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AI 기술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전통 제조업 방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 자동화와 정보화 수준을 넘어 오늘날 인공지능(AI)은 품질관리, 생산성 향상, 신제 품 개발 등 제조업의 모든 영역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특히 딥러닝 기반의 비전 검사, 예지보전 시스템, 생성형 설 계 기술은 제조 프로세스 전반을 고도화하면서 산업 구 조 전반의 재편과 국가 정책의 방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AI 활용 사례와 성과를 통해 AI 활용 기업과 전통 제조업 간 격차로 인한 산업 내 양극화 현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산업 현장에서 나타난 업무 자동화, 고용구조 변화, 신제품 개발 혁신을 조망하고, 한국 제조업에 주는 시사점과 모든 산업에서의 AI 활용 촉진을 위한 전략적 방향성과 정부의 정책 과제를 제언하고자 한다.
◇주요국의 AI 제조업 활용 사례
1) 미국 : AI 기반 생산성 향상과 품질 고도화
미국은 AI 기술을 가장 먼저 제조업에 접목한 나라로, 제너럴 일렉트릭(GE), 테슬라, BMW 등 주요 기업들이 AI를 활용한 예지보전, 로봇 기반 생산 최적화 시스템을 도입해 왔다. GE는 AI 분석을 통해 기계 고장 확률을 예측하고 불필요한 정비 시간을 줄여 연간 수천만 달러를 절감 하고 있다. 또 BMW는 로봇과 AI 기반 비전 시스템을 도입해 불량률을 30% 이상 줄이고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의 비용 절감을 달성했다. 미국은 또한 대량 맞춤 생산(Mass Customization)과 AI 기반 고객 수요 예측을 결합해 AI가 직접 생산계획을 설계하는 시스템으로 진화 중이다.
2) 독일: Industry 4.0에서 AI-X로의 전환
독일은 제조업 혁신의 상징인 '인더스트리 4.0' 전략에 AI 기술을 결합한 'AI-X'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멘스, 보쉬, 폭스바겐 등은 공정 자동화뿐 아니라 AI를 활용한 품질 제어, 예측 유지보수, 생산계획 최적화를 실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멘스는 공정 데이터와 머신러닝 을 접목해 불량 예측을 정교화하고 있고, 독일 정부는 Manufacturing-X를 통해 산업간 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구축해 AI 기술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AI 기술 이 산업 현장의 새로운 스타트업 생태계 확산을 유도하고 있으며, 관련 기업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3) 일본: 인구감소와 고령화 극복을 위한 AI 전략
일본은 AI를 로보틱스와 결합해 생산성 저하 문제를 극복 하고 있다. 도요타는 AI 기반 협동 로봇을 조립 라인에 투 입해 정밀도를 높였고, 화낙은 공장 내 CNC 기계를 AI 기 반으로 연결해 자체 학습과 오류 보정이 가능한 스마트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특히 ARUMCODE라는 AI 소프트 웨어는 정밀 부품 가공 프로그램 작성을 16시간에서 15분 으로 단축하며 프로그래밍 비용을 절반으로 줄여 중소기 업 혁신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은 AI를 통해 숙련 기 술자 부족 문제도 극복하며, 식품, 의료, 전자 등 다양한 제조업에서 고도화된 품질관리를 실현하고 있다.
4) 중국: 국가 전략으로 추진되는 제조 AI 전환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전략 아래 AI를 제조 전반에 도입 하고 있으며, 연평균 40% 이상의 성장을 보이며 세계 최대 규모의 AI 제조 시장으로 부상했다. 전자부품 조립, 텍스 타일, 정밀가공 등 다양한 분야에 AI 기반 비전 시스템과 생산 최적화 알고리즘을 도입했으며, 알리바바, 바이두 등 테크 기업들이 AI 솔루션을 제조업에 공급하고 있다. 중국 내 AI 제조기업의 생산 효율은 비도입 기업 대비 20~30% 이상 높다는 보고도 있으며, AI 관련 스타트업 수도 급증 하고 있다.
