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가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피해 중국 시장에 맞춘 인공지능(AI) 칩 판매를 본격 재개한다.
로이터·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자사 AI 칩 ‘H20’을 중국에 공급하기 위한 라이선스를 미국 정부에 신청했으며, 조만간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엔비디아 측은 “미국 정부가 라이선스를 부여하겠다고 약속했으며 곧 배송을 시작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H20은 2023년 말 미국의 수출 제한으로 중국 판매가 중단된 이후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 맞춰 특별히 개발한 GPU(그래픽 처리 장치)다. 하지만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제재로 사실상 판매가 전면 금지되면서 엔비디아는 약 55억 달러 상당의 재고 손실을 처리하고, 150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포기해야 했다.
CNN은 이번 발표가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최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공급망 박람회에 참석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직후 나왔다고 보도했다. CNN은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방대하고 역동적이며 매우 혁신적인 공간’이라고 표현하며, 미국 기업의 시장 진출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황 CEO는 중국 국영방송 CCTV와 인터뷰에서 “많은 AI 연구자들이 중국에 있다”며 “엔비디아가 뿌리를 내리고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과 미국 간 반도체·AI 패권 경쟁이 완화되는 신호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중국 정부는 희토류 수출 통제를 일부 완화했고, 미국은 중국에서의 칩 설계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재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한편 엔비디아는 중국 전용 신제품인 ‘RTX Pro GPU’도 공개했다. 이 제품은 미국 수출 규제를 ‘완벽히 준수’하도록 설계됐으며, 스마트 팩토리·물류 분야의 디지털 트윈 AI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엔비디아가 이 GPU를 기존 H20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중국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의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점유율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해석한다. Omdia 반도체 리서치 책임자 허 후이는 “미·중 간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며 “중국 기업들은 공급망의 무결성을 위해 다양한 옵션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2024년 1월~2025년 1월) 중국 매출은 170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13%를 차지했다. 젠슨 황 CEO는 “중국은 엔비디아 성장의 핵심 시장”이라며 대중 전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