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의 성장과 정착

  • 등록 2014.04.26 16: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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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선포한 통일대박시대. 북한이 연신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는 가운데서도 통일에너지는 더욱 집중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통일이 대박이기는 하지만 이미 한국에 입국해 온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착과 자립은 험난하기만 하다. 북한 내 한류도 사실 탈북자들이 만들어낸 셈인데 이들의 정체성과 역할이 사회적으로 아직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이들이 통일의 주역으로서 한국 내에서 좀 더 존중받으며 정착하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진화하고 있는 탈북민 보호∙ 지원 정책


현재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2만7천여 명이다. 2007년에는 누적 탈북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섰고, 그 이후로 불과 3년 만에 2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한국 정부는 1997년에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시행한 이후 상황 변화에 맞추어 13차례 개정해 왔다. 또 최근 개정된 법률은 2014년 2월 14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탈북자 지원은 탈북자를 대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 초기에는 귀순 용사, 국가유공자 등으로 우대됐었다가 1990년대부터 생활보호대상자로 대우됐다. 이후 1990년대 후반에 입국자가 급증하면서 자립 대상이 됐다.


입국자 수가 적었을 때는 주택 배정, 특별 임용, 취업 알선, 교육 보호, 의료 보호 등 풍족한 혜택을 받았지만 그 수가 많아지면서 예산상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통일을 대비하는 차원에서의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현재는 통일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북한 주민이 한국에 입국해 일정 기간의 조사를 통해 탈북자임이 확인되면 법률의 대상자로 편입돼 정착을 위한 여러 가지 서비스를 받게 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먼저 입소하는 곳은 하나원이라는 시설이다. 이곳에서 3개월 동안 한국 사회 초기 적응을 위한 교육을 받게 된다. 하나원 퇴소 후에는 배정받은 거주지의 인근에 있는 하나센터에서 약 4주간 지역 사회 적응 교육 과정을 거친다. 그 후 대개는 고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한 직업 훈련, 자격증 취득 등의 지원을 받고 직업을 찾게 된다. 또한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신변 보호 및 거주 보호 담당을 지정해 정착을 돕게 하고 있다.


현행 지원 체계에 따르면 한국에 입국한 후 초기 5년 이내에 취업에 관한 활동을 하면 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탈북자가 국내 정착하기 위한 비용을 1인당 1,900만 원씩 지급하고 직업훈련·자격취득·취업 장려금 명목 등으로 1인당 최고 2,140만 원을 지원한다.

 

이밖에 북한이탈주민을 고용하면 기업주에게 임금의 2분의 1을 지원하는 고용지원금제도, 소득인정액이 최저 생계비에 미달하면 생계비를 지원하는 생계급여제도, 북한이탈주민을 의료보호 1종 수급권자로 인정하는 의료보호제도 등이 있다.


2가정 중 1가정 월수입 100만 원 이하


이처럼 탈북자 지원제도가 진화되고 있지만 아직 탈북자가 자립하기에는 우리나라의 경제 사회적인 진입장벽이 높기만 하다. 지난해 (사)북한인권정보센터가 발간한‘2012 북한이탈주민 경제활동 동향 보고서’를 보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가족의 한 달 수입으로 51~100만 원(29.8%)으로 나타났다. 또 50만 원 이하 20.5%, 101~150만 원 19.8%, 201만 원 이상 18.3%, 151~200만 원 9.3% 순이었다.

 

산업별·직업별 취업자 분포를 고려하면, 제조업체에서의 ‘단순노무’ 및 ‘조립직’에서 대다수가 종사하고 있었다. 또 개인 1개월간 소득(최근 3개월 평균) 총액을 살펴보면 100만 원 이하가 42.2%로 나타났고 200만 원이 넘는 경우는 9.0%에 불과했다.

 

또 ‘51~100만 원 이하’는 24.7%, ‘101~150만 원 이하’ 30.7%, ‘50만 원 이하’ 17.5%였다. 또, 본인을 포함한 가족 한 달 생활비로 ‘51~100만 원 이하’가 42.4%, ‘1~50만 원 이하’가 30.3%, ‘101~150만 원 이하’가 13.6%로 나타났다.


고용지원센터의 취업보호 담당관 제도 활용과 관련해 구직등록을 한 경험이 있는 자는 34%에 불과해 나머지 66%는 고용지원센터를 한 번도 이용한 경험이 없었다. 또 구직등록 후 고용지원센터의 일자리 알선으로 취업을 한 적이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 84명 중 26.2%(22명)가 취업했는데, 이는 전년도 40.4%에 비해 상당히 감소한 수치다. 이 중 1년 이상 근속한 경우는 40.9%에 그쳤다.


