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률에 매몰된 국내 전시산업

  • 등록 2015.03.20 11: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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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 경희대학교 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전시업계가 너무 가동률에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 다. 전시산업은 거래활성화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투자의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전시 산업진흥회에 등록된 12개 전문 전시장의 지난해 평균 가동률을 조사해 보니 55.8%가 나왔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전시산업 강국인 독일은 평균 가동률이 30% 안팎이다. 그럼에도 독일 내에서는 왜 가동률 이 낮은지에 대한 논란은 일지 않는다는 것이 김봉석 교수의 설명이다.

 

경제적 파급효과 고려해야

 

김봉석 교수는 가동률이 호텔에서 흔히 말하는 회전율 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텔은 간단한 청소만으로 도 고객의 입출이 가능하므로 회전율, 즉 가동률을 중시 한다. 반면 전시장의 경우 전시부스와 전시물을 입출하는 데만 며칠이 걸리며 유지보수 기간을 고려해야 하므로 가 동률보다는 전시회를 통한 파급효과를 더 중시해야 한다 는 입장이다.


김봉석 교수에 따르면, 전시산업은 전시부스 제작, 음식 점, 숙박, 운송 등의 생산유발효과가 13500억원이며, 전시산업을 통한 고용유발효과는 총 9636명에 이른다. 또한 전시회는 참가업체와 참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및 거래의 통로로 사용된다. 그러다보니 참관객을 통한 경제 적 파급효과도 상당하다. 업계 관계자는 전시장 참관객들 이 일반 관광객들보다 2배 이상의 지출을 하는 것이 정설 이라고 말했다. 91%에 이르는 참관객들은 전시회 참가 이 후 12개월간 전시회 참가로부터 획득한 정보를 구매활동 에 활용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특히 전시장에서는 제품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점에 서 테스트마켓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 국 전시산업연구센터(CEIR)에 의하면, 참관객의 81%가 전시장 내에서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확인해 보는데 관심이 있었으며, 참관객의 90%가 구매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시장이 테스트마켓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독일 전시산업의 성공요인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만큼 세계 각국은 전시장 건설에 혈안이 되어 있다. 특히 800년의 역사를 지닌 독일은 전 세계 10위권 규모의 전시장 중 4개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독일은 연간 1천만 명의 구매자들이 방문하고, 독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전시회 중 70% 정도가 개최되고 있다.


김봉석 교수는 독일에서 전시회가 발달한 이유를 오랜 역사와 풍부한 인프라에서 찾는다. 독일전시협회는 1906년에 세워졌다. (반면 우리나라의 전시산업진흥회는 2002년에 설립됐다.) 100년 이상을 전시산업의 발전과 개선작업에 힘써온 독일의 노하우는 어마어마한 것임에 틀림없다.


또한 김봉석 교수는 독일의 전시장이 직접 주최하는 전시회가 전체 전시회의 80~90%에 이른다고 밝혔다. 20~30%의 전시회만을 전시장이 직접 주최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일은 프랑크푸르트전시장처럼 전시장 운영사(Messe Frankfurt GmbH)를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전 세계에 14개 지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 참가업체와 참관객을 유치하기 위해 지부를 추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풍부한 인프라를 통해 독일의 전시산업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


독일의 전시산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정학적 유리함도 한몫했다. 독일은 국경선을 마주한 국가가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폴란드,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공화국, 덴마크 등 8개에 이르며, 유럽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삼면이 바다로 뒤덮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배로 선적할 필요 없이, 트럭을 싣고 국경을 바로 넘으면 되는 것이다. 독일이 각 지역 별로 특화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는 상황도 세계적인 전시회를 키우는 데 기여했다. 하노버전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정보통신박람회인 CeBIT, 프랑크푸르트는 자동차박람회, 뒤셀도르프는 국제의료기기전시회 등 각 지역별로 차별화된 전시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인프라가 풍부한 미국 라스베가스

 

독일 외에도 최근 주목받는 곳은 미국의 라스베가스다. 지난 16일부터 9일까지 라스베가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소비자전자제품박람회답게 다양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선보였으며, 올해는 무인자동차와 무인비행기 등 IT기기와 융합된 운송수단도 큰 비중을 차지해서 전시회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라스베가스 국제음악박람회(NAMM Show)는 악기, 스피커, 마이크 등 다양한 음악장비를 선보이는데, 최신 음향장비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유명 연주자의 연주회까지 함께 진행된다.


