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든 검찰 개혁, ‘공수처’ 논의 활발

  • 등록 2016.08.09 18: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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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부에서 한꺼번에 드러난 치부, 검찰 ‘흔들’


<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정운호의 도박수사에서 시작된 수사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정운호 게이트는 어느새 홍만표 게이트로 불렸고, 홍만표·진경준 전현직 검사장이 구속됐다. 그렇게 시작된 법조비리 문제는 어느새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갖가지 의혹이 쏟아져 나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편, 지난 5월 33살의 젊은 검사는 죽음으로 조직내부의 전근대적인 상명하복 문화를 세상에 드러나게 했다. 내외부에서 한꺼번에 드러난 검찰의 치부에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이 내외부로 치부를 드러내며 검찰개혁 논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5월 33살의 전도유망한 젊은 검사가 자살하면서 그 원인에 관심이 쏠렸다. 처음에는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주원인으로 알려졌지만, 언론보도 등으로 지속적인 상사의 폭언·폭행 등이 잇따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진상조사 요구의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외부로는 홍만표 전 검사장으로부터 시작된 전관로비·법조브로커 등 비리행위가 터져 나왔고, 논란은 진경준 검사장이 구속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사장이 구속이 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검찰비위행위 논란은 이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확대됐다. 해묵은 논쟁인 전관예우·정검유착이 다시 핵심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검찰개혁이 다시 한 번 힘을 얻고 있다. 잊을만하면 재발하는 검찰비리에 따른 개혁논의는 그동안 계속 이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2012년 대선에서도 상설특검제도입·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많은 방안이 쏟아져 나왔지만, 매번 그랬듯 의미 있는 결론을 내린 적은 없다.


33세 젊은 검사의 죽음과 드러난 전근대적인 상명하복 문화


지난 5월 33살의 고 김홍영 검사가 홀로 지내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년차의 미래가 창창했던 젊은 검사는 “병원에 가고 싶은데 병원에 갈 시간이 없다” “살고 싶다” “물건을 팔지 못하는 영업사원들의 심정이 이렇겠지” 등의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의 원인이 처음에는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등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언론보도 등을 통해 상사인 부장검사의 지속적인 폭행·폭언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젊은검사의 자살에 검찰은 서울남부지검에서 자체조사만 진행했고, 언론의 보도로 고인이 자살 전 나눈 이메일, 메신저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파문이 확산되자 대검찰청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벌였다. 지난 7월5일 考 김홍영 검사의 49재를 하루 앞두고 판검사를 포함한 사법연수원 41기 동기 712명은 강도높은 감찰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대검에 제출했다.


양재규 동기회장은 “김홍영 검사의 사망이 업무 스트레스에 의한 자살이 아니라 직장 상사의 괴롭힘에 의한 사망이 아닌가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항상 웃는 얼굴과 운동을 좋아하는 김 검사의 자살을 믿을 수가 없으며, 자살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히고 책임자는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 김홍영 검사의 부모는 정확한 진상조사를 위해 검찰에는 탄원서를 인원위에도 진정서를 냈다. 고 김홍영 검사의 어머니인 이기남 씨는 7월5일 기자회견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 씨는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을지, 죽은 아들을 가슴에 품은 엄마로써 너무 안타깝다”면서 “대검찰청은 당장 ○○○ 부장을 소환해 조사하고, 관련자들의 진술도 철저히 조사해 아들의 죽음에 책임 있는 자들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33세의 젊은 검사의 자살은 다시 한 번 검찰 조직 내부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검찰 내외부에서 이미 폐지된 ‘검사동일체 원칙’에서부터 뿌리내린 잘못된 상명하복 문화를 지적하고 있다. 의정부지검 임은정 검사는 6월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문의 글을 남겼다. 임은정 검사는 “16년째 검사를 하고 있다 보니 별의별 간부를 다 만났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부장에게 사표를 받기도 하고 간부를 바꿔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임 검사는 문제 간부들의 행동에 힘겨워하는 후배들에게 들이박으라고 권하면서도 “너도 다칠 각오하라’는 말을 덧붙인다”고 말했다. 부당한 상관의 지시에도 저항하기 어려운 구조적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27일 대검찰청은 젊은 검사를 자살로 몬 부장검사에게 해임 결정을 내렸다. 정병하 감찰본부장은 “검찰 조직과 시대 변화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상하 관계, 구태의연한 리더십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통렬한 반성의 마음으로 간부 해임 결정을 내렸다”며 “유족과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하고 검찰 문화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해임’이라는 최고 수준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하면서 조직에 깊게 뿌리내린 전근대적인 상명하복 문화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파면이 아닌 해임 결정은 전형적인 선제적 꼬리 자르기라며 후배검사를 자살로 몰아간 부장검사의 폭언이나 폭행이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죽음으로 밖에 자신의 소리를 낼 수 없었던 안타까운 젊은 검사의 죽음은 검찰내부 개혁의 씨앗이 되고 있다.