한편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탈북자의 범죄 피해율은 23.4%로 우리나라 전체 사기 피해율(0.5%)의 43배에 달해 사회 부적응도가 심각하다. 탈북자 피해범죄 중에서는 사기의 비중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사업 및 투자관련 피해가 28.6%, 개인 간 돈거래 미수금이 26.2%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경찰 보안부 한 관계자는 “생활고와 향수병에 시달리는 탈북민은 범죄 유혹에 취약해지게 된다”며 “탈북민들에게 범죄 예방 관련 법률 교육은 물론 취업 관련 상담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사회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탈북민 정착+성장을 위한 지원


위의 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탈북자들이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에 정부의 지원 정책 등에도 수혜자인 탈북민들의 필요를 고려한 대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미래포럼(공동대표 조호영·조명철 의원)은 지난 3월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사회활동,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탈북민 단체 대표들과 통일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등 관계 기관들과 탈북민 정착 및 성장을 위한 제언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조명철 의원은 “통일 대박 시대에 걸 맞는 탈북민 지원제도가 필요하다. 화려한 미래를 구상하는 것이 아니라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필요하고 그런 정책을 도출하는 것이 오늘 회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탈북자들은 이런 실질적인 주제로 토론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탈주민정책참여연대 한창권 회장은 “현재 국내 입국한 탈북자가 2만7천여 명이다. 이에 정부의 지원 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내 예산 편성·집행에 관여하는 이사회에 탈북자 출신이 없을 뿐더러 전체 직원의 16%만이 탈북자”라면서 “재단 임원의 30%, 직원의 50% 이상이 탈북자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탈북자단체인 (사)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는 “탈북자 지원과 관련된 국고 편성에 있어 당사자인 탈북자들의 의견 청취 없이 일부 담당자들의 판단만으로 결정된다”며 소통부재를 전했다. 또한 무엇보다 “탈북민을 난민이 아닌 통일주역으로, 케어보다는 자립을 위한 제도로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은 운송업, 예술인협회, 창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립을 이루기 위한 대표들이 참여한 가운데 창업에 관련한 이야기도 전해졌다. 탈북자 김정빈(가명) 씨는 “창업을 위해 창업지원금을 신청하려고 발품을 팔고 다녀도 받을 수가 없었다.

 

중소기업청을 가면 탈북자에 관련된 부분은 모두 통일부 소관이라며 떠넘기고, 그렇다고 통일부도 창업에 관련된 이렇다 할 길을 내지 못하니 답답하기만 하다”며 “자립의 의지가 있는 탈북자들이 해볼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한다. 또한 창업이 무엇인지 모른 채 무조건 창업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비판적인 관점도 지양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조명철 의원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심용창 부장과의 면담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탈북민들의 창업이 성공적일 수 있도록 하나원에서부터 신뢰성 있는 교육을 해야 할 것이며 창업 시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과 같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을 찾아가 지원가능성에 대해 알아보고 철저한 준비 하에 창업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며 사전창업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탈북자를 동반자, 통일의 주역으로


북한이탈주민은 새터민, 탈북자 등으로 불린다. 이들에 대한 명칭이 수시로 변하고 있는 것은 그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그처럼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자유롭고 안정된 생활을 꿈꾸며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해 갖은 고생을 무릅쓰고 한국에 왔지만 막상 취직은 어렵고 무시를 당하곤 한다.


특히나 북한에 가족과 형제를 두고 와서 겪는 외로움, 향수병과 같은 심리적 불안정까지 더해져 이들의 한국 사회 적응은 험난하기만 하다. 탈북민자립지원센터 강철호 대표는 “탈북자들은 다른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제일 힘들어 한다”며 “대한민국에서 탈북자란 이름표를 달고 살고 싶지 않아 제3국으로의 재 탈북이 늘고 있다. 탈북자, 탈북민, 새터민, 북한이탈주민 등 우리를 부르는 이름조차도 제대로 지어지지 않았다. 우리 탈북자를 함께 사는 동반자, 통일의 주체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탈북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1990년 중후반에는 배고파서 살기 위해 온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자유를 찾아서, 한국에 있는 가족과의 재결합을 위해서, 자녀 교육을 위해서 등 그 이유가 다양해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탈북자를 못 먹고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에 온 동정해야할 존재로만 보고 있어서 진정한 이해와 소통이 막혀 있다. 이에 일시적 지원보다는 동반자의식이 절실하다.


이에 조명철 의원은 “3만 명도 안 되는 탈북민을 가지고도 실패한다면 통일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탈북민도 관계 공무원도 서로가 격려하면서 정착과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고 전했다. 통일부의 2012년 전체 예산 2,129억 원 중 1,239억 원(58%)이 탈북자 지원 관련 예산이며 보건복지부, 각 지방자치단체가 별도로 사용하는 예산을 포함하면 한 해 수천억 원이 북한이탈주민 지원에 투입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탈북자정착지원 제도는 예산은 많이 들어가는 데도 성과는 거의 나오지 않는 것이 제도적 미비점과 정책 간 충돌현상에서 오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수혜자 중심으로 부처 간 장벽을 재편성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April 2014

 

이희 기자 leehee@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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