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 소비자 불만 높아

  • 등록 2016.04.18 08: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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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당 소비자상담, 제주항공 12.7건으로 가장 많아


[M이코노미 조운 기자]낮은 운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저가항공이 질 낮은 서비스로 소비자 불만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두 차례의 안전문제까지 겹치며 저가항공의 서비스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저가항공 논란에 대해취재했다.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다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할 때의 이야기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급성장한 저가항공으로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동남아 등 해외까지도 저비용으로 여행 할 수 있게 됐다. 저렴하고 친숙한 저가항공사가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국내에 널리 알려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2015년도 항공여객이 역대 최고실적을 기록하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국토교통부(장관 강호인)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국내여객은 13.5%, 국제여객은 8.2% 증가해 전체 8천941만명으로 집계되었다. 국제선 여객의 경우 저가항공사 중심의 신규노선 및 운항 확대에 따라 내국인 해외여행이 증가하여 하반기 메르스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6천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국적 대형항공사의 운용실적은 전년대비 4.9% 증가했고, 국적 저비용항공사의 실적은 전년대비 37.6% 증가했다. 국내선 여객 역시 국적 대형 항공사가 전년대비 4.4% 증가한데 비해 저가 항공사는 전년대비 2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2016년에도 저가 항공사 여객이 3천만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격적 홍보 이벤트로 저가항공 급성장


저가항공, Low Cost Carrier의 줄임말로 흔히 LCC라고도 불리는 이 항공사들은 기내 서비스의 최소화, 항공기 기종 통일을 통한 유지 관리비 절약, 인터넷을 통한 표 판매와 같은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해 저렴한 운임을 제공하고 있다. 초반에는 너무 싼 가격 때문에 선입견을 갖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거품을 뺀 가격으로 합리적인 항공여행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저가항공사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2개의 대형항공사와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5개의 저가항공사로 나뉘어 있는 상황이다.


저가항공이 급성장한 것은 상시 진행하고 있는 특가항공권판매 때문이다. 이벤트 시작 전부터 블로그, SNS 등을 통해 소비자들 간에 정보를 공유하는 등 큰 관심을 얻으며 히트를 쳤고 올해도 저가항공사의 대대적인 특가항공권 프로모션 경쟁이 있었다. 국내의 대표적인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 에어부산, 티웨이 항공 등은 모바일 앱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초특가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특히 올초 제주항공이 실시한 ‘김포-제주 7000원’ 프로모션은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21만 여명이 홈페이지에 몰려 서버가 다운돼 같은 날 자정까지도 복귀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이렇게 불편한 점도 많지만 저가항공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역시 ‘가격’ 때문이다. 이용객들은 서비스가조금 불편하고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워낙 가격이 싸다보니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10만명당 소비자상담, 제주항공 12.7건으로 가장 많아


하지만 이렇게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점점 불만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사)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지난 2015년 1월부터 12월까지 전국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항공서비스관련 3,600건의 소비자상담사례를 항공사의 업체별로 분석한 결과 ‘제주항공’의 상담건수가 901건으로 전체 조사대상 상담건의 25.0%를 차지했다.


해외항공사 가운데는 ‘에어아시아’의 상담건수가 600건(16.7%)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항공사의 2015년 탑승객 10만명당 소비자상담 건수를 살펴보았을 때도 ‘제주항공’의 상담건수가 12.7건으로 다른 항공사에 비해 최소 약 3배에서 최고 5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이스타항공’의 상담건수가 4.3건, ‘진에어’ 4.2건, ‘티웨이항공’이 3.7건, ‘에어부산’이 3.5건으로 저가항공사들이 그 뒤를 이었다.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의 상담이 각 각 2.3건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전체적인 항공서비스 관련 상담건수는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 중 저가항공관련 상담사유로는 ‘계약해지 및 위약금’이 1,525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운항’과 관련된 상담이 970건(26.9%), ‘수하물’관련 상담이 350건(9.7%) 순으로 나타났다. ‘얼리버드’, ‘땡처리’ 등 매우 저렴하게 판매되는 특가항공권의 경우 교환 및 환불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에는 저가항공사에서 특가항공권 판매를 홍보수단으로 전략적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의 ‘계약해지 및 위약금’관련 소비자 상담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
다. 앞서 서버 마비를 불러온 제주항공의 올초 특가 항공권 이벤트의 경우 실제 이벤트에 풀린 좌석은 4만3000석으로 연간 항공권(815만장)의 1%도 못 미쳤던 것으로 나타나 생색내기용이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 뒤를 이어 항공권 구매 후 영문서명 변경, 결제방법, 여행일정 변경관련 소비자상담이 141건(3.9%)으로 수하물 관련 소비자 불만 다음으로 많았다. 실제로 이○○씨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저가 항공사의 항공권을 구매했다. 이후에 확인해 보니 영문 스펠링 오타가 나서 'HW'를 ‘ENG’로 변경하려고 했으나 항공사 측에서는 변경을 하려면 항공권을 취소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취소하면 수수료가 발생하며, 운임도 달라지는 상황에서 이 씨는 이를 부당하다고 판단해 소비자 상담에 불만을 접수했다.


