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윤곽 공개...지상파・OTT・유튜브 하나의 법체계로

  • 등록 2026.01.26 17: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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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방송법, 약 25년간 큰 틀의 변화 없이 유지
이남표 교수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규제의 공백”
노창희 소장 “방미통위·행정부, 조정자로서의 역할 중요”
방미통위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은 과감히 개선”

 

국내외 방송과 OTT 서비스 간 경계가 허물어지며 미디어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지만, 현행 미디어 관련 법과 제도는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최민희 위원장실 주최로 '통합미디어법 TF(안) 발표 및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 방향 논의를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어 법안의 초안이 공개됐다. 이번 TF안은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이후 25년 동안 유지되어 온 낡은 방송법 체계를 개편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법안에는 유튜브 등 대형 플랫폼에 대해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및 이용자 보호 의무를 부여하고, 방송-OTT 간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공정경쟁 방안이 담겼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남표 용인대 객원교수는 “OTT나 유튜브 등 플랫폼들이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를 하면서 어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지, 어떤 시장과 경쟁하고 있는지 사실 정확하게 파악이 안 되고 있다”며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규제의 공백”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산업 실태조사를 하고는 있지만, 전통적인 방송 중심이지 OTT나 비디오 공유 플랫폼에 대한 체계적인 자료는 없다”고 지적하며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숫자들 대부분이 다 추정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셜미디어 안에서 각자 자기 부족, 자기 진영의 이야기만 듣게 되고 서로 타협하거나 합의할 여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시청자, 이용자의 권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굉장히 중요해진다”며 “콘텐츠와 광고는 명확하게 구분돼야 하고, 유해 콘텐츠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장치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러한 내용은) 법안에 어느 정도 담겨져 있긴 하나,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경우에는 사실상 기업의 자율에만 맡겨져 있는 상황”이라고 문제를 짚었다.

 

유럽연합은 ‘국경 없는 텔레비전 지침’을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지침’으로 바꾼 후, 2018년 개정을 통해 유튜브 같은 비디오 공유 플랫폼까지 규제 범위에 포함시켰다.

 

이 교수는 "시대가 변한 만큼  지상파냐 케이블이냐, 어떤 망을 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콘텐츠의 성격과 사회적 영향력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지금 방송법에 있는 종합편성, 전문편성이라는 개념은 이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교양인지 오락인지 구분하기도 어렵고, 장르 경계도 무너졌다. 편성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측면도 있고, 행정적으로도 판단이 굉장히 어렵다"며 "그래서 이런 개념은 삭제하되, 공영방송이나 지상파에는 별도로 편성의 다양성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라고 제언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권오상 디지털미래연구소 대표는 “방송·통신·온라인 서비스가 사실상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법 체계는 여전히 방송법·IPTV법·전기통신사업법으로 나뉘어 있고, OTT는 여기저기 흩어져 정의돼 있거나 아예 빠져 있는 상태”라고 문제를 짚었다.

 

그는 “통합미디어법은 온라인 서비스가 없어서 새로 만든다기보다는 기존에 흩어져 있는 법적 체계를 하나의 비전 아래에서 통합하자는 데 핵심이 있다”고 강조한 뒤 “수십 년 동안 논의돼 왔다. 이제는 ‘어떤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 것인가’를 법으로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현행 제도에 대해 오해가 많다"고 말한 뒤 "지금의 보편적 시청권 제도는 명확하게 방송 사업자만을 대상으로 한 제도다. 특정 스포츠 종목 등에 대해 국민에게 방송 접근권을 보장하는 제도이지, 플랫폼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어 “이런 점에서 제도 취지와 현실 사이에 혼선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 만약 앞으로도 ‘보편적’, ‘국민’이라는 표현을 유지하려면 보다 큰 틀에서의 제도 재설계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 부분은 TF에서도 향후 보완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미통위를 포함한 행정부는 이제 사후 규제·이용자 보호, 그리고 조정자 역할에 훨씬 더 적합한 위치에 와 있다"며 "앞으로 통제자의 역할보다는 사업자·이용자, 정부 사이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미디어제도혁신팀 팀장은 “현재 방송 산업은 상당히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며 "방송 광고 매출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고, 제작비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방송사들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일각에서는 국내 방송 산업이 글로벌 대형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기존 방송법은 칸막이식 규제 체계를 가지고 있어 새로운 유형의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며 “지금 시청자들은 하나의 매체가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과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통해 시청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 행태의 변화와 미디어 콘텐츠 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보다 정교한 미디어 법 체계 설계가 필요하다”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방송 개념을 ‘시청자에게 제공되는 미디어 서비스’로 확장하고, 콘텐츠 서비스와 플랫폼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수평적인 분류 체계를 구축한다면, 앞으로 새로운 미디어 유형이 등장하더라도 정책 공백 없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그간 전통 미디어에 비대칭적으로 적용돼 왔던 과도한 규제는 완화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은 과감히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최동환 기자 photo7298@m-e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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