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에너지 자급률은 원자력을 포함했을 때 20% 미만으로, 순수 국산 화석 연료와 신재생 에너지만 고려하면 자급률은 5% 미만으로 급격히 떨어진다.
전문가는 “에너지 자급률이 이 정도면 진짜 위기”라고 우려했다. 이제부터라도 서둘러서 농촌 재생에너지 믹스를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기존의 태양광 편중에서 벗어나 에너지 주권 확보를 목표로 다각화를 추진 중인데 농사와 발전을 병행하는 영농형 태양광이 핵심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국회 세미나(에너지 주권을 위한 농촌 재생에너지 플랜) 발제에 나선 유병덕 이시도르연구소 소장은 "생산–가공–저장–소비’가 결합된 ‘농촌 재생에너지 종합플랜(Energy Food Plan)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오스트리아 무렉(Mureck) 마을을 예시로 든 유병덕 소장은 “에너지 작물을 심고, 수확해 연료로 만들고, 태양광에서 남는 전기를 수소로 만들어서 그 수소로 액체 연료까지 만들어 저장해서 쓰자"고 제언했다.
그가 언급한 오스트리아 무렉은 농업→ 에너지→ 지역경제→ 다시 농업’으로 이어지는 지역 순환형 재생에너지 자립형 농촌 모델을 구축한 대표적인 사례다. 모든 과정은 지역민과 농민이 주체가 돼서 함께 참여한다는 점이 핵심인데, 주민과 농민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열병합 발전소인 셈이다.
독일과 캐나다 역시 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 기반 연료의 수출입 체계인 캐나다-독일 수소 동맹(Canada-Germany Hydrogen Alliance)에 기반한 에너지 협력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를테면, 캐나다에서 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또는 암모니아 같은 비생물계 재생연료)는 독일로 보내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저탄소 연료로 쓰인다.
캐나다는 수요국인 독일과 10년 간 장기 구매 계약(2024)을 체결해 2억 유로(약 3000억원)씩, 총 4억유로라는 H2Global 이라는 이중 경매 메커니즘에 출자한다. 이 자금은 10년 장기 구매 계약을 통해 생산자와 구매자 간의 가격 차이를 보전하는 데 사용된다. 생산 및 공정은 캐나다 대서양 연안의 풍부한 풍력 자원과 농장 부지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수전해하여 그린 수소를 만든다. 생산된 수소는 암모니아나 메탄올 같은 비생물 기원의 재생 연료(RFNBO)로 변환되어 선박을 통해 대서양을 건너 독일로 수송된다.
이렇게 생산된 재생연료는 독일의 농촌 및 산업단지로 공급된 이 연료는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Drop-in fuel로 활용된다. 특히 배터리 전기화가 어려운 트랙터 등 고출력 농기계 및 중장비의 탈탄소화를 목표로 한다.
유 소장은 우리나라도 이와 같이 농촌의 마을과 면 단위에 소형 설비를 만들어 1차 가공을 한 다음에 에너지 기업과 연계하고 국가 공급망으로 가는 구조인 농촌 재생에너지 믹스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촌은 태양광 부지만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국가 에너지 안보를 떠받치는 핵심 전략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재생에너지, 누가 이익 얻는가?
이날 세미나에는 일본 니시이 유타카(西居 豊) 고고쿠호죠(오곡풍양, 五穀豊穣) 대표가 참석해 일본의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이 회사는 농촌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에너지 전환과 식문화 사업을 연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니시이 유타카 대표는 "재생에너지는 ‘얼마나 빨리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고 '누가 결정하고, 누가 이익을 얻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선택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 되자 재생에너지를 시작해야만 했던 당시를 설명하며 "당시만 해도 일본에서는 선택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일본에서는) 고정가격 매입제도(FIT)를 시작했다. 그러자 가격이 치솟자 기업과 외국 자본이 들어왔다. 일본 정부도 최우선 목표를 ‘일단 발전량부터 확보하자’로 설정했다"며 "도시에서 땅 구하기가 어려워진 기업들이 농촌으로 옮겨가게 되면서 ‘전기는 농촌이 만들고 이익은 도시로 나간다’는 불만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니시이 유타카 대표는 일본의 재생에너지가 지역 재생으로 이어진 성공 사례도 소개했다. 후쿠시마 니혼마쓰시의 경우 원전 사고가 발생된 이후 ‘농업을 포기하지 말자’는 사람들이 모여 패널 높이와 각도를 조절해 작물 생육 보호를 우선으로 하고, 발전은 그다음이라는 목표를 세웠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다른 사례인 지바현 소사시의 경우 처음부터 지방행정이 깊숙이 개입하면서 농업인이 아니면 참여를 할 수 없도로 한 것이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태양광을 농가 소득 보전이 아닌 농지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본 것들이 성과를 냈다는 설명이다.
◇ 2050년, 식량 생산 56% 더 늘리고 온실가스 27% 줄여야
오는 2050년 세계 인구는 UN의 가장 최근 전망치(2024년 개정판) 기준 약 97억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꿔 말하면 지금보다 식량 생산을 56% 더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농사를 지을 땅은 더 많이 필요하고, 온실가스는 지금보다 27%를 더 줄여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 것일까? 이승헌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장은 우리나라 국토 중 도시 지역이 5%에 불과하다는 점을 짚으며, 약 90~95%인 농촌, 어촌, 산촌, 하천을 이용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후 스마트 농업'을 제언했다. 덧붙여 가장 빠르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은 조달과 기술도 비교적 안정돼 있는 만큼 적합하다고 했다.
