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들로부터 수입되는 자동차와 부품, 철강, 섬유 등 주요 품목에 대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11일(현지시간) 멕시코 정부는 이번 조치가 17개 산업, 1,400여 개 품목에 적용되며, 현재 0~35% 수준인 세율을 최고 50%까지 높이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관세 인상안은 2026년 예산안에 포함돼 의회에 제출된 상태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세 정책은 경기 활성화를 위한 조치”라며 “한국, 중국 등 각국 대사관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으며 우리는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 대사관 역시 “멕시코 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확인했다.
멕시코 경제부는 이번 조치가 자동차뿐 아니라 철강, 알루미늄, 플라스틱, 가전, 섬유 등 여러 산업에 걸쳐 총 52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드 경제장관은 “중국산 자동차가 참조가격 이하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현지 고용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WTO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조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의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의 대멕시코 주요 수출 품목은 자동차 부품(2022년 기준 18억2천만 달러)과 철강(수출 비중 7.1%) 등으로, 관세 인상 시 현지 조립·가공 방식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멕시코를 중남미 교역 거점으로 삼아온 한국 기업들은 생산·수출 전략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미국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미국은 최근 중남미 국가들에 대해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축소하라는 압박을 강화하고 있으며, 멕시코의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 10년간 두 배로 늘어 지난해 1,2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셰인바움 대통령은 “미국을 달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멕시코의 자체적인 생산 역량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관세 인상안은 멕시코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최종 시행된다. 여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