코트라의 이것이 글로벌 명품전시회다보고서에 따르면, 라스베가스 국제음악박람회는 전문적인 접근으로 뛰어난 성과를 발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최 측은 여러 뮤지션을 알리고 음악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NAMM Foundation을 설립했으며, 몇몇 음악재단 인사들이 함께 모여 미국 내 음악교육협회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현재는 이 협회를 기반으로 10년 간 음악계 관련 인사들과 함께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음악교육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프로그램을 공유하며 음악교육 증진에 힘쓰고 있다.


카지노로 유명한 라스베가스가 이처럼 전시회로 주목받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놀랍지만 그 속을 살짝 들여다보면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김봉석 교수는 라스베가스의 주 수입원이 카지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라스베가스는 MICE산업 즉, 회의와 전시산업을 통해 큰 수입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라스베가스는 현재 100의 전시면적을 갖추고 있으며, 라스베가스 내에 160여개의 호텔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카지노나 레저산업이 발달해서 레저산업종사자만 25만명에 이른다. 전시회 참관객들이 며칠씩 묵으며 돈을 쓸 곳이 많다는 얘기가 된다. 라스베가스의 지리적 이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라스베가스 McCarran 국제공항은 미국 내 130개 도시와 연결되어 있으며, 매일 900여 항공편이 운행된다.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 전시산업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전시산업 성장이 눈에 띈다. 중국은 세계 4위 규모의 광저우전시장(338)을 갖추고 있으며, 상해, 북경, 주강삼각지 등 광범위한 지역에 대형 전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상해 홍교공항 근처에 50에 이르는 전시장을 1단계로 완공한 상태다. 국내 최대 규모의 킨텍스가 제1전시장과 제2전시장을 모두 합쳐서 108천여인 것과 비교하면 그 크기의 거대함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중국에 큰 규모의 전시회를 빼앗기는 일도 많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시회는 국제공작기계전시회와 국제자동차전시회가 있다. 특히 20규모의 파저우전시장에서 개최하는 국제자동차전시회(Auto Guangzhou)는 홍보에 역량을 집중하는 면이 강하다. 뉴스센터, 전문적인 인터뷰실, 휴게실 등을 운영하며 1552개 언론사, 6800여명의 기자를 끌어들여 전시회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덕분에 전시회는 700개가 넘는 업체들이 참가하고 있으며, 참관객이 60만명에 이른다.


싱가포르도 동남아 물류의 중심지로써 전시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전시 및 회의산업을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풍부한 관광인프라와 접목시키는 작업을 착실히 진행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센토사 복합리조트와 마리나베이샌즈(MBS) 복합리조트가 2010년에 개장되었다. 이들 리조트 내에는 숙박시설, 쇼핑센터, 카지노, 유원지 등 각종 위락시설이 있어서, 개장 전 970만명이던 외국인 방문객이 개장 후인 2012년에는 1470만명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를 얻고 있다.

 

유사중복보다 특화가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전시장 규모가 대형화되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 전시장의 규모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최대 규모의 킨텍스(108483)에 대해 독일 하노버 전시장(466100)4.3, 중국 광저우전시장(338,000)3.1배에 이른다. 전시장 규모가 작다보니 국내 전시회를 둘러보는 데는 하루면 충분하다. 반면 독일 하노버전시장이나 중국 광저우전시장 같은 경우는 전시규모가 크다보니 2~3일에 걸쳐서 전시회를 구경해야 한다. 그에 따라 참관객들이 그 지역에서 숙박을 해결하고 주변 지역을 관광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적인 추세에 따르다보니 각 전시장들은 증축을 해나가고 있지만, 증축으로 가동률이 떨어지면 또다시 효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등장한다.