서비스 불만 가운데는 항공사 직원 상담센터에 대한 불만도 포함되었다. 항공마일리지의 경우 마일리지의 소멸, 상속, 공동사용 등에 대한 문의가 있었다. 저가항공의 경우 기내서비스 및 지정좌석의 유료화가 이루어지면서 발생하게 되는 추가요금에 대한 불만 관련 상담이 있었다.


낮은 운임을 대신하기 위해 울산에 거주하는 이○○씨는 저가항공사 항공권 구매 후 문의사항이 있어 해당 항공사에 연락을 취하고자 했으나 전화연결이 안 돼 소비자 상담을 접수했다. 대부분의 저가항공에서는 예약센터 전화상담은 하지만 소비자피해구제를 위한 소비자상담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서만 하는 경우가 많다. 운영되는 전화 또한 연결이 안 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처럼 소비자 불만이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저가항공사가 낮은 운임을 만회하기 위한 수익을 올리기 위해 기내 메뉴 가격을 올리거나 옆 좌석 구매서비스, 누워 가는 좌석 패키지, 비상구 등 넓은 좌석을 비싸게 판매하  는 등 공실률을 낮추면서 수익0성을 높일 수 있는 판매 방식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뢰를 잃고 있는 저가항공사에 대해 녹색소비자 연대는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한 시스템개선과 서비스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소비자들은 저가항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항공권을 직접 예약할 때 여권정보 및 여행일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저가항공사 안전 불감증으로 이용객 불안 커져


저가항공사의 소비자 불만은 기내 서비스 문제뿐만이 아니다. 최근 항공사들이 가장 중시해야 할 안 전문제가 최근 두 차례의 안전장애 사례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15년 12월23일에는 제주항공 여객기에서 객실여압 시스템 이상이 발생해 승객들이 귀 통증을 호소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올해 1월3일에는 진에어 여객기가 출입문을 덜 닫은 채로 운항하다 긴급회항을 하는 등 저가항공사의 항공기 비정상운항이 적발됐다.



제주항공 사례의 경우 조종사가 기내 공기압 조절 스위치를 이륙 전·후 3차례 확인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를 작동시키지 않은 채 이륙해 조종사의 안전절차 미준수와 미숙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진에어의 경우 정비사가 운항 전 센서결함이 있는 출입문의 닫힘 상태를 면밀히 확인해야 하나 현장 입회하지 않았으며, 동시에 객실 승무원의 문제 보고에 대한 조종사의 비상절차 대응도 부적절해 정비사와 조종사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결론 났다.


국토교통부는 안전장애를 유발한 해당 조종사와 정비사에 대해 자격정지 30일을 처분하고, 소속 항공사에 대해서도 연대책임을 물어 위반 건별로 운항정지 7일 또는 과징금 6억원 등 엄정히 해정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급성장한 저가항공에서 안전문제가 발생한 것은 시간 문제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선 저가항공의 지연률은 대형항공사의 2배를 넘었다.


제주항공은 전년대비 3.93%포인트 급증한 12.37%, 진에어 15.76%, 이스타항공 13.13%, 에어부산 10.64%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지연률은 이들의 절반가량인 6.06%로 집계됐다. 이 같은 운항지연은 저가항공사의 낮은 정비 인프라 수준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항공기 1대당 각각 24명, 17명의 정비 인력을 갖고 있는데 비해 저가항공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항공기 1대당 정비사 11명이 맡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항공기 1대 당 10.2명, 이스타항공은 8.4명꼴로 더 열악한 상황이다.


안전강화 및 서비스 개선 노력할 때



국토교통부는 저가항공사 안전 강화 대책을 마련해 저가항공의 안전 기틀을 다시 세우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저가항공에 대한 안전투자 확대를 위해 항공기 대수 당 전문인력의 적정 보유기준을 제시해 인력수급이 계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감시하고 예비엔진·부품을 추가 확보토록 해 대체기 확보능력도 늘릴 계획이다. 또한 불시 현장 안전감독을 통해 안전문화를 강화하고 주요 안전지표를 바탕으로 저가항공사의 안전도를 평가해 일반에 공개하기로 했다.


특히, 안전이 바로 서지 않아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항공사에 대해서는 운수권 배분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하고 운항노선 감축, 운항증명(AOC)취소 등 엄중 조치를 통해 시장에서 존립하지 못하게 할 방침이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저가항공사들의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단순히 탑승객을 늘리고 항로를 늘리는 것보다 소비자들의 피해구제 및 서비스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이용객들의 목숨이 달린 안전 문제에 더욱 철저히하여 고객의 신뢰를 다시 쌓을 수 있도록 진정성 있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MeCONOMY Magazine April 2016

조운 기자 jw1211@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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