홍만표·진경준·우병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법조비리


외부에서는 정운호 게이트로부터 촉발된 법조비리가 끝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홍만표·진경준 전현직 검사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최근에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갖가지 의혹이 잇따라 터지면서 연일 시끄럽다. 우병우 수석의 말 바꾸기 논란, 넥슨과 우병우 처가의 부동산 거래의혹, 몰래 변론 등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의혹이 속속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연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와 검찰조사를 압박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병우 민정수석 사퇴와 검찰 개혁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간담회에 참석해 “검찰개혁 엄청나게 어렵다”면서 운을 땠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18대 때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해서도 해보려고 했지만 하지 못하고 오히려 많은 고초를 겪었다”면서 “지금 현재 국민들도 진경준·홍만표·우병우 사건들을 보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이번 20대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검찰개혁을 이뤄내야 한다고 하지만 난관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민정수석 감찰에 착수한 것에 대해서는 “사실 특별감찰관제도는 현직에 있을 때만 관계된 것들을 조사하지 그 전에 문제된 사실에 대해서는 조사를 할 수 없는 법적 한계가 있다”면서 “우리는 이 감찰을 시간벌기, 면제부 주기로 규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날(27일) 비상대책회의에서는 “우 수석은 이미 공직기강·인사검증·사정기관 조율을 총괄하는 임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고, 오늘만 하더라도 우 수석 아들이 의경 근무 시 1/3을 외박·외출을 나갔다는 사실이 나타났다”며 “사퇴하지 않고 현직에 있으면서 받는 그 어떤 조사와 수사도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즉각 사퇴해서 특별감찰을 거칠 것도 없이 검찰로 직행하기 바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야권은 이 같이 매일 뉴스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는 법조비리 속에 검찰개혁 등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신설에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과 국민의당은 7월19일 원내대표 간 협의로 공수처 신설법 추진에 공조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후속 입법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야3당, ‘공수처’ 법안발의 공조


7월21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발표에 이어 국민의당도 7월27일 공수처 설치 방안을 발표하면서 야3당의 ‘공수처’ 법안이 실체를 드러냈다. 대부분 대동소이한 가운데 수사대상, 요건 등 각론에서 작은 차이만 보인다. 마지막으로 설치 방안을 발표한 국민의당 방안을 살펴보면 먼저 공수처는 권력과 검찰로부터 독립해 ‘처장’ 1인, ‘차장’ 1인, 특별검사, 특별수사관 등으로 구성되고, 새로운 권력기관의 통제를 위해 외부전문가와 시민들을 중심으로 한 ‘불기소심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처장과 차장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을 제한되며, 처장의 자격은 법조(판사·검사·변호사) 및 법학교수의 직에 15년 이상 재직한 사람으로 제안했다. 단, 검사 및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이상의 직에 있었던 사람은 퇴직 후 1년 이내 임명을 금지했다. 처장의 임명절차는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국회 각 교섭단체대표의원이 추천한 각 2명과 법원행정처장, 법무부장관, 대한변협회장이 추천한 각 1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단수로 추천한 사람을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선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법조경력 10년 이상의 차장과 법조경력 5년 이상의 특별검사는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처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며, 검찰과의 조직적 독립성 확보를 위해 파견금지 및 전직 검사의 경우 퇴직 후 1년 이내 임용을 금지했다. 퇴직 후 공직임용을 고려한 수사개입 등을 방지할 목적으로 처장과 차장은 퇴직 후 2년 이내 대통령 지명 헌법재판관, 국무총리 및 행정각부의 장, 대통령비서실·대통령경호실·국가안보실·국가정보원 정무직 공무원으로의 임용을 금지했다.


