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3)가 탑재된 엔비디아 H20 AI 칩의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놓이면서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 회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설계한 H20 AI 칩과 관련해 일부 부품 공급업체들에게 생산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로이터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번 주 미국 애리조나에 본사를 둔 앰코 테크놀로지에 H20 칩 생산을 중단하라고 지시했으며, 한국의 삼성전자에도 같은 통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앰코는 해당 칩의 첨단 패키징을 담당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논평 요청에 바로 응답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밝혔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급망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정부 모두 인식하고 있듯이 H20은 군사용 제품도 아니고 정부 인프라용 제품도 아니다. 중국 정부가 미국산 칩에 의존하지 않듯, 미국 정부도 중국산 칩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중국 당국이 지난주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주요 인터넷 기업들을 불러 H20 칩 구매와 관련한 정보 보안 우려를 제기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중국 정부는 엔비디아 H20을 사용 중인 자국 기업들을 소환해 국산 칩 활용을 권고했으며, 이는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 수익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에 이루어졌다.
결국 미·중 간 무역전쟁의 여파 속에서 반도체 기업들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또한 실적 개선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H20에는 삼성전자의 4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가 들어간다.
앞서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을 4조6000억 원으로 발표하며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DS(반도체) 부문의 재고 평가 충당금을 약 1조 원으로 추산하며, 상당 부분이 엔비디아 품질 인증 전 생산된 HBM3E와 H20용 HBM3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H20 공급 재개 시 삼성의 HBM3 판매 확대가 가능해 손실을 이익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번 조치로 반도체 부문 실적 회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HBM3 생산 중단지시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