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프리존, 논란을 잠재우고 경제 원동력 될까?

  • 등록 2016.03.08 14: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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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이코노미 조운 기자) 14개 시·도에 지역별 전략산업을 지정해 규제특례를 적용하는 이른바 ‘규제프리존’이 올 하반기부터 관련 법제를 마련해 본격적으로 실시된다. 정부는 신산업과 융복합산업의 성장을 막는 규제들을 철폐해 ‘창조경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4월 총선 뒤에나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규제프리존’을 둘러싸고 갖가지 잡음이 생기고 있는 것은 왜일까? 그 속으로 들어가 봤다.


창조경제의 캐치프레이즈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우리나라 국정운영 전반에 적용되었다. 아이디어나 창조적 마인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인 창조경제시대, 정부는 융복합·신산업 육성을 통해 최근 저성장, 인구고령화, 한·중·일 분업구조 재편이라는 위기 속에서 우리경제 전반의 구조적 전환과 체질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자 했다. 여기에 그간 지역대책이 재정지원에 대한 의존, 규제완화 및 기업 투자 유치에 있어 차별성이 부족해 성과창출에 한계가 있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지역의 미래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시·도가 잘 할 수 있는 지역전략산업을 선택해 세계적 수준의 기업환경을 조성하고 정부지원도 맞춤형 패키지로 집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지난해 12월1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규제프리존 도입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방안’이다.


규제프리존…지역별 전략산업에 규제 철폐


정부가 내놓은 ‘규제프리존’은 우리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풀어 지역별로 시·도가 잘 할 수 있는 전산업을 육성하는 제도이다. 전국단위에 도입하기 어려운 산업맞춤형의 과감한 규제완화를 일정 지역에 한정하여 시행해 규제가 정비되어 있지 않은 융복합·신산업을 규제프리존 내에서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정부는 규제프리존이 지역경제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제고하는 한편, 종합적인 국토정책 차원에서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말 그대로 규제가 ‘제로’가 되는 이 사업이 화두에 오른 것은 2015년 10월 제7차 국민경제자문회의 보고에서 부터다. 산업연과 국토연은 보고를 통해 ‘규제프리존’ 도입을 제안했고 이후 정부는 관계부처 차관급 T/F팀을 구성해 제안된 내용을 정책화하기 위해 후속조치를 추진했다. 이후 ‘규제프리존’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11월부터 지역전략산업 선정 가이드라인 합동 설명회와 권역별 순회 설명회를 개최했고 지자체가 상향식으로 희망하는 산업군을 선정해 산업별 T/F와 개별 컨설팅을 통해 유망 아이템을 발굴해 내용을 구체화하여 신청했다. 그리고 중앙부처가 산업별 국내·외 시장규모 및 향후 전망 등을 고려하여 12월14일 지역발전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시·도별로 지역전략산업을 2개씩 최종적으로 선정했다. 여기서 세종시는 1개만 지정했고 수도권은 제외됐다.


14개 시도별 전략산업


14개 시·도별 전략산업 선정결과, 부산은 해양관광과 IoT융합 도시기반서비스, 대구는 자율주행자동차와 IoT 기반 웰니스산업, 광주는 친환경자동차(수소융합스테이션)와 에너지신산업(전력변환 및 저장), 대전은 첨단센서와 유전자의약, 울산은 친환경자동차(부생수소활용)와 3D프린팅, 세종은 에너지 IoT, 강원은 스마트 헬스케어와 관광, 충남은 태양광과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부품, 충북은 바이오의약과 화장품, 전남은 에너지신산업(전력SI, 화학소재 포함)과 드론(무인기), 전북은 탄소산업과 농생명, 경남은 지능형기계와 항공산업(항공부품인증), 경북은 스마트기기와 타이타늄, 제주는 스마트관광과 전기차인프라로 선정됐다.


규제프리존 규제특례


이렇게 선정된 시·도별 규제프리존에서는 기존 규제 적용여부가 불분명한 신기술·융복합 분야가 규제적용 대상인지 여부를 사전에 신속하게 판단하도록 하여 ‘그레이존’을 해소하고, 기존 규제로 인해 사업화 또는 시장출시가 어려운 분야에 대해 안정성 확보를 전제로 규제 특례를 부여한다. 시장 출시전 안정성 검증이 필요한 경우 시범사업을 허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규제프리존에서 전략산업과 관련된 개발사업 추진 시에는 토지이용 규제가 대폭완화 되며, 이 산업들에 대해 기존 공간에 도시첨단산업단지나 혁신도시클러스터 등을 조성해 입지공간을 지원한다. 또한 이 지역전략산업에 대해 재정·금융·세제·인력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패키지로
집중 지원한다.