공수처는 수사와 공소의 제기를 담당하도록 하고, 특별검사의 자의를 방지하며, 형사사법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건에 대해 충분한 혐의가 인정되고 소송조건을 갖춘 때에는 의무적으로 공소를 제기토록하는 ‘기소법정주의’를 채택했다.


수사대상에 있어서는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과 달리 이명박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이 통신업체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의혹으로 사퇴한데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모 행정관이 어버이연합 관제데모 배후로 지목되는 등 행정관들의 권한남용을 고려하여 ‘대통령비서실·대통령경호실·국가안보실 3급 이상의 공무원’으로 규정하였으며, 수사대상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으로 그 범위를 확대했다.


수사권의 발동요건은 ‘국회 재적의원 10분의 1 이상의 연서로 수사의뢰를 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고소·고발의 남발 및 국회의원의 연서에 의한 수사의뢰와의 상충을 회피하기 위하여 고소·고발은 제외했다. 이용주 의원은
“공수처 신설이 검찰개혁의 완성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검찰의 무소불위의 권한을 분산하고,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며 “국민 다수로부터 지지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법률 제정으로 제도의 조기정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공수처, ‘옥상옥’ 될까, 검찰 개혁 시발점 될까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면으로 전환된 상황에 최근 잇따른 역대급 법조비리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으면서 공수처 탄생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는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가운데 일부가 이미 긍정적 태도를 보이면서,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어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공수처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공수처가 또 다른 권력기관으로 자리 잡아 ‘옥상옥’을 탄생시킬 뿐이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실제 국민의당이 국회에서 연 검찰개혁 긴급간담회 자리에서는 공수처 설치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이 반대의 뜻을 보이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유재원 연구원은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문제인식은 확실하다”면서도 “상설특검법이나 특별감찰관법이 실제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현 상황에 볼 때, 우선은 소관부처인 법무부와 검찰에서 대책을 내 놓도록 자극을 줘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동희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검찰개혁도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 교수는 “우리 검찰은 일본이 군국주의 시절 일제시대 때의 검찰의 모습을 그대로 아직도 가지고 있다”면서 “해외 어디에도 우리처럼 기소권과 수사권을 양손에 쥔 검찰은 없다. 일본도 검찰권이 민주화되면서 일부 중요범죄에 대한 수사권만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이어 “공수처 신설은 수사와 기소를 다가진 새로운 또 다른 검찰 같은 조직을 하나 더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면서 “따라서 공수처를 만들더라도 수사기소 분리하고 기소권을 다원화시키고 수사도 다원화 시키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면 공수처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도 많았다. 공수처 신설보다는 개별 법률 개정을 통해서 문제해결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했던 민변의 김지미 변호사는 “공수처가 생기고 고위공직자들의 부패 범죄를 공수처가 수사를 하게 된다면 검찰과 공수처간 상호 견제와 감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사실 사태가 이정도 되면 검찰 스스로가 공수처를 우리가 먼저 추진하겠다고 나와야 한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아무 움직임이 없이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면 결국 제3자가 나서서 개혁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김경진 의원은 “지금까지 나왔던 선택지로는 검찰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지 못했다”면서 “공수처가 들어오면 형식적으로는 견제기관이 생기는 것이고, 공수처 지휘아래 경찰이 검사를 제대로 사정할 수 있는 판이 깔리기 때문에 실질적인 의미가 크게 작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소야대 정국, 검찰은 속에서부터 곪아 있었고 바깥에서는 무소불위의 힘을 자신들이 원래부터 가지고 태어난 것처럼 휘둘렀다. 그러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검찰에게 권한을 준 사람은 바로 국민이기 때문이다. 그 권한을 회수할 권한도 당연히 국민이 가진다. 그 어느 때보다도 검찰개혁이 힘을 얻으며 속도를 내려 하고 있는 지금, 보이지 않는 손에 번번이 가로막혀온 검찰 개혁이 어떻게 마침표를 찍을지 지켜볼 일이다.


MeCONOMY Magazine August 2016

최종윤 기자 cjy@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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