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사고, “난 운전 안했는데.. 누가 책임져야 하나요”

  • 등록 2018.01.10 19: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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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오는 자율주행차 시대, 2020년 자율주행차 레벨3 진입 전망
… 입법과제 산적

 



<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 3년 안에 자율주행자동차가 레벨3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레벨3 수준은 자동차전용도로에서는 자동차가 모든 기능을 제어하며 스스로 운전할 수 있을 정도를 말한다. 다만 운전자의 조작 필요시 경보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운전석 자체에서는 떠날 수 없다. 자율주행자동차 시대로의 진입은 단순히 교통체계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 에서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인문학·사회학·공학 등 분야를 막론한 논의가 시작됐다.


한 남성운전자가 자가용으로 출근을 하면서 오전 회의준비를 한다. 못 먹고 나온 아침식사를 겸하고 있다. 다른 차의 여성 운전자는 미쳐 못 다한 화장을 마무리하고 있다. 도로 위의 자동차 안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유스러운 활동을 벌이고 있다. 복잡한 도로위의 경적도 들리지 않는다. 그리 멀지않은 미래 자율주행자동차 안에서의 우리들 모습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세계적인 굴지의 IT업체부터 중소업체까지 연구가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고급자동차 중심으로 완전형은 아니라도 부분 자율주행 기능이 본격적으로 탑재되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다면 단순히 교통체계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차가 사고가 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의 주체, 운전면허제도 등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또 자동차보험계약도 변화가 예상된다. 관련 쟁점을 살펴봤다.

 

자율주행차 사고, “난 운전 안했는데.....”

입법과제 산적

 

자율주행차가 자율주행 중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지금까지 우리 법은 운전자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고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운행자 책임을, 자동차 결함으로 인한 사고는 제조물책임법으로 제조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율주행 도중 실제 핸들에 손도 대지 않은 운전자에게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아니면 현행 제조물책임법으로 제조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20171212일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열린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주최의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는 자율주행차의 사고 시 책임구조는 원칙적으로 운전자를 배제하는 구조로 갈 것으로 보이며, 완전 자율주행차가 되면 운전자는 주의의무가 없고 따라서 책임도 없다고 전제했다


김경환 변호사는 자율주행차의 사고는 인지·판단·주행상 자동차의 결함으로 제조사 책임구조로 갈 것이라며 다만 중요한 것은 모든 상황에 무조건 제조사가 책임질 수는 없기 때문에 지금은 면책사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201710월 캘리포니아주 공중운행 규정안을 예로 들며 주 규정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자율주행의 정도에 따라 레벨3의 경우 운영설계도메인(Operational Design Domain)이 사고 시 책임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고 말 했다.

 

자동차가 승인된 운영설계도메인 안에서 자율모드로 운행될 때 발생한 사고는 제조사 책임이지만, 운영설계도메인 밖에서 운행될 때는 운전자 책임이 되는 식이다. 운영설계 도메인(ODD)은 자율주행시스템이 적절히 동작할 수 있는 조건으로 도로의 유형·속도·날씨·주야시간 등을 말하며, 제 조사가 책임을 면할 수 있는 면책사유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캘리포니아 규정안도 자율주행차가 레벨4, 5단계에 접어들면 항상 제조사의 책임으로 하고 있다. 전세계 전문가들이 3~4년 안에 자율주행차가 레벨3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경우 현행 제조물책임법만으로는 제조사의 책임을 묻기에 부족해 입법과제가 산적해 있다. 소프트웨어의 결함의 경우 제조물책임법은 소프트웨어를 제조물로 보지 않고 있으며, ‘외부정보예컨대지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난제, 트롤리(trolley) 딜레마

 

이미 시대적 흐름이 돼 버린 자율주행차는 그 효용성과 인간 의 과실에 의한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주목 받고 있지만, 자율주행차의 알고리즘 설계에 있어서 윤리적 기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바로 트롤리 딜레마다. 트롤리 딜레마는 1967년 영국 철학자 Philippa Foot이 제기한 유명한 문제로 선택의 딜레마에 빠진 순간에 질문을 던진다. 쉽게 말해 자율주행 중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인명사고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떤 우선순위가 적용 돼야 하는가의 문제다.

 


예를 들어 10명의 무단 횡단자가 있을 경우에 그대로 직진하면 10명을 치게 되나 급하게 우회전하더라도 인도의 1명을 치게 된다면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또 만약 1명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는데 직진하면 무단 횡단자를 치게 되고, 우회전을 하게 되면 탑승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인공지능의 윤리적 설계방향을 검토 중에 있다.

 

세계 최대의 민간 기술자단체인 미국전기전자학 회(IEEE)10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인공지능 설계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는데 4가지 원칙으로 인권 책임성 투명성 교육 및 인식을 제시했다. 영국 의회의 과학기술위원회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발생할 윤리적 문제에 대한 영국정부의 대책이 없음을 지적하며 해당문제를 다룰 관련 정부 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운행요건 및 시험운행 등에 관한 규정에서 자율주행자동차는 시스템우선모드에서도 도로법’ ‘도로교통법을 포함한 모든 공공도로 주행 관련 제반 법령을 준수하도록 제작돼야 한다고 짧게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김경환 변호사는 윤리의 특성상 트롤리 문제에 대한 사회 적합의가 있어야 국가는 특정 알고리즘을 강제할 수 있다면서 이에 미래의 규제에서도 알고리즘 원칙이나 결과의 공 개의무가 가해질 가능성이 크며, 책임 있는 기관의 인증까지 도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인공지능(AI)도 운전면허 필요

 

그럼 운전면허는 어떨까. 운전면허를 지금처럼 사람에게 줘야할까, 아니면 운전을 담당하는 인공지능 로봇에게 줘야할까. 세계적으로 자율주행 시대로 진입하기 위한 도로교통법 상의 운전면허제도 연구가 미진한 실정에서 우리나라에서 관련 논의가 앞서 진행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이사장 직무 대행 정순도)은 지난해 2월부터 관··연의 전문가로 구성된 한국형 운전면허제도 연구위원회를 발족해 8차에 걸쳐 연구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그 성과를 1219자율주행차 상용화 대비 운전면허제도 수립 연구 결과 보고회를 통해 발표했다.

