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교육 피해의 현주소

  • 등록 2015.03.13 12: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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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접수된 인터넷교육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총 1158건으로 매년 증가추세에 있으며, 20141월부터 10월까지도 404건이 접수되었다. 피해유형으로는 방문판매가 58.5%로 가장 많았으며, 전자상거래가 26.5%로 뒤를 이었다.

 

이면계약서의 전형 


인터넷 교육에 있어서는 계약해제 및 해지를 거절하거나 위약금 등을 과다 공제하는 등 계약해지가 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교육서비스 관련 피해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피해자를 만나본 결과 이면계약서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도 나타났다. A대학교 B학생의 피해는 작년 1학기 초(4)에 시작되었다.


당시 피해를 입은 B학생을 비롯한 10여 명의 학생들은 신입생이었다. 과대표를 통해 소개를 받은 한국기술자격정보원 직원은 과 특성에 맞는 컴퓨터자격증(ICDL)을 설명한 후 CD 10장을 우선 맛보기용으로 들어보라고 권유했다. 설명을 들은 10여 명의 학생들은 간단한 지원신청서를 작성한 후 CD를 받았다.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모바일로도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는 팁도 제공받았다. 더군다나 당시 설명했던 직원은 신청서 작성 후 납입문자가 오긴 하겠지만 신청의사가 없고 입금이 안 되면 자동취소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당부에 안심하고 있는 터였다.


B 학생은 이 같은 직원의 말에 문자가 와도 안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느덧 기말고사기간이 다가왔네요. 지난 4월에 신청하신 대학생정보화교육 프로그램 납부마감일이 경과되어 안내하여 드립니다라는 문자가 왔다. 문자도 한 달에 한 번꼴로 띄엄띄엄 와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일주일 단위로 문자가 오며 납입을 독촉하기 시작했다. 문자내용도 B학생을 당황케 했다.


소액심판소장 강제집행 통보. 사건번호 : 2014XXXXXX.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 당사로부터 귀하의 채무 건에 관한 소액심판소장 청구 소장 강제집행이 승인 결정되었음을 통보하여 드립니다. (중략) 소액심판소장 청구소송 접수기간 내 귀하의 소유재산에 대한 소유권 이전 및 은닉행위는 법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이에 따른 책임은 전적으로 귀하에게 귀속됨을 고지하여 드립니다라는 문자가 발송된 것이다.


맛보기용 CD를 제시했던 회사에서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라는 법규를 내세워 자신들의 법적 보호를 요구하며 채무독촉을 한다는 것은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문자 내용에 놀란 학생들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한국기술자격정보원에 전화를 걸었다. 정보원의 답변은 학생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직원의 말인즉, 신청서 뒷면을 확인해 보라는 거였다. 지원신청서 뒷면에는 신청계약서가 적혀 있었다.


지난 27일에 방영된 MBC 무한도전에서 등장했던 이면계약서가 현실에서도 나타난 순간이었다. 물론 시기적으로는 학생들이 당한 시점이 앞선다. 정보원 직원은 계약서에 보면 신청취소는 제품을 공급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서면으로 철회를 요청하여야 가능합니다라고 적혀있다며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전화통화를 한 학생들은 순간 뒷통수를 맞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소문 끝에 계약 당시 미성년자였던 이들은 취소가 가능하다는 법적 근거를 찾아내어 취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10여 명 중 4명은 계약 당시 미성년이 아니었기 때문에 347천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납입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한다. 인터뷰에 응한 B학생의 경우 CD를 개봉 안했지만, CD를 개봉해본 학생의 말에 의하면 내용도 상당히 부실했다고 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현재 이 업체의 경우 지원신청서 뒷면에 계약서가 붙어 있던 형식은 사라졌다고 밝혔다. 대신 계약서를 제시하고 별도로 한 장에 자세한 설명을 담은 A4용지를 제공한다고 한다. 하지만 접근하는 방식이 유사하다 보니까 대학 신입생의 경우 계약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계약서를 따로 제공하므로, 사업자에게 책임을 물기도 어려워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용실태를 통해 본 판매방식

 

B학생의 제보를 들은 후 한국기술자격정보원을 검색해 보았는데 홈페이지만 봐서는 여느 자격증교육사이트와 다를 바 없었다. 다만 구글 등에서 검색해보면, A대학교 B학생과 유사한 피해사례들이 등장했다.


