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이 6월 내에 1,400원에서 1,550원으로 150원 오를 전망이다. 애초 난항을 겪었던 경기도의회의 요금 심의가 마무리되면서 서울시가 목표했던 상반기 내 인상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경기도의회는 지난 15일 임시회를 열고 ‘경기도 도시철도 운임 범위 조정에 대한 도의회 의견청취안’을 의결했다. 경기도는 도 소비자정책위원회 등을 통해 요금 인상을 위한 행정적 절차를 거치고, 티머니가 요금 시스템을 개편하면 모든 절차는 마무리된다.
서울시는 행정 절차를 완료하는 대로 시스템 준비에 속도를 내 6월 중 요금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정확한 인상 날짜는 대선 이후 6월 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선 등 6월 중 큰 이슈가 있긴 하지만 상반기 중 요금 인상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2023년 10월 7일부터 지하철 기본요금을 150원(1,250원→1,400원) 올리면서 2024년에 150원을 추가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보조를 맞추느라 실제 인상은 이뤄지지 않았고, 1년이 지나 이번에 올릴 수 있게 됐다.
서울시 측은 “서울교통공사 적자 원인이 다양하고, 인상도 예정보다 늦춰져 적자를 100% 해소하기에는 부족하겠지만 이번 인상이 서울교통공사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올해 순손실 7241억...갈수록 늘어자는 누적 적자
지난해 말 기준 서울교통공사의 당기순손실은 7241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5173억 원 대비 40%가량 증가했다. 누적 적자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교통공사 누적 적자는 18조9222억 원으로, 19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하루 이자만 3억 원이 넘는 서울교통공사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서는 지하철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것이다. 물론 전기료 등 운영 비용은 가파르게 오르는 동안 지하철 요금은 제자리였고 지하철을 운행하는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싼 편은 아니다.
문제는 2023년 서울교통공사의 적자가 5173억 원에 이르는 가운데, 그중 3663억 원이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이라는 점이다. 근본적인 적자 개선을 위해선 요금 인상에 더해 무임승차 손실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시와 교통공사의 일관된 입장이다.
시는 무임수송이 대통령 지시에 의해 도입됐고 거주지와 상관없이 전국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므로 국가 사무에 해당해 PSO(공공서비스에 따른 손실보전 지원)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무임수송의 약 70%를 보전받는 코레일과 동일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엄연히 지하철 운영이 지자체 사무라며 PSO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교통공사 측은 “작년 기준 무임승차 인원은 전체의 약 17%인 하루 751만명이고 이로 인한 손실액은 한해 4,000억 원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위원회가 조사한 ‘노인 무임승차 제도의 현황’을 보면, 서울교통공사의 재정적자 중 70%가 노인 무임승차에 의한 적자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1월 말 기준 우리나라 총인구 5100여만명 중 노인인구가 1030여만명으로, 전체인구의 20% 이상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65세 이상의 노인이 수도권 지하철의 무임승차 연령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보면 “무임승차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63%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고광선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장은 “무임승차 제도는 1984년 도입 이후 노인들의 사회 참여를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무임승차는 복지의 상징이다. 유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노인의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혜택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도 현실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만, 노인의 이동권이 후퇴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 형평성과 이동권 보장의 문제”라며 “서울시가 부담을 떠안는 방식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역할도 고려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단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적자 개선을 위해 무임수송 손실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하철 운영이 엄연히 지방자치단체 사무라며 PSO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 향후 정부와 서울시 간 의견 차를 좁히는 데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교통공사 기후동행카드 특별 건의...서울시 “가격인상 없으나 국고 보존 염두”
6월내로 수도권 지하철 요금이 올라도 서울시 핵심 교통 정책인 기후동행카드 가격은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고 ‘기후동행카드 운임 인상을 위한 서울교통공사 이사회 특별건의’를 채택했다. 당시 서울교통공사는 적자가 심화됨에 따라 향후 지하철 운임 인상 시 기후동행카드 운임을 함께 올려야 한다고 서울시에 특별 건의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 각종 정책으로 인한 서울교통공사의 영업손실분은 1246억5,000만원, 전체 손실액은 1341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기후동행카드로 인한 서울교통공사는 670억5,000만원 가량을 부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인데, 서울교통공사는 적자가 계속 쌓이면서 서울시에는 부담 비율 조정과 정부에는 보존 금액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 적자 문제를 인지하고 국고 보존을 통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기후동행카드 가격 인상을 위한 논의나 검토는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후동행카드는 환경 문제에 시민들이 함께한다는 취지로 시작됐고, 2023년 10월 지하철 가격이 인상됐을 때 이에 따른 시민들 부담을 줄이기 위한 측면도 있는 정책”이라며 “지하철 가격이 인상된다고 해서 기후동행카드 가격을 바로 올릴 수는 없지 않나. 단, 기후동행카드 적자가 쌓이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대책을 세울 예정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