 

법제도 관점의 자율주행차 운전면허제도 연구를 수행한 이중기 교수는 이날 연구결과 발표에서 자율주행시스템을 실질적인 운전자로 간주하고 도로교통법 준수 의무를 강제하고 있는 미국 미시간 주의 법제화 사례를 들며 자율주행차는 로봇이 실질적인 운전자로서 운전 작업을 담당하므로 로 봇운전자에 대한 운전면허 부여가 필요하다도로교통안 전 관점에서 로봇운전자도 도로교통법의 적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율주행기술에 대비한 운전면허시험제도를 연구한 아주대 송봉섭 교수와 충북대 기석철 교수의 공동연구팀은 두 가지 관점에서 자율주행 운전면허시험제도 방향을 제시했다. 첫 번째, 자율주행시스템 기술요소에 따른 운전능력 평가요소를 정의하고, 일정수준의 안전성 평가 시행 결과에 따라 자율주행시스템에 운전면허를 발급해 운행을 허가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연구결과 미국 NHTSA(도로교통안전국)의 자율주행시스템의 안전기준에 관한 연방가이드라인 12가지 항목을 참고해, 개별평가요소인 ODD(운영설계영역), OEDR(객체 및 사고 상황인지 및 대응), Fallback(비상대처)과 검증절차를 개별 평가 요소로 규정해 안전성 평가방안까지 제안했다. 안전성 평가는 자율주행차의 행동능력에 대한 평가 프로세스로 차선을 주행하고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다른 차량과 사람에 대한 교통사고 회피를 위한 위기대처능력 등으로 이루어진다.

 

두 번째는 자율주행 레벨을 고려해 자율주행기능에 대해 운전자 또는 사용자가 새롭게 숙지해야 하는 내용과 자율 주행기능 오작동에 대응할 수 있는 운전능력에 대한 평가방안이다. 자율주행 3단계는 기능/운행/기능안전(FailOperational) 관점에서 운전면허 평가 검증 전략을 수립해 긴 급자동제동(AEB), 차선유지(LKAS), 차선변경지원(LCA) 등 다양한 자율주행 서비스가 제공되는 경우 운전면허 평가에 자율주행 시스템의 한계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 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도로교통공단 운전면허본부는 지금까지 운영하던 한국형 운전면허제도 연구위원회를 산···연으로 구성된 가칭 한국형 자율주행차 운전면허제도 자문위원회로 새롭게 확대해 연구결과를 더욱 심화하고 우리나라의 도로교통 실정에 적합한 운전면허제도 도입 관련 연구를 내년에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내년부터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시대 운전면허제도 신설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는 한편 경찰청 등 유관기관의 협의와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자율주행시대 진입으로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도로교통법 운전면허제도 법제화를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자율주행차, 문제는 기술보다 사회적 공감대

 

빠르면 2020년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도로에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관련 논의도 탄력이 붙는 모습이다. 인문학, 사회학, 공학 등 분야를 막론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상황이다. 1212일 한국형사 정책연구원의 국제학술세미나에서 윤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입법은 기술의 발전현황을 고려해야 하나, 역으로 법제도 운영에 필요한 기술적 조치를 선제적으로 요구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차는 기술적인 자동차 개발보다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제도는 물론 관습과 문화적 특성의 융합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주변 제도와 법적 시스템과 국민적 공감대 등 다양한 문제를 한꺼번에 정리할 수 있는 산학연관 집합체와 컨트롤 타워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곧 본격적으로 도로에 모습을 드러낼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에 필요한 쟁점들에 대한 검토는 어느 정도 이뤄진 상황으로 보인다. ·제도 등의 변화와 관련해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충분한 공론화와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자율주행자 동차가 일반도로에 무사히 안착하기를 바란다.



 

  자율주행차 레벨단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의 단계를 6단계로 나누고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청, 영국, 유럽연합, OECD 등이 자동차기술학회(SAE)가 제시하는 6단계 구분을 채택하고 있다.

 

[LEVEL 0] 수동운전

[LEVEL 1] 운전보조(Driver Assistance)

[LEVEL 2] 고급 운전보조(Partial Automation)

[LEVEL 3] 고급 운전보조(Conditional Automation) : 특정 상황에서 자동차가 모든 기능 제어, 운전자조작필요시 경보신호 등(: 자동차전용도로에서의 자율주행)

[LEVEL 4] 고도 자율주행(High Automation) : 특정 상황에서 자동차가 모든 기능 제어의 권한을 갖는,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행가능한 단계(: 운전석에 앉을 필요 없음. 다만 비보호 좌회전 구역에서 운전자 개입 필요)

[LEVEL 5] 완전 자율주행(Full Automation) : 완전 자율주행 단계(비보호 좌회전 구역에서도 운전자 개입 불필요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8

최종윤 기자 cjy@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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