이에 대해 김봉석 교수는 전시장 규모가 작으면 작은 대로 지역 특색에 맞는 전시회를 개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즉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다른 전시회와는 차별화된 전시회를 개최하여 브랜드파워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김봉석 교수는 국내 전시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유사중복 전시회의 범람이라고 주장했다. 전시장들이 낮은 가동률로 공격을 받다보니 무조건 열고보자는 식으로 전시회를 개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 그래서 건축박람회, 결혼박람회, 베이비페어 등이 전국의 전시장에서 수시로 열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베이비페어 같은 경우는 전국적으로 60여 개가 열리고 있다.


김봉석 교수는 Co-Location을 제안했다. 코로케이션은 유사중복 전시회끼리 묶어서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을 말한다. 김봉석 교수는 완전히 똑같은 성격의 전시회끼리 합치면 시너지가 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는 달리 서로 유사하지만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 전시회가 결합된다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며 전시회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김봉석 교수의 견해다. 예를 들어, 공작기계전시회라면 금속관련 공작기계와 플라스틱관련 공작기계가 만나는 식이다. 유사전시회가 많다보니 차별화된 전시회가 부족한 것도 국내 전시산업의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전시장 운영관계자는 국내전시회가 세계적 전시회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역별 전시회를 특화하는 전략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경우에는 하노버와 같은 최대 전시장만 잘 되는 것이 아니고, 프랑크푸르트, 쾰른, 뒤셀도르프 같은 20개 도시들이 저마다 특색 있는 전시회를 개최하며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전시장들은 한 지역에서 성공한 전시회는 가급적 다른 전시장에서 중복해서 개최되지 않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부산 벡스코의 해양수산박람회, 대구 엑스코의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 일산 킨텍스의 G-FAIR(수출전문 전시회) 같이 그 지역만의 특색을 살린 전시회들이 등장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 하겠다.

 


새로운 접근법 필요 


일각에서는 수요자의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시산업에서 공급자는 전시장운영업체와 전시기획사이며 수요자는 전시장치업체들과 참관업체, 참관객이다. 전시회가 성공하려면, 참가업체나 참관객 사이에 비즈니스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전시회가 개발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유사중복전시회가 많고 특색 없는 전시회가 대다수다 보니 수요자에게는 매력적인 전시회로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또한 전시기획사들이 대외 홍보비를 부스설치, 혹은 디자인업체 등 전시장치업체에게 떠넘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획사들이 참가업체에게 홍보비를 많이 준 장치업체들만 밀어주기 때문에 홍보비를 부담하지 않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전시회효과에 대한 개념정립도 필요한 현실이다. 김봉석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전시회 참가를 통한 홍보효과를 과소평가하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독일의 한 설문조사에서는 500개 기업 중 80% 이상이 전시회를 중요한 마케팅수단으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 기업에서는 아직까지 회식과 같은 관계지향적인 거래가 더 많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경기가 안 좋으면 참가업체들은 장치업체들에게 비용부터 깎으려고 달려든다.


산업 전반적으로는 상생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전시산업은 산업통상자원부, 회의산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무부처이다. 국제회의와 전시회, 전시회와 세미나 등 두 산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주무부처가 다르다 보니 체계적이고 일관성있는 정책이 나오기 어렵고 부처간 의견조율 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김봉석 교수는 두 산업 간 시너지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통합정책이 나오기를 고대했다.


국내에서는 주변 여건을 생각하지 않고 우선 전시장을 짓다 보니 인프라 구축이 미비한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일산의 킨텍스다. 킨텍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호텔 등의 인프라가 부족해 참가업체나 참관객들은 서울시내 숙박시설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해 전시장을 찾고 있다. 각종 레저 및 숙박시설이 잘 갖춰진 라스베가스나 싱가포르의 전시장과는 대조를 이룬다.


전시산업은 참관객들의 직접 체험을 이끌어 내어 기업의 홍보 및 계약체결에 있어서 유리한 면이 많다. 전시회 참관객들은 주변의 각종 편의시설 및 위락시설 이용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파급효과도 크다. 더 이상 가동률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나 한 번쯤 찾아가보고 싶은 매력적인 전시회 개발에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15

김경한 기자 santa-0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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