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맨과 김정은의 우정

  • 등록 2014.05.06 10: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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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은 전직 미국프로농구(NBA)스타 로드맨의 열렬한 팬이라고 한다. 이에 로드맨이 북한을 몇 번 방문했더니 금새 이들의 이야기가 영화화된다. 보도에 따르면 데니스 로드맨의 ‘농구 외교’에서 모티브를 따 온 코미디 영화 ‘디플로매츠’가 20세기 폭스사를 통해 영화화된다는 것. 악동 이미지를 갖고 있는 로드맨과 김정은의 이야기가 화젯거리가 되긴 하나보다.


농구선수 로드맨 방북, 김정은 생일 기념 친선경기


전직 미국프로농구(NBA)스타 로드맨이 지난 1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일에 맞춰 북한에서 친선농구경기를 개최해 이목을 끌었다.


로드맨이 이번 방북에 초청한 NBA팀은 왕년의 올스타 케니 앤더슨, 클리포드 로빈슨, 빈 베이커에 덕 크리스티, 찰스 스미스 등이 가세했다. 90년대 NBA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했던 선수들이다. 로드맨은 “마샬(김정은의 영어이름)은 훌륭한 방법으로 북한을 바꾸려고 한다. 사람들은 로드맨이 명성을 얻기 위해 엉뚱한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난 이 경기를 통해 전세계에 북한이 밝은 조명을 받도록 하고 싶다. 사람들이 북한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라고 전하기도 했었다.


로드맨은 농구 친선경기 시작 전 김정은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뒤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그 뒤 김 제1위원장을 향해 키스를 날리는 동작도 했다.


노동신문에는 경기가 끝난 뒤 로드맨과 이야기 나누는 김정은의 사진이 실렸다. 이날 행사엔 김 제1위원장 부부, 고위관리를 비롯해 1만4000여 명의 관중이 관람했다.


이날 농구 친선게임의 결과는 북한의 승리였다. 전반전은 북한이 47점을 기록, 미국팀(39점)을 앞섰다. 후반전에서는 양측 선수를 섞어 게임을 진행했다. 로드맨은 첫 번째 하프가 끝난 후 김정은 옆에서 게임을 구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억류 중 케네스 배에 대한 발언으로 논란


한편 이날 행사를 위해 북한에 4번째로 방문한 로드맨은 미국 뉴스채널 CNN과의 인터뷰에서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의 북한 억류는 스스로의 잘못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방송에서는 앵커와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로드맨은 “케네스 배가 그곳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고 있냐” 또는 “그가 왜 북한에 억류됐는지 제대로 알고 있냐”며 사회자의 질문에 반박했다.


이후 이날 인터뷰로 논란이 커지자 데니스 로드맨은 다음날 이메일을 통해 CNN과의 동영상 인터뷰에서 케네스 배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을 사과했다. 그는 “팀 동료들은 가족들과 비즈니스 동료들로부터 큰 압박을 받고 떠났었고, 이로 인해 나의 농구 외교꿈이 무너지고 있었다”며 “CNN과의 인터뷰 당시 스트레스로 인해 만취 상태였고 매우 화가 나 흥분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술에 취한 것은 변명이 안 되지만 사실은 알리고 싶었다”며 “케네스 배의 가족과 팀 동료들, 매니지먼트 팀, CNN 앵커 크리스 쿠오모를 비롯, 불쾌감을 느낀 모든 이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케네스 배씨의 가족이 데니스 로드맨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AP통신에 따르면 배씨의 가족은 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로드맨이 실언에 대해 사과한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술에 취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로드맨의 해명은 충분하지 않지만 그도 사람이고 사람은 모두 실수를 저지른다는 점을 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로드맨의 말과 기행이 케네스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길 기도한다. 그의 건강과 자유는 불안정한 상태”라며 “로드맨이 북한에서 농구경기를 보며 담배를 피우고 즐겁게 웃을 수 있다는 점을 알지만 케네스는 현재 생사의 기로에 있다. 우리 가족에게 이런 상황은 장난도, 게임도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로드맨의 이번 방북과 관련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취재진의 질문에 “로드맨의 방북은 미국 정부의 지지를 받지 못한 개인적인 여행이었다”고 말했다. 카니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케네스 배의 건강 상태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 당국이 인도적인 차원에서 하루 속히 그를 석방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민주당의 엘리엇 엔겔 하원의원은 로드맨 및 일행의 방북에 대해 ‘경솔한 여행’이었다고 비판했다. 엔겔 하원의원은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억압하고 있다”며 “인기가 떨어진 몇몇 유명인들이 이런 기회를 활용해 난폭한 독재에 보답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로드맨은 “이번 방북과 농구 게임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방문은 오로지 농구 게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있으며 이것이 바로 스포츠다”라고 말했다.


