을 주는 일은 궁극적으로 낭비라고 주장했다. 해당국가가 직면한 기후 위험을 분석할 수 있는 지도화 작업도 진행했다.


또한, 저스틴 질리스(Justin Gillis, 언론인) 와 할 하베이(Hal Harvey, 에너지 혁신의 창시자. ClimateWorks Foundation의 CEO역임)는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지역 활동의 유형을 설명했다. 사울 그리피스(Saul Griffith, 호주계 미국 발명가)는 호주의 옥상 태
양광 활용을 보여줬다.


◇미국과 중국은 타협할 수 있는가?


이처럼 혼란스러운 오늘날 기후 위기 대처에서의 협업이 어렵고 불가 능해 보일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가능한 이야기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연례 회의를 여는 세계경제포럼과 맥킨지앤컴퍼니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동안 글로벌 협력은 정체된 가운데서도 환경, 건강, 혁신 등 해당 분야에서 여전히 진전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글로벌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만큼의 진전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핵심은 리더들이 어떤 분야에서는 협력하고 다른 분야에서는 경쟁하기 때문에 혼란스럽고 불신이 큰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데 대해 무게가 실린다.


미국과 중국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동안 팬데믹 예방과 사이버 범죄 증가에 대처한 협력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찾 았던 일도 좋은 사례다. 그러므로 무역 문제 또한, 두 나라 모두 이로운 방식으로 타협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역사는 또한 적대국이 협력할 수 있음 을 보여주었다. 미국과 소련은 2차 세계 대전 중에 협력했다. 좋은 예로 미국은 대여법에 따라 소련에 수십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제공했다는 것을 상기하자. 그리고 냉전이 절정에 달했을 때, 양측은 대기 오존층 고갈, 무기 시험 및 생산 통제, 천연두 근절과 같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놓고 협력했다.


이전 시기에 얻은 교훈은 유익하지만 과거의 구조를 복제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실수일 것이다. 냉전 이후의 오랜 질서는 실제로 서방이 주도했고 대체로 안정적이고 협력적이었다. 다만, 다른 대륙의 나라들, 특히 개발도상국의 요구를 전부 수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고 지금도 늘고 있다.


신흥 시장 국가의 협력체인 BRICS와 같은 그룹이 확대되고 국제 시스템으로의 변화를 옹호하는 것은 협력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재고하고 싶은 욕구의 증거이다. UN조차 스스로 다자간 기구가 더 대표성을 갖고 사태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자체 개혁을 요구했다-이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강력한 신호다.


오늘날 협력은 한 기구에 기반을 두거나 한 가지 방법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정력을 가져야만 한다. 실제로 유엔과 같은 대규모 다자 기구 는 의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소규모 네트워크를 가진 회사들과 글로벌 우선순위를 발전시키기 위해 협력하는 국가를 도와 협력의 결과물을 전달해 줘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의 하나로 「First Movers Coalition」을 들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주도하는 미국과 12개 정부 간의 협력인 이 연합은 청정에너지 기술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100개 이상의 글로벌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 가운데는 보잉과 에어버스, 코카콜라와 펩시코처럼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들이 포함되어 있어도 공감하는 기후 의제만큼은 경쟁이 아닌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떻게 협력할지 자문해야 리더다


세계가 직면한 많은 과제는 하나의 글로벌 기구가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인공지능은 아마도 가장 두드러진 예일 것이다. 인공지능은 이전 기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서 안전장치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 기술 회사들의 목소리가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규모의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협력을 소규모 그룹으로 이전하는 것은 혼란스럽고 무질서하게 느껴질 것 같다. 민간 부문 경쟁자들로 하여 협력하도록 하는 관행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룹이 글로벌 목표에 위배 되지 않고 글로벌 목표를 위해 일을 하고 있다면, 공적인 글로벌 기관과 권력은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격려해야만 한다. 

 

어떤 사람들은 많은 선진국에서 여당이 득표율을 잃었던 지난해 선거 결과를 두고 이들이 글로벌 접근 방식에 등을 돌리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좌파나 우파로의 광범위한 글로벌 이동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직자에 대한, 그리고 틀에 박힌 행동 방식에 대한 광범위한 불만을 보여주었다고 할수도 있다. 그 같은 메시지는 사람들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과제에 새롭고 더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지만 이런 해결책은 오로지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민들에게 봉사하고자 하는 리더들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야 할 것인지 아닌지를 의식하지 말고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 자문해야 한다. 오늘날 매우 불안정한 환경에서 조금은 무질서한 접근 방식을 취하면 어떠하랴! 함께 일을 하는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 사람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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