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 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 등 160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이 피부로 느낀 규제의 문제들을 토로하면 장관이 직접 해답을 내놓은 식으로 진행됐다.
7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물건을 빼앗는 것만 도둑질이 아니라 규제 개혁을 안 함으로서 청년들이 길거리를 헤맨다면 이는 일자리를 뺏는 죄악”이라며 “규제 개혁이야말로 한국경제에 있어 특단의 개혁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보신주의에 빠져 국민을 힘들게 하는 부처와 공무원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규제가 가로막고 있던 일들이 최종적으로 해결됐는지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고 나는 규제를 풀었으니 그만이라는 식으로 일이 진행되어 온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풍력발전소 건설 규제를 언급하면서 환경 규제를 풀었더니 산림법이 또 문제인데 앞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세심하게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규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원스톱(one-stop)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규제 권한을 가진 공무원들이‘되는 이유’보다는‘안 되는 이유’를 찾는데 더 적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인허가 등을 바로 해주기보다는 일단 거부하거나 해주더라도 애를 먹이고 해주는 것이 공무원들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원이 들어오면 규제를 완화하는 작업이 귀찮으니 민원인들의 편에서 도움을 주려는 생각보다는 온갖 이유를 대면서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 공무원들만 아는 해법을 내놓고 후속 조치는 제대로 챙기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공무원들의 규제 마인드에 대한 질타가 계속 이어졌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은 “요즘에는 민간 기업들이 퇴직 공무원을 많이 원하는데 그 이유는 규제를 풀기 위해서”라며 “퇴직·현직 공무원들이 규제를 먹고 사는 생태계가 아주 잘 구축돼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국민 중심 규제 시스템’ 개혁 파트 토론에서는 국회에서 이뤄지는 ‘의원입법’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한국규제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은 “규제 해법은 집 대청소와 같다”며 “먼지와 진드기를 털어내듯 규제를 지속적으로 없애야 한다. 그 중에서도 무분별한 ‘의원입법’은 규제의 황사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2017년까지 총 1만5269건(20`13년 현재)의 규제 가운데 2200여건을 폐지하겠다고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