탈북시인 장진성, 미국의 나쁜 자유를 보여준 것


이에 탈북 시인이자 인터넷 북한전문매체 뉴포커스의 대표인 장진성(43)씨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생일 축가까지 불렀던 미국의 전 프로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먼에게 보내는 서한을 공개했다. “당신이 북한 주민들에게 기껏 보여준 미국의 자유란 고작 코와 입술에 링을 건 얼굴이었고 팔뚝의 문신이었습니다. 그 이상을 기대했던 북한 주민들에게 당신은 오히려 독재자에게 열광하는 미국의 나쁜 자유를 보여주었습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다.


<미국의 나쁜 자유를 보여준 로드맨에게 >


로드맨, 안녕하십니까. 나는 당신의 친구라는 그 김정은의 나라에서 목숨 걸고 탈출한 탈북시인 장진성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당신의 우스꽝스러운 방북 뒷이야기를 제일 먼저 세계에 알린 탈북자신문 뉴포커스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평양에서 얻은 알코올 중독 때문에 요즘 재활원에서 치료를 받는다는데 건강은 많이 회복되셨습니까?


로드맨, 나는 돈 때문에 시작된 당신의 첫 방북이 독재자에게 아부하는 정신적 타락으로 이어지는 데 대한 동정과 충고를 위해 이렇게 공개편지를 씁니다. 당신은 늘 김정은을 친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북한이란 나라는 어느 누구도 미국인과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반미정권입니다.


김정은이 당신을 포옹한 것은 당신 개인이 아니라 순진한 북한의 노예들에게 미국 전체의 굴종으로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스킨십 선전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김정은을 제대로 알려면 북한에 가보라고 허풍을 떠는데 그 또한 틀린 말입니다. 왜냐하면 당신 자체가 지금껏 단 한 번도 북한에 간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갔던 곳은 북한 사람들이 사는 북한이 아니라 그 땅의 숱한 목숨들을 밟고 일어선 독재자의 궁전이었습니다, 그 궁전에서 당신이 마신 붉은 와인은 북한 인민의 피였고, 요리들은 살점이었습니다. 당신이 정말로 북한에 갔다면 그 누구의 안내가 아니라 당신의 두 발로 직접 거리의 골목길과 일반인들이 사는 집에 갔어야 했습니다.


거기에서 인민의 눈물과 서러움을 봤어야 했고, 또 거기에서 인간의 양심으로 슬픔과 분노를 느껴야 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 모든 삶의 재난이 가려진 평양조차 마음대로 둘러볼 수 없었습니다. 평양시민들이 감히 올라갈 수 없는 고려호텔의 스위트룸에서 마신 ‘평양소주’가 당신이 보고 느낀 북한의 전부였고 그 알코올에 푹 취한 당신이었습니다.


그 순간 당신은 작아졌습니다. 김정은을 굽어볼 수 있는 미국 유명농구선수의 체구였음에도 불구하고 독재자에게 허리 깊이 숙이는 난쟁이가 됐습니다.


그래서 또한 당신은 소경이 되었습니다. 왜 나이 어린 김정은이 북한의 지도자인지 그 작은 의문조차 가질 줄 몰랐습니다. 왜 북한정권이 외부세계의 식량지원에 의존하는지 그 뻔한 진실조차 보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철없는 김정은의 장난감이 핵무기인데도 그 위험한 현실 또한 눈 감은 당신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스스로 농구의 이름마저 모독했습니다. 당신은 농구선수이지 그 신성한 경기를 독재자의 생일에 갖다 바칠 권리가 없는데도 스포츠의 정신까지 더럽힌 불명예의 은퇴선수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북한 주민들에게 기껏 보여준 미국의 자유란 고작 코와 입술에 링을 건 얼굴이었고 팔뚝의 문신이었습니다.
그 이상을 기대했던 북한 주민들에게 당신은 오히려 독재자에게 열광하는 미국의 나쁜 자유를 보여주었습니다. 같은 국적의 미국인을 구류한 범죄집단의 괴수를 향해 키스를 날리는 독재자의 맹신, 자유의 악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당신은 달라져야 합니다. 알코올 치료가 아니라 무너진 자유시민의 정신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


당신이 김정은 생일에 불렀던 축가가 얼마나 어리석고 잔인한 울림이었는지 나의 이 편지를 북한 주민 300만 대량아사자의 눈물이 담긴 이 시로 끝을 맺겠습니다.


세상에서 제일로 맛있는 건


석 달 전에 내 동생은 / 세상에서 제일로 맛있는 건 / 따뜻한 옥수수라 했습니다.
두 달 전에 내 동생은 / 세상에서 제일로 맛있는 건 / 불에 구운 메뚜기라 했습니다.
한 달 전에 내 동생은 세상에서 제일로 맛있는 건 / 어제 밤 먹었던 꿈이라 했습니다.
지금 내 동생이 살아있다면 / 세상에서 제일로 맛있는 건 / 이 달에는 이 달에는 과연 뭐라고 했을까요… .


MeCONOMY May 2014

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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