한 제보자는 지난해 5월경에 수업 중에 어떤 사람이 와서는 자격증 인강에 대해 설명했고, 군대 다녀와서도 4년 동안 강의를 볼 수 있다는 설명에 덜컥 신청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이 제보자의 경우에도 한 2개월 후에는 입금독촉에 대한 문자가 왔고, 확인해보니 14일 지나면 청약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이 제보자는 홈페이지는 유사한데 이름만 다른 사이트가 존재한다고 귀띔했다.


확인 결과, 실제로 그런 사이트가 존재했다. ‘한국기술자격정보원(http://www.klpp.org)’한국정보통신인재개발원(http://www.kicp.org)’이 그것이다. 두 사이트는 업체명만 다를 뿐 완전히 똑같은 사이트였다. 사이트 하단을 살펴보면, 사업자등록번호는 다르지만 대표자명은 동일인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왜 완전히 똑같은 사이트를 두 개나 만들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한국정보통신인재개발원으로 검색해 봐도 대학교 강의실에서 컴퓨터자격증 CD판매로 인한 피해사례가 나타난다.


더군다나 최근 이 회사에서 모 취업사이트에 낸 채용공고를 보면 회사의 판매행태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영업부 홍보강사 채용이라는 제목 아래, ‘홍보강사 : 대학교 강의실에서 주어진 시나리오를 가지고 15분 정도 학생들에게 지원내용을 설명해주는업무를 수행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스케쥴러도 모집했는데 이들은 대학교에서 강의 시간표를 참고하여 홍보에 필요한 시간 스케쥴을 잡는업무를 수행한다.


 더 거슬러 올라가서 201312월에 다른 취업사이트에 올린 채용공고를 보면 이들의 업무 진행방식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채용공고에는 활동내용으로 대학교 학과 수업이 끝난 후 약 20분 정도 학생들에게 홍보하며 하루 3~4학과 정도 진행함이라고 적혀 있으며, “담당직원이 시간 및 장소를 섭외해 주기 때문에 홍보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되어 있다. 회사에서는 스케쥴러가 일정을 잡으면 홍보강사가 학교에 가서 방문판매를 진행하는 식인 것이다. 더군다나 하루 3~4학과 정도 진행한다는 문구를 봤을 때, 주기적으로 각 대학교를 돌며 한 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한 학과 이상을 방문해 판매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채용공고에는 공통으로 복지혜택으로 IT관련 700여 국가자격증 온라인강좌 무료수강을 지원한다고 되어 있다. 과연 취업희망자가 결국에는 A대학교에서와 같은 행태로 업무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고 취업을 하게 되는지도 의문이 드는 대목이었다.

 