◇AI 활용 산업과 전통 산업 간 격차와 양극화
AI를 도입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의 생산성, 품 질, 수익성 차이는 점점 커지고 있다. 대기업은 자체 AI 팀 을 운영하거나 AI 기업과 협력해 빠르게 기술을 흡수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비용과 전문성 부족으로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대기업의 AI 활용률이 25%를 넘지만 중소기업은 10% 이하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도 유사하게 대기업은 AI 인프라 투자가 활발하나 중소기업은 여전히 기술 장벽에 직면하고 있다. 그 결과 빅테크 대기업이 기술 활용을 통해 생산성과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이고, 중소기 업은 뒤처지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경제학자 제임스 베센(James Bessen)은 상위 5% 선도기업 들이 거대한 IT·AI 투자로 경쟁 우위를 누리며 나머지 기 업들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아마존의 경우 1만 명에 달하는 AI 기술 인력을 두고 자사 물류·제 조 프로세스를 혁신하는데, 중소 경쟁업체들은 이와 같은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격차가 벌어지는 식이다.
AI 활용 격차는 업종·산업 간에도 나타나는데, 첨단 제조업(전자, 자동차 등)은 AI 도입이 활발한 반면 전통 제조업(섬유, 목 재 등)은 상대적으로 더딘 경향이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 일수록 데이터가 풍부하고 혁신 압력이 커 AI 채택이 빠르 지만, 일부 기술 저변이 낮은 업종은 AI를 ‘자신들과 무관’ 하다고 보는 비중도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러한 격차는 산업 내 생산성 분포를 양극화시키고 있다. AI 도입 여부에 따라 경쟁력 있는 기업과 낙오 기업이 나뉘는 '디지털 생존'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며, 일부 SaaS 기반 AI 솔루션과 클라우드 플랫폼이 중소기업에도 보급되고 있다. 전체 산업 내 격차를 해소하기에는 아직 충분치 않다.
첨단제조업은 AI도입으로 얻은 이익을 다시 R&D와 설비 투자에 투입해 선순환을 구축한다. 반면 도입하지 않은 기 업들은 여전히 인건비 상승, 품질 문제, 납기 지연 등의 전 통적 문제에 직면하여 경쟁 열위에 놓이게 된다. 그 결과 산업 내 생산성 편차가 커지고, 시장에서 “상위기업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연구에서도 AI 활용과 기업 생산성 사이에 긍정적 상관관계가 뚜렷하다는 결과가 확인되는데, 이는 AI도입 여부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AI로 인한 산업 현장 변화와 시사점(업무 자동화와 고용구조 변화)
AI는 제조업의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하며 설비 운영과 데이터 분석 등 고숙련 업무 중심으로 인력 수요를 재편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025년까지 AI로 인해 8,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9,7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 분석가, AI 엔지니어, 설비 자동 화 전문가 등의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단순 조립, 검사, 공정 제어 인력은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제조업에서도 AI로 인한 직무 재편은 불가피해 기존 인력의 재교육과 전직 지원이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고령 근로자나 숙련직종 종사자들에 대해 새로운 기술 시대에 걸맞은 직무 역량을 키우기 위한 시스템이자 프 로그램인 업스킬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I는 단지 일자리를 없애는 것만이 아니라 일자리의 성격을 바꾸고 있음을 정책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자동화된 스마트 공장의 사례를 보면 생산성 향상이 결국 고용 증 대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긍정적 시사도 있다.