향후에는 선정된 지역전략산업 및 발굴된 규제를 바탕으로 시·도가 ‘(가칭)지역전략산업 육성계획안’을 수립한다. 여기에는 투자유치 계획과 투자관련 규제특례 및 규제프리존 범위, 시·도 자체 지원계획과 중앙정부 지원 필요사항을 담는다. 관계부처 T/F 검토를 거쳐 지역·산업별 핵심 규제특례 및 정부지원방안을 올해 5월까지 마련하여 6월에는「규제프리존 지정·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한다. 재정 및 세제 등 정부지원방안은 지역별 사업계획에 따라 보다 구체화하고 2017년에는 예산반영, 세법개정 등을 통해 본격 지원한다.


드론과 수소자동차, ICT융합 분야 빛 본다


정부의 규제개혁 내용을 담은 규제프리존 발표가나자 신성장 산업들은 호재를 불렀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들이 한국에서는 규제 덫에 빠져 잠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론과 수소자동차, ICT 융합 분야가 바로 그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수소연료 전지 자동차를 상용화했지만 판매가 막혀있었다. 하지만 울산광역시가 친환경자동차 규제프리존으로 지정되면서 수소충전소 시설 거리규제 등을 완화해 수소차 발전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한창 관심을 모으고 있는 드론의 경우 전라남도가 규제프리존으로 지정되어 야간·고고도·장거리 비행 허가절차가 간소화되고 현재 군사 목적이나 사진촬영 용도로만 제한하고 있는 규제를 완화해 드론 산업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의료용 애플리케이션에 의료기기 허가기준이 적용되어 스마트폰에 건강관리 목적의 센서를 추가하거나 웨어러블 헬스기기 제품 출시에 애로사항을 겪었던 ICT 융합 의료기기들도 경상북도 규제프리존에서는 개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김성진 산업통상자원부 지역경제정책관이 규제프리존
도입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2015.12.16)


규제프리존을 둘러싼 잡음


이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규제프리존에 대해 산업계는 크게 반기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들린다. 규제프리존은 원칙적으로 수도권을 배제하여 지방 균등 발전을 기여하고자 한다는 것이 근본 목표지만, 발전방안에서 지방과 수도권 접경지역 중 낙후지역은 수도권 범위에서 제외하는 부분을 검토하여 경기 동북부 낙후지역에 대한 기업 투자여건 개선 및 입지 지원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방에서는 규제프리존이 수도권 규제 완화를 위한 ‘밑밥’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번지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수도권대로 규제프리존이 역차별이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


실제로 인천은 ‘수도권정비계획법’,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등으로 발목이 묶여 인천 6개구 그린벨트 88㎢에서 모든 개발행위에 족쇄가 채워져 있는 상태이다. 이 때문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바이오산업과 복합리조트 개발을 위해 규제완화 시범지구 지정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요원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에는 충북에 설치되는 ‘화장품산업 규제 프리존’에 이·미용사 자격증을 가진 개인뿐 아니라 법인도 이·미용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미용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에 대해 이·미용업 법인진출과 관련해 구체적인 지역적 범위, 법인의 규모, 수 등은 골목상권 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사회 및 관련 이해관계인 등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해당 지자체장이 결정하게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이·미용계는 정부의 설명에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정부의 이번 방안으로 개인이미용업소들의 삶의 터전인 골목상권을 대기업들에게 뺏길지 모른다는 불안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의 주장은 현재는 전라남도라는 지역에 한정되었지만 점차 범위가 확대되어 전국으로 넓어질 경우 소규모의 골목상인들은 생업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 필요해


제로 대기업들은 우리나라의 지나친 규제가 산업의 발전을 막는다고 주장해 왔다. 규제에 대해 고리타분한 것,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는 편견과 함께 규제가 일종의 사회악처럼 인식되었다. 그러나 규제에도 순기능이 존재함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규제를 통해 무법지 같은 경쟁 시장에 규칙을 만들어 강자를 감시하고 약자는 보호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갖가지 논란이 커지자 규제프리존이 총선용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제도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규제프리존이 지역 균형발전 그리고 신산업과 융복합산업의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규제프리존을 둘러싼 잡음을 없애기 위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16


조운 기자 jw1211@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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