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간 관세 협상 마감 시한이 내달 1일로 다가온 가운데 조선업이 다시 한 번 양국 협상의 핵심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기술 이전과 현지 인력 양성 등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제시하며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양국 협상의 타결 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어 한국 조선산업의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이 제조업 부활과 중국 해상 영향력 견제를 핵심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미국의 전략과 부합하는 산업이 바로 조선업이라는 평가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미국이 선호하는 ‘현지 건조 및 기술협력’ 모델을 중심으로, 국내 조선 빅3(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와 함께 구체적인 협력안을 조율 중이다. 반면 일본은 자국 내 건조 역량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미국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을 택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26일 긴급 대미 통상대책회의 후 “미국 측이 조선 분야에 큰 관심을 보였으며, 조선업 협력을 포함한 실질적인 타협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미 조선 협력이 관세 협상의 전략적 지렛대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한화필리십야드)를 거점으로 한국 거제조선소와 연계해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지원하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한화해운이 필리조선소에 발주한 LNG선은 50년 만의 첫 미국 발주 사례로,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HD현대는 기술 전수 및 공동 건조에 방점을 두고 있다. 올해 4월 미국 최대 해양·방산 조선업체 헌팅턴 잉걸스와 협력 MOU를 체결한 데 이어, 6월에는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2028년까지 현지에서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을 건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HD현대는 기술 컨설팅을 위해 전문가들을 현지에 파견하고 공동 설계·생산 체계 구축에 들어갔다.
삼성중공업 역시 미국 조선소와 협력 가능성을 타진 중이며, 관련 접촉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본은 자국 조선사의 역량 한계를 고려해 직접 투자 전략으로 선회했다. 백악관은 일본이 약속한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에 대해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립, 기존 시설 현대화, 상선·방산 선박 분야에 대한 투자”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수출입은행 양종서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 조선사들은 미국과의 조선 협력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며, 인력과 시설 부족을 이유로 협력 여력에 한계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한·미 조선 전문가 포럼’ 등을 통해 인력 양성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미국이 원하는 인프라 강화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기술과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라며 “이번 협상에서 실질적 기여가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