중기부의 ‘2022년 스마트제조혁신대전 발표’에 의하면 스마트공장 도입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생산성 29.4% 향상, 품질 42.8% 개선과 함께 기업당 평균 고용 증가 효과와 산업재해 4.9% 감소가 확인되었다 . 한국 제조업에 대한 시사점은 명확하다. “사람 중심의 스마트 제조”로의 이행 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시대로의 전환기에 ‘사람’ 을 중심에 둔 변화 관리가 중요하며, 사람과 AI가 공존하 며 시너지를 내는 제조 현장을 만드는 것이 한국 제조업의 지속가능성에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신제품 개발 및 설계 혁신
AI는 제품 설계 방식에도 획기적인 전환을 일으키고 있다. 생성형 디자인(Generative Design)은 AI가 수천 개의 설계 시나리오를 생성하고 최적안을 제안함으로써 설계 기간을 단축시키고 혁신적 형태의 제품 개발을 가능하게 만든다. 디지털 트윈 기술과 결합되면 물리적인 시제품 없이도 공정 변경과 신제품 성능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일본과 미국의 항공, 자동차 산업에서는 이미 이러한 AI 기반 설 계가 실용화되고 있으며, 국내 대기업들도 이를 도입 중이 다. 향후 이러한 기술이 중견·중소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산업 전반의 AI-X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에 바라는 정책적 제언
AI 활용의 혜택을 특정 기업이나 일부 산업에 국한시키지 않고 모든 산업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거시적 차원의 전략적 접근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공공분야에 이르기까지 경제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양극화 해소와 포용적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향성과 정책적 제언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산업별 AI특화 데이터 인프라 구축
AI 학습과 활용을 위한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고, 산업별 표준화된 데이터 셋을 개방형 플랫폼으로 구축해야 한다.
2. AI 도입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
클라우드 기반 AI솔루션 보급, AI 컨설팅 지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접근성을 높이고 디지털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3. 인재 재교육과 산업 인력 전환 프로그램 마련
재직자 대상 업스킬링 교육과 AI 기초 역량 교육을 체계화하고, 고령 노동자 재배치 방안을 제도화해야 한다.
4. AI 기반 신제품 및 공정혁신 R&D 지원
중견· 중소기업이 AI를 활용한 제품 개발에 참여할 수있도록 R&D 과제 지원과 시제품 테스트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5. AI 윤리와 거버넌스 정비
AI의 산업 활용에 있어 개인정보, 편향성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명하고 신뢰 가능한 제도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미국, EU 등과 AI 기술 및 산업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수준의 인재와 아이디어 교류를 촉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표준 논의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해 한국 산업의 이해 관계를 반영하고, 필요한 경우 공동 연구개발이나 상호 투 자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모든 산업에서 AI 활용을 활성화하는데 촉매 역할과 한국이 AI 혁명 시 대의 선도 국가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기술과 산업, 그리고 사람의 조화
생성형 AI 시대의 제조업 혁신은 개별 기업의 경영 이슈를 넘어 국가 산업 전략과 정책의 핵심 주제로 부상했다. AI 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산업 경쟁력의 판도가 바뀌고, 산업 내부의 구조적 양극화도 심화될 수 있다.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의 사례는 AI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기업 과 국가가 품질과 생산성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혁신적 AI 솔루션을 전통 제조기업과 매칭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 제조업이 ‘AI + 제조’의 시대에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험하고 구현하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동시에 이러한 변화 속도에 올라타지 못한 기업은 뒤처질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한국 제조업은 높은 자동화 기반과 우수한 IT인프라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AI 활용의 심화라는 과제 앞에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AI 기술은 이제 단순한 자동화 수단이 아니라 산업 혁신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조업은 AI 도입을 통해 품질, 생산성, 경쟁력의 새로운 차원에 도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업 간 격차와 산업 내 구조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은 제조업의 자동화 기반과 인프라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으나, AI 기반의 고도화 측면에서는 여전히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AI 기술의 전 산업 확산을 위한 체계적인 전략과 균형 잡힌 정책을 마련함으로써, AI 시대 의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해야 한다. 제조업 혁신은 이제 시 작에 불과하다. 기술과 산업, 사람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한국이 AI 제조 혁신의 선도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