이 연구원장은 "풍력, 수소, ESS는 아직 대규모 확산에 한계가 있는 만큼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지만, 가축 분뇨나 부산물을 활용하는 바이오매스는 농촌 폐기물 문제 해결과 온실가스를 줄이고 지역 에너지 생산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내부에서 자립하고 남고 부족한 건 서로 주고받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농민의 입장에선 탄소 감축으로 얻는 수익이 너무 적다. 공익 직불제와 연계해야만 현장에서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예측 불확실성이 큰 태양광보다는 수소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철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센터 책임연구원 “우리나라 전력망은 세계 최고 수준이긴 하나, 태양광이 들어오는 순간 신호가 팍팍 튄다. 바이오가스 시설은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수소로 전환하게 되면 깨끗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며 "(현재)바이오가스와 청록수소 시스템을 통합하는 과제를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자립형 구조를 만든 성공 사례도 소개됐다. 황바람 충남 홍성군 혁신전략담당관 친환경농정발전기획단 전문위원은 "홍성군 결성면에서는 군내 거의 모든 축산분뇨가 모여서 공동 처리되고 있다"며 "관내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홍성군 전반으로 공급하는 구조도 계획 중에 있다"고 밝혔다.
황 전문위원은 "홍성군은 축산이 많은 지역 특성상 저탄소 농업, 미래 농업에 대한 학습 모임도 이미 있고, 마을 단위 태양광 사업을 통해 에너지 자립을 해본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중앙정부에 실증 사업 제안과 기아자동차 ESG 사회공헌 형태의 투자 연결로 축산분뇨 바이오가스 고질화 시설, 폐열에너지 활용 공공시설, 축사 자가태양광, 영농형 태양광 조성 등을 기획 중에 있다.
◇ ‘왜 한국에는 에너지 작물이 없는가’
이날 세미나에서는 에너지 작물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김종호 SGC에너지 전무이사는 “우리나라 법은 농작물은 무조건 식량이거나 사료라고 봐서 연료로 쓰는 순간, 환경 쪽에선 폐기물로, 농업 쪽에선 목적 외 사용이라 심을 수 없고 써도 안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법상 수수, 옥수수 등을 재배해 식용이나 사료로 사용하고 남은 줄기나 대 등을 연료로 사용하려고 해도 기후환경법상 농작물의 부산물은 폐기물로 분류돼 발전소 연료로 사용 불가하다"며 "초본계 바이오매스 공급을 최대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에너지 식물(Energy Crops)은 식량보다는 에너지 생산(바이오연료, 열, 전기)을 목적으로 재배되는 작물을 말한다. 앞서 언급한 캐나다-독일 모델처럼, 농장에서 재배한 에너지 식물을 수전해 수소 또는 바이오가스와 결합해 대체 연료로 전환해 사용된다.
최근진 블루팜 종자연구소 소장 역시 ”에너지 작물은 가뭄에도 강하고. 침수에도 어느 정도 버틴다“며 ”지금처럼 기후변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는 굉장히 적합한 작물"이라고 짚으며 수입 바이오매스보다 생산 단가가 높다는 점은 시장 진입에 어려움으로 꼽았다.
최 소장은 "다만, 바이오 에너지용 품종도, 종자 생산·보급 체계도 없고 가공·이용까지 연결된 공급망도 없다"며 "간척지나 대규모 농지는 단기 임차가 많아 토양 개선 투자를 하기가 어려워 수량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책적 지원 없이는 시장에 바로 안착하기 어려운 만큼 지역 완결형 에너지 클러스터를 만들어 품종 육성·종자 생산·가공·에너지 활용까지 한 묶음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는 제언이다.
◇ 농사도 짓고 에너지도 생산하자
박해청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에너지정책과장은 “농지를 없애지 말고 농사를 지으면서 에너지를 생산하자는 게 영농형 태양광이고 마을 단위로 소득을 만들자는 게 햇빛소득마을”이라고 설명한 뒤 “처음부터 기업이 들어와서 농지 빌려서 장사하는 구조는 막겠다"고 말했다.
실경작 농민, 마을 공동체 중심으로만 가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라는 설명이다. 그는 "영농형 태양광이 제도화되면, 태양광 목적 농지 전용은 원칙적으로 막겠다는 게 농지 보전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강한 장치"라며 "기본은 실경작 농민이고, 다음이 마을 주민 참여 조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의를 빌리거나 위탁은 태양광 수익 기준으로 과징금,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s, 재생에너지증명)회수, 철거까지 감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추진 중인 햇빛소득마을은 지자체 중심으로 행안부 주관해 연 500개 마을 목표로 한다. 농식품부·농어촌공사·농협 연계를 통해 최대 85%까지 융자를 지원하고 부족한 자부담은 지방소멸대응기금·지역 농협 최대 30% 출자한다. 부지는 농어촌공사의 비축농지·저수지·수로·둑·폐교·도로 사면 같은 공공 유휴부지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모든 것을 열어놓은 상태다.
박 정책과장은 ”태양광으로 만들어진 전기는 햇빛소득마을에 우선 배정한다"며 "이 정책은 태양광 늘리자는 정책이 아니라, 농지를 지키면서 농촌 소득을 만들자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해외의 사례부터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풀어야 할 여러 과제들이 논의됐으며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부터 매년 연 100개소 이상의 재생에너지 기반 마을(햇빛소득마을 등) 조성을 목표로 공모를 진행하고, 에너지 정책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농촌 특화 재생에너지 지구 제도를 통해 난개발을 방지하고 집적화된 보급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