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업 사회적 기업가로 새 출발하는 전 서울메트로 본부장 황춘자 대표

  • 등록 2015.02.12 14: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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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엔 아직 여성 CEO들이 많지 않다. 여군 대위로 전역한 뒤, 서울 메트로에서 30여년 근무하면서 어려운 시기에 서울 메트로와 함께 했던 황춘자 전 본부장, 서울 메트로를 떠나자마자 새누리당 용산구청장 후보로 출마해 5만표가 넘는 표를 얻었으나 현직 구청장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그녀는 문화예술분야에서 사회적 기업을 창업해 침체된 문화예술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이 분야에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각오로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맨다. 황춘자 대표를 만나, 여성으로서 선거 현장에서 느낀 점, 사회적 기업가로서의 어려운 점, 포부 등을 들어봤다.


여성으로서 실제 정치 현장에 참여해보니 어떻게 느꼈는가?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으로부터 전략 공천으로 용산구청장 후보로 권유를 받아 갑자기 출마했던 겁니다. 직장 생활만 했던 제가 정치를 어떻게 알겠습니까. 하지만 그동안 쌓아온 저의 지식과 경험을 구청장이란 공직을 통해 사회에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 결과 5만2천여표를 받아 나름 선전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거운동 현장에선 여성이 구청장 후보로 나서는 것에 대한 편견이 없진 않았지만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습니다.그러나 지난 번 선거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점은 시민이 아니라 나를 공천해줬던 당이었습니다. 당으로부터 거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점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당 조직은 있는데, 역할이 없더군요.


오랜 직장 생활과 선거 후에 집에서 쉴 때 공허감을 느꼈을 것 같은데...


솔직히 그런 공허감을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에 퇴직 후 무엇을 할 것인가를 쭉 준비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직장에 다닐 때 퇴직 10년 전쯤부터는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해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저는 서울 지하철공사나 도시철도공사 CEO를 하고 싶었습니다만 그러지를 못하고 용산구청장에 출마하게 된 겁니다. 지금은 사회적 기업을 창업해 그 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회적 기업인지 소개해 주세요.


문화예술업인데요, 가장 한국적인 그림을 글로벌 시장에 마케팅하고 판매하는 기업입니다. 전직 외교관, 건축가, 화가 등이 주주로 참여해 설립했습니다. 저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면 도덕적이고 윤리적이어야
하고, 상거래 질서를 지켜야 하고, 기업 이윤과 가치를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취지로 지금 휴일도 반납하고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화가들의 그림은 갤러리 중심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제가 서울 메트로에 있으면서 미술관을 3개 운영해 봤습니다. 그러면서 미대 교수님들, 화가들을 많이 만나 봤습니다. 제 딸도 미대를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예술가들은 작품도 좋고 활동도 열심히 합니다. 첨단 기술을 접목한 예술작품도 선진국에 뒤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파는가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미술 시장을 글로벌하게 마케팅하고 판매합니다. 중국은 장르별, 시대별, 국가별로 작품을 공개하고 적은 금액일지라도 가격이 매겨져 거래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엔 그런 게 없어요. 그래서 제가 미술계 있는 분들에게 이걸 같이 하자고 제
안했습니다. 우리나라 화가들은 팔 데가 없으니까, 죽을 때 자기 작품을 다 태우고 죽는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소수의 돈 있는 사람들만 미술품을 소유하는 것에서 누구나 형편 닿는 대로 미술품을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을 형성해보고자 합니다. 그것도 글로벌 하게 하겠다는 겁니다. 미술품을 활용한 예술상품의 경우 제품을 속이지 않음은 물론 시중가의 절반 수준에 제공할 작정입니다. 그리고 이익이 발생했을 때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제가 ‘아트 프레이밍(Art Framing)’이라고  이름을 붙여봤습니다만 건물과 집, 공간의 색깔과 모양을 바꾸고 그에 맞는 벽화를 그리고 간판도 바꿈으로써 도시를 예술적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도 하려고 합니다. 이를테면, 지금 호텔 2곳과 병원 2곳을 선정해서 가장 한국적인 콘셉트로 아트 프레이밍할 계획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한국 미술품을 국내외에 팔 수 있는 미술 시장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마음에 듭니다. 꼭 실행에 옮겨보기를 바랍니다. 이런 일은 저 혼자는 안 됩니다. 글로벌 시장을 개척도 해야 하고 입법도 해야 하고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합니다. 자금도 필요하고요. 그래서 중소기업육성자금도 신청해 놓긴 했습니다만 어려움이 많네요. 행정절차가 너무 복잡하고요, 규제가 많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첫 상품으로 아까 말씀드린 대로 가장 한국적인 동양화를 얹힌 스카프를 만들었습니다. 상표는 순수 우리말로 ‘즐거운 터’라는 뜻의 ‘라온터’로 정했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민경갑 화백님을 찾아가 말씀 드렸더니, 후배들을 위한 일이니 자기의 작품을 무료로 기증한다고 하셔서 너무 고맙게 여기고 있습니다.


끝으로 앞으로 정치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할 생각인지..


저는 군 생활을 포함해 40년을 공직 생활로 보냈습니다. 저 자신, 공적 가치관이 철저히 몸에 배 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짧은 선거운동 경험이었지만 정치 현장에선 지도자들이 공적 가치관보다는 권력을 앞세우는 듯한 모습을 보고 무척 실망했습니다. 정치인들이 정치에만 올인하지 말고 서민들의 생활 속에 뛰어 들어가야 합니다. 일반 사람들의 삶 속에 들어가면 정말 챙겨야 할 게 너무나 많은데도, 자리 지키는 데 너무 연연해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서울메트로에 근무할 때, 본부에서 기획 일만 하다가 지하철 역사 소장으로 내려간 적이 있었습니다. 지하철 역사에 가서 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역사를 쭉 둘러보니까, 화장실이 눈에 띄더군요. 화장실이 너무 더러운 거예요. 역사 한 개가 200~300억짜리인데, 화장실이 지저분하고 추워요. 역사에는 출입구가 8~12개정도 있습니다. 지하니까, 겨울 되면 찬바람이 쑹쑹 들어오는 거죠. 그걸 바람이 들어온다고 비닐을 입구에 테이프로 붙여서 쳐 놓은 겁니다. 그래도 추워서 바닥이 얼어 붙어서 미끄러지는 사람들도 생겨요. 제가 비닐을 다 치워버렸어요.


창고에 가보니까, 방열기가 여러 개 있는 거예요. 페인트를 사다가 도색을 하고, 화장실에 갖다 놓았어요. 금방 훈훈해지더군요. 청소도 오전 한 번, 오후에 한 번하고 마는 겁니다. 그래서 시간마다 돌아다니며 청소하라고 했더니 화장실이 깨끗해진 거예요. 또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전등도 큰 걸로 교체하고 여자들 핸드백 놓는 곳도 만들었어요. 그게 나중에는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을 받는 계기가 됐어요. 화장실뿐만 아니라 깨끗한 역사를 만드는 데도 열심을 내고 부정승차 단속, 친절한 서비스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그랬더니 사장으로부터 24개의 표창을 받았습니다.


언론에도 크게 보도되기도 했지요.제가 이 말씀을 왜 드리는가 하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저는 현재 일에 충실합니다. 지금은 사회적 기업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문화예술 사업에서 일평생 견지해왔던 저의 공적 가치관을 성실하게 실현하려고 합니다. ‘다트’라는 사회적기업으로 사회에 보답하려고 합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15




이상용 대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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