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과 국제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국내 식품 시장이 연쇄적인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맞물리면서 농·축·수산물부터 가공식품까지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예상된다. 특히, 5~6월 본격적으로 공급되는 수입 농·축·수산물의 가격 인상이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이 연간 계약한 노르웨이산 냉동 고등어 단가가 지난해 대비 10% 이상 상승했다.
계약 화폐인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입 단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50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 2월보다 약 10% 높은 수준이다.
올해 계약한 수입 물량은 오는 5~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릴 예정이며, 가격 상승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입 해산물 중 활랍스터도 환율 상승과 국제 무역 환경의 영향을 받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캐나다산 활랍스터의 수입 단가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올랐으며, 미·중 관세 전쟁으로 인해 향후 30%까지 가격이 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대신 캐나다산 활랍스터를 대량 수입할 경우 국내 공급 물량이 줄어들고 가격 상승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소고기 가격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과 호주산 소고기는 환율 상승과 현지 도축 물량 감소 영향으로 인해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현재 수입 단가는 지난해보다 15% 이상 상승했으며, 판매 가격도 최소 10%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산 소고기는 계약 후 약 3개월이 지나야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점을 고려할 때, 지난해 말 환율 급등의 영향을 받은 물량이 본격적으로 판매되는 시점인 다음 달부터 가격 상승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가공식품 업계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브라질의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커피 원두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이 급등했다.
미국 뉴욕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아라비카 커피 원두 가격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국내 커피업계는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대형 커피 전문점들도 가격 인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초콜릿의 주요 원료인 코코아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관련 제품들의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국내 식품 물가는 당분간 안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유통업계와 식품업계는 수입처 다변화, 국산 대체재 확보, 직수입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한우 소비를 촉진하는 한편, 돼지고기 수입처를 네덜란드와 덴마크 등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과 미·중 무역 갈등이 겹치면서 식품 유통 전략 수립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며 “가격 안정에 초점을 맞춰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