장기계약과 사은품의 함정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이와 같은 대학생 지원과정을 통한 방문판매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터넷교육 서비스 계약피해가 존재한다. C씨의 경우 20137월에 자녀의 인터넷교육을 2년 계약하고 3816천원을 결제하였다. 하지만 수강을 해보니 설명 받은 내용과 달리 학습효과가 없어서 20143월 계약해지를 요청했으나 사업자는 1년의 의무이용기간이 있다며 해지를 거부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에 의하면, C씨와 같이 부모님이 판매원의 감언이설에 속아 장기계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액수가몇 백만원이나 나가는 이유는 대부분 학생들이 배우는 전 과목을 한꺼번에 끼워서 팔기 때문인데, 문제는 부모가 무턱대고 사고 나면 자녀의 학습법과는 맞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계약을 해지하려고 해도 의무이용기간 때문에 이마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해지 위약금이 과다 책정되어 해지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D씨의 경우 방문판매원의 말을 듣고 20138월에 인터넷교육을 18개월 계약했다. 이것 역시 자녀의 교육을 위해 423만원을 결제했다. 계약 당시 중도해지가 가능하며 할인된 이용료로 환급액이 산정되며 사은품 또한 반환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막상 20141월에 사업자에게 계약해지를 요청하자 이용료를 할인 전 정상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했으며 사은품 비용도 공제하여 총 176만원을 공제했다고 한다. 결국 계약 당시에 아무리 할인된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계약 해지 시에는 이 할인가격을 보장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장기 계약 시에는 보다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사은품의 경우에도 혹시라도 계약 해지 시에는 되돌려줄 것에 대비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원 이신애 조정관은 이 대목에 있어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신애 조정관은 사은품은 불필요하다면 굳이 받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특히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중도 해지 시 사은품을 사용한 경우에는 감가상각을 해서 물어주거나 동종의 상품으로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신애 조정관은 소비자들이 보통 사은품은 계약 시에 제공받은 것이기 때문에 자기 소유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계약이 이행되지 않으면 사은품은 소비자가 물어야 하는 물품이므로 고가의 사은품에 현혹되지 않는 지혜도 필요해 보인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에 접수된 인터넷교육 피해 사례도 있다. E씨는 3명의 자녀에게 인터넷 통신교육을 시키기로 하고 1년 교육비 1152천원을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했다. 가입 시에는 1년 동안 담당 교사가 1주일에 2~3, 5~15분씩 학생들을 관리한다고 안내했으나 이것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 이후 자녀들이 점점 흥미를 잃어버려서 E씨는 중도해지를 요구했으나, 해당 회사는 계약 당시에는 알려주지 않았던 터무니없는 위약금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결국 이 업체는 담당교사의 학생관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부분을 인정하여 수업기간 3개월을 연장하고 카드할부수수료에 대해 5만원 보상을 조건으로 양 당사자가 합의했다. 이처럼 인터넷교육 서비스가 속출하는 것은 IT가 발달한 국내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병폐일지도 모르겠다. 소비자들의 보다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 번 더 확인하는 꼼꼼함은 필수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인터넷교육 서비스 관련 피해는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 접수현황을 보면, 2011285건에서, 2012398, 2013475, 2014(1~10) 404건으로 소비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인터넷교육 피해를 줄이기 위한 소비자 주의사항을 제시했다.


 첫째, 방문 판매, 통신판매, 전화권유판매를 통해 장기 계약 시에는 사업자가 신뢰할 만한 업체인지 확인하고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업체의 신뢰도는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www.ftc.go.kr)사업자 정보화면에서 사업자등록번호, 상호 등으로 사업자등록 여부의 확인이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최소한 해당 회사의 홈페이지라도 확인하는 신중함을 덧붙인다면 좋을 듯싶다.


둘째, 인터넷교육서비스 계약 체결 시 장기 계약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과다한 위약금 등을 부담할 수 있으므로 장기 계약 시 충동계약을 지양해야 한다. 셋째, 계약 시 제공받은 사은품은 중도 해지하는 경우 비용이 청구되므로 불필요한 사은품은 거절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인터넷콘텐츠업)에서는 중도 해지 시 사은품은 물품가액을 지급하거나 동종상품으로 반환, 혹은 감가상각 후 반환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계약서에 사은품 가격 등을 명시하고 불필요한 사은품은 가급적 받지 않아야 한다.


넷째, 장기계약 시 신용카드 할부 결제를 이용한다. 신용카드 할부 결제를 이용하면, 사업자의 폐업 또는 연락두절로 환급에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신용카드사에 할부항변권을 행사하여 잔여 할부금(거래금액 20만원 이상, 할부기간 3개월 이상)에 대해 지급 거절을 할 수 있다고 한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15

김경한 기자 santa-0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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