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버튼이 삭제된 시대의 잊혀질 권리(1)

  • 등록 2013.07.18 15: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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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한 번 올린 사진, 동영상, 댓글 등의 기록을 삭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완전히 착각”이라며 “새로운 인터넷 세상을 ‘삭제 버튼이 삭제된 시대’”라고 정의했다. 온라인상의 개인정보를 완전히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인터넷상에서 정보 주체의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잊혀질 권리’에 대해 알아봤다.

잊혀질 권리의 등장 배경

이용자가 블로그나 카페, 미니홈페이지 같은 인터넷 공간에 글 사진 정보를 올리면 네이버, 다음, 구글과 같은 포털사이트의 웹검색 프로그램들이 돌아다니며 이를 긁어다 자사 서버에 저장한다. 그렇게 되면 블로그에서 글을 지워도 포털의 데이터는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 그러다보니 별생각 없이 올린 자료가 두고두고 고통을 겪게 한다. 자살한 연예인 故 장자연 씨의 경우를 그녀가 고인이 된 후 싸이월드에 남아 있는 글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억측하고 오해하면서 고인과 유가족에게 상처를 남긴 경우다.

이처럼 인터넷을 통해 아무 관련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개인정보가 공개되고, 수치스럽거나 기억되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도 인터넷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게현실. ‘인터넷 지우개’를 쓰려고 하면 시작부터 난관에 부닥치고 관련 게시물을 찾아서 해당 사이트에 삭제 요청한다고 해도 자신의 정보가 어디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를 몰라 모두 파악조차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누구나 생성하고 접근할 수 있고 찾을 수 있는 자료들은, 망각되지 않는 한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된다.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주커버크는 “이제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잊혀질 권리는 프라이버시가 죽은 시대 디지털 공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보호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 속에서 탄생한 권리다. 기억을 보존할 권리만큼 잊혀질 권리도 중요하다.

유럽연합은 2012년 1월 집행위원회가 인터넷에서 정보 주체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사용자 정보에 대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시킨 데이터보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잊혀질 권리가 입법화된 것이다.

유럽연합 거주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업자는 서버가 유럽연합 밖에 있더라도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되고, 위반하면 100만 유로(약 15억 원) 또는 1년 매출의 2%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릴 예정이다. EU 집행위는 이번 개정안을 개인 및 법인을 포함한 EU 전체 회원국에 직접 적용시키는 최고 수준의 규범인 ‘규정(regulation)’수준으로 격상해 법적 구속력을 강화했다. 이 개정안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27개 회원국의 정부 대표로 구성된 이사회와 유럽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며, 유럽연합 집행위는 2014년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등은 유럽연합에서 잊혀질 권리가 나오기 이전부터 명예 훼손적 글에 대해 불법행위로 규정해 피해자의 삭제요청이 가능하도록 법제화돼 있었다. 이로 인해 명예 훼손적 글의 삭제는 굳이 잊혀질 권리가 새로 제정되지 않아도 가능하고, 포털은 명예훼손 범죄자의 방조범으로 삭제의무가 있어 굳이 명예훼손적 글의 삭제를 잊혀질 권리의 핵심과제로 삼을 필요가 없다. 명예훼손적이지는 않지만 적법한 개인정보일지라도 정보의 삭제를 원하는 경우가 잊혀질 권리의 핵심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유럽에서는 이런 온라인상의 정보를 삭제 요구할 수 있는 잊혀질 권리가 입법화됐다. 반면 미국은 잊혀질 권리가 인정될 경우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인터넷 업체들은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커 이를 반대하는 분위기다. 포퓰리즘의 산물, 권리의 인플레이션, 단순한 이해관계의 문제, 법체계를 무시한 정치적 구호라는 등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희 기자 기자 meconomy@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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