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파일럿 출신 유튜버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원인은 '무안국제공항에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재테크읽어주는 파일럿'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유튜버는 "사고 난 기종의 기장으로써 마음이 아프고 조종사를 향한 비난이 일고 있어 진실을 알려야 할 것 같아 영상을 찍게 됐다"고 밝혔다.
사고 난 여객기인 보잉 737-800기종의 기장이라고 밝힌 그는 "저도 비행시간이 7000시간 정도 된다. 사고 난 기장은 6700시간 정도 된다더라. 비슷한 시기에 기장이 됐고, 같은 기종을 몰았던 기장으로서 사고 당시 상황을 자세히 알려드리겠다"고 운을 뗐다.
◇ 의문 1. 1차 때 내려온 랜딩기어, 2차 때 왜 안 내려왔나?
'1차 활주로 접근 시 내려온 랜딩 기어가 2차 때는 왜 안 내려왔느냐. 안 내린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 "사고 비행기 사진을 자세히 보면, 양쪽에서 화염이 터지고 있는 걸로 봤을 때 양쪽 엔진이 다 나갔다고 보시면 된다. 이렇게 되면 비행기의 랜딩 기어가 내려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어 익스텐션'이라고 해서 랜딩 기어를 수동으로 내릴 수 있지만, 기어의 무게가 여객기의 10~15%를 차지할 정도로 굉장히 무겁고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록'(Lock)을 풀기만 하면 기어가 땅에 떨어지나 기본적으로 5분 이상 걸리는 절차를 수행해야 기어 익스텐션이 가능하다는 것.
이에 대해 "비행기는 메이데이 선언하고 땅에 닿기까지 2분 채 걸리지 않았다. 이걸 당겨도 2분 이상 걸리는데 선회하는 도중엔 더 걸린다. 매뉴얼 기어 익스텐션할 시간도 없지 않았나 싶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사고 여객기가 우측으로 도는데 보통은 기장석이 좌측에 있기 때문에 좌측으로 돌아서 내린다. 부기장도 우측 창문으로 함께 보면서 활주로를 찾아야 하고, 기장은 엔진 2개 나간 비행기를 돌려야 한다"면서 "엔진 2개가 나가면 유압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조종관이 굉장히 뻑뻑해진다. 잡아당기고 있기 힘들 정도로 힘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부기장도 같이 그걸 잡고 돌렸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 그러다 보니까 기어 익스텐션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 중요한 게 활주로에 내리는 거다. 활주로 쪽으로 틀지 못했다면 기어가 나와 있어도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기장이 고어라운드를 실시한 이유는 아마 처음에는 엔진이 하나만 나갔을 거다. 2개가 모두 나갔다면 바로 내렸을 거다. 하지만 하나만 나가서 고어라운드 조치를 한 뒤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반대편 엔진도 같이 나간 걸 인지한 거고, 그러다 보니까 바로 돌아서 내려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 의문 2. 역추진 장치 '리버서' 왜 안썼나?
두 번째 의혹으로 '왜 리버서(역추진장치)를 쓰지 않았나'에 대해 "우리가 착륙하고 나면 '쿵' 소리와 함께 몸이 앞으로 쏠리는데 그걸 리버서라고 한다. 차로 말하면 엑셀 같은 스로틀 파워를 최대한 줄인 뒤 리버서를 뒤로 당기게 돼 있다. 그러면 엔진에 역추진이 걸리면서 항공기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실제 기장이 착륙할 때 리버서를 사용했지만 엔진 2개가 나가서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의문 3. 왜 반대편 활주로 중간에 내렸나
'왜 반대편 활주로에 중간에 내렸나'는 질문에 유튜버는 "가장 가까운 활주로로 우측으로 돌아서 착륙을 시도한 거다. 실은 우측으로 내리기 굉장히 어려운데도 우측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너무 낮은 고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엔진이 나가면 무조건 활주로 방향으로 틀도록 하고 있다. 어떻게든 활주로 상공에만 내리면 미끄러지면서 살긴 산다. 최대한 많은 인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 "엔진 2개가 나갔는데 이 여객기가 얼마나 버텨줄지는 세상 어느 조종사도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가장 빠르게 활주로를 향해 선회한 것은 당연히 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활주로 중간에 내린 이유에 대해서는 "활주하는 거리가 좀 부족하긴 했다. 하지만 이건 하나의 아쉬운 점일 뿐이지, 참사로 이어지는 주된 요인이 아니었다. 콘크리트 둔덕이 없는 상태에서 쭉 미끄러져 갔으면 충분히 감속할 수 있는 넓은 공터 같은 곳이 있다"며 "콘크리트 둔덕 때문이지, 활주로 중간에서 터치 다운한 게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의문 4. 바다 동체착륙은 왜 안했나
동체착륙 장소로 바다를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바다에 동체 착륙했던 경우 생존 확률은 20%고, 활주로에 동체착륙 하면 90%다. 바다로 가는 건 굉장히 무모한 짓이고, 조종사는 최고의 동체 착륙을 실시했다. 제가 봤을 때 기체에 손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역사상 가장 훌륭한 동체 착륙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그는 "기장과 부기장은 충돌 직전까지 리버서를 당기고 끝까지 비행기를 놓지 않고 세우려고 했다. 조종사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면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둔덕"이라며 "이건 KTX가 와서 부딪혀도 폭발할 정도다. 전 세계 어딜 봐도 로컬라이저를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한 곳은 없다. 콘크리트 둔덕이 설치된 공항들의 구조물은 전부 부수고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국내 공항의 아쉬운 점으로 '이마스'(EMAS)가 없다는 것을 지적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면 콘크리트가 수수깡처럼 부서지면서 동체를 세우는 용도다.
유튜버는 "해외에는 이마스가 많다. 감속하는 데 굉장히 도움 된다. 그러나 이마스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는 일회성이기 때문이다. 한 번 사용해서 부서지면 다시 깔아야 한다. 하지만 사람 생명보다 중요한 게 없다. 콘크리트 둔덕을 없애고 이마스를 설치하면 랜딩 기어가 안 내려오는 상황에서도 감속시켜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지금 여론이 죽어서 말이 없는 조종사에게 향하고 있다. 조종사의 랜딩은 굉장히 나이스했다. 콘크리트 벽을 세운 책임자부터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영상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다. 이 중에는 사고가 난 737-800을 조종한 기장들의 댓글이 많았다.
한 누리꾼은 "현직 조종사다. 저도 737-800을 삼천여시간 탔는데 분석이 명확하다. 제주항공 운항승무원의 명예를 바로 세워주셔서 대신 감사하다"고 전했다.
다른 이는 "8천시간정도의 767 기장이다. 정말 민항기를 턴백으로 저정도로 완벽하게 내릴수는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같은기종 현직 기장이다. 배터리에서만 나오는 전기로는 플렙의 사용은 시간상 불가능 했을것으로 추측된다"며 "더이상 근거없는 억측으로 최선을 다하신 크루분들의 명예가 실추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