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버튼이 삭제된 시대의 잊혀질 권리(3)

  • 등록 2013.07.18 1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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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의 실효성·기술성의 한계
국내 인터넷 정보의 99%가 포털 검색창을 통해 유통되기 때문에 포털들만 특정 게시물의 검색을 차단하면 삭제 효과는 충분히 거둘 수 있다. 그런데 잊혀질 권리에 대한 포털의 반대가 거세다. 자신의 게시물을 완벽하게 삭제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인력·관리 비용 등이 증가할 것이라는 이유다.

포털 측은 “인터넷에 축적된 정보는 공동의 저작물이자 데이터베이스이기 때문에, 잊혀질 권리를 허용할 경우 정보자산의 감소가 우려된다”고 털어 놓았다. 게다가 특정 개인과 관련된 정보를 생산, 제작하지 않았음에도 해당 정보에 대한 삭제조치나 처리조치를 취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되며 제3자(정보통신서비스사업자 등)가 특정 정보를 처분하는 경우 우리나라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또 다른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문제도 발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서비스 안에 있는 게시물이라면 삭제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SNS 등을 통해 퍼지거나 다른 저작물과 합쳐졌을 경우 삭제하는 데에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고 국가의 경계를 벗어나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경우 어느 국가의 법률을 적용해야 할지도 모호하다.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수집된 개인의 위치와 이동정보 등의 정보 역시 빅데이터로 가공되지만 초국적 기업을 규제할 만한 국제사회의 실질적 방책은 미흡하다. 더구나 개인이 게시한 정보가 검색엔진에 의해 인덱싱되기도 한다. 웹 크롤러에 의해 수집된 정보는 개인이 해당 정보 자체를 삭제한 후에도 한동안 인터넷 아카이브에 남아 검색이 가능하기도한데 잔존하는 정보가 완전하게 삭제되리라는 것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도 의문이자 한계다.


표현의자유와 프라이버시 사이의 균형 중요
인터넷 포털 관계자는 “자신이 올린 글만 삭제하는 것은 괜찮지만 자신과 관련된 모든 내용이나 이름만 언급돼도 지워달라고 요청할 경우 다른 법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개인 명예 등 공적인 이유로 삭제 요청을 할 경우 뉴스 댓글 등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두 가지 권리 중 어느 것이 우선시돼야 할지 판단이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이노근 의원 측은 “개정안은 자신이 직접 올린 사진이나 글 등의 원본 저작물에 대해 삭제를 요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는 없다”며 “다만 입법 과정에서 삭제 대상 게시물의 범위와 삭제 방식에 대해서는 깊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헌법의 ‘표현의 자유’ 조항과 충돌하는 부분이 없는지도 세심히 살펴 신문 기사, 수사·의료 기록 같은 공공성이 높은 데이터는 함부로 삭제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또 잊혀질 권리가 만능이 아니라는 것과 잊혀질 권리의 과잉으로 인해 자칫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도 충분히 염두에 둬야한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자신에 대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삭제를 요구하고 그것이 다 삭제된다면 이 세상에 남아 있는 기록이 없게 된다”며 “보호를 핑계로 일상의 기본 질서를 교란시키는 문제발생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2012년 한국정보화진흥원 간담회에서는 법대 교수들이 모여 “잊혀질 권리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하지만 이것을 꼭 법제화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잊혀질 권리는 속성상 권리 개념으로 부적합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한종호 NHN 정책담당이사는 “무조건 법부터 만들자고 하는 것보다 새로운 인터넷 환경에서 정보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관해 충분히 논의한 뒤 법 도입을 의논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과잉되고 걷잡을 수 없는 부작용들이 나타나는 인터넷 세계에서 최근 개인의 흔적을 찾아 지워주는 서비스 대행업체도 등장했다고 한다. 현재로선 이들이 ‘잊혀질 권리’를 충족시켜 줄지 관심을 기울여봐야 할 것 같다.

이희 기자 기